
12월 17일 개봉한 ‘아바타: 불과 재’가 ‘주토피아2’의 독주를 막아 세웠지만 이 역시 디즈니 영화다. ‘아바타: 불과 재’는 21일까지 개봉 5일 만에 174만 4769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현 시점에서는 2025년이 10여 일밖에 남지 않아 ‘아바타: 불과 재’가 ‘주토피아2’를 넘어 2025년 최고 흥행작이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아바타’ 시리즈는 1편과 2편이 모두 국내에서 1000만 관객 신화를 달성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만 인기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아바타’ 시리즈 1편은 글로벌 누적 수익 29억 2371만 달러(4조 3031억 원)로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고, 2편은 누적 수익 23억 2025만 달러(3조 4163억 원)로 3위에 올라 있다.
그 기세를 ‘아바타: 불과 재’가 이어갈 전망인데 아직까지는 ‘주토피아2’ 만큼의 초반 흥행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11월 26일 개봉한 ‘주토피아2’의 개봉 5일 차 성적은 210만 6866명으로 ‘아바타: 불과 재’의 174만 4769명에 앞선다.
개봉 5일 차 성적만 놓고 보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201만 6753), ‘좀비딸’(186만 8709명)에도 밀린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개봉 전부터 폭발적인 예매가 이어져 초반 흥행세가 남달랐는데 그만큼 마니아층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좀비딸’은 정부 배포 영화관 입장권 할인쿠폰 효과를 톡톡히 봤다. ‘좀비딸’이 개봉한 7월 30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 1000원에 관람이 가능했다.
‘주토피아2’가 600만 관객을 돌파한 원동력은 초반 흥행세에 있다. 2025년 한국 극장가에서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단 4편이다. 이 가운데 ‘F1 더 무비’는 개봉 81일,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개봉 39일, ‘좀비딸’은 개봉 26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주토피아2’는 단 19일 만에 이 기록을 달성했다. 그리고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개봉 25일 만에 600만 관객까지 넘어섰다. 별다른 한국 영화 경쟁작이 없는 터라 ‘아바타: 불과 재’만 아니었다면 가볍게 1000만 관객도 돌파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바타: 불과 재’가 1, 2편에 이어 또 다시 1000만 관객 신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토피아2’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바타: 불과 재’는 개봉 첫 주말인 20일(54만 8454명)과 21일(50만 5190명) 연이어 5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주토피아2’ 역시 25만 8075명과 24만 680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여전한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2025년 연말 극장가에선 20세기 스튜디오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대결, 다시 말해 디즈니 내부 계열사들의 경쟁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극장가 최대 대목이 다가오면서 ‘주토피아2’와 ‘아바타: 불과 재’는 모두 1000만 관객 동원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겨울 성수기에 개봉하는 텐트폴 한국 영화는 단 한편도 없다. 12월 3일 개봉한 ‘윗집 사람들’이 꾸준히 일일 박스오피스 TOP5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누적 관객수는 50만 4093명에 불과하다.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추영우 신시아 주연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12월 24일 개봉하고, 평단에서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는 구교환 문가영 주연의 ‘만약에 우리’가 12월 31일 개봉하지만 겨울 극장가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처럼 연말 성수기가 ‘빈집’이 된 데엔 거듭된 흥행 참패로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며 블록버스터급 한국 영화가 급감했기 때문인데, 더 심각한 부분은 아예 한국 영화 제작 편수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영화와 자웅을 겨루던 디즈니 영화가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이런 상황을 오히려 한국 영화계도 응원하고 있다.
한 중견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한국 영화가 최악의 위기까지 내몰릴지라도 극장 자체는 살아 있어야 부활이 가능한데 2025년 한국 극장가는 코로나19 상황 때 만큼이나 심각한 위기”라며 “디즈니 같은 외화라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한국 극장가가 버텨줘야 한국 영화도 다시 뛸 수 있다. 운동장 자체가 사라지면 안 되는 터라 디즈니의 흥행이 부러우면서도 다행스럽다”고 현재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김은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