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취미 활동 트렌드를 다룬 최신 기사에서 “야외 활동과 부담 없는 사교 활동을 결합한 걷기가 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지난 몇 년 동안 급성장했던 러닝 클럽은 이제 하이킹(가벼운 등산)에 그 기세를 내주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피트니스 트래킹 앱인 ‘스트라바’와 하이킹 내비게이션 앱인 ‘올트레일스’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하이킹의 인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1억 8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한 ‘스트라바’는 “2025년 하이킹 모임은 여섯 배 성장했다”고 말하면서 “이는 러닝 모임 성장 속도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라고 덧붙였다.
걷기나 하이킹 모임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연령대는 러닝 모임에 비해 다양한 편이다. 가령 아침 운동을 원하는 미국 LA의 크리에이티브 종사자부터 혼자 하이킹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노스캐롤라이나의 여성, 혹은 새로운 여행 동반자를 찾는 여성까지 각양각색이다.
러닝 모임도 여전히 인기가 많긴 하지만, 걷기와 하이킹 모임에는 분명 러닝과 다른 강점이 있다. 바로 ‘단순함’이다. 체력 소모가 크지 않고, 비싼 장비 없이도 러닝과 비슷한 건강상의 이점과 사교 활동을 할 수 있다. 또한 더 느긋하고 접근하기 쉽다는 느낌도 있다.

반면, 무거운 짐을 메고 장거리를 걷는 운동 방법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즉, 근육은 늘고, 지방은 빠진다. 2024년 ‘러킹(러닝+워킹)’이나 ‘웨이트 워킹(무게를 지고 걷는 운동)’이 피트니스 트렌드로 급부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무엇보다 비용 측면에서도 하이킹, 러킹, 걷기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다. 하이킹의 경우, 대개는 차에서 내려 슬리퍼를 신고 바로 걸을 수 있을 정도의 편안한 코스들이 많다. 다시 말해 최첨단 장비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35세 이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하이킹 인구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젊은 직장인들이 휴대폰 화면 대신 산을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25~34세 젊은이들이 하이킹 모임으로 몰려드는 이유에 대해 ‘페어런츠닷컴’은 세 가지 중요한 요인을 꼽았다. 첫째,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야외 활동에 대한 욕구 증가 둘째, 비싼 생활비 셋째, 인스타그램의 #디치더데스크(책상을 벗어나라) 운동 등이다.
이에 따라 재미와 운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접목한 걷기 모임도 인기를 얻고 있다. 가령 수제 맥주 양조장에서 마무리되는 걷기 모임이나, 등산 도중 중간 지점에서 지질학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모임도 있다. 이때 친구를 사귀는 사교 활동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실제 2023년, 컴브리아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8%는 걷기 모임을 통해 친구를 사귀었다고 답했다. 또한 케임브리지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누군가와 함께 보폭을 맞춰 걸으면 옥시토신이 분비돼 불안감이 41% 감소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심리학자인 레나 로즈 박사는 “이런 자연스러운 고양감은 디지털 도파민 자극보다 낫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는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성장기를 보낸 Z세대들이 현실 세계의 연결에 대한 갈증이 특히 크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외출 시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생활비 위기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으며, 재택근무 후의 끝없는 둠스크롤링(부정적 정보를 끝없이 스크롤하며 확인하는 습관) 역시 이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느린 취미’는 균형추가 되고 있다. 비용도 적게 드는 데다, 휴대폰에서 벗어나 있고, 종종 몸까지 쓴다는 점에서 그렇다. 에든버러에서 ‘걸스 크래프트 클럽’을 설립한 가비는 “직접 가방을 만들거나 옷을 고쳐 입으면 그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그리고 자기 자신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도자기 페인팅에 심취해 있는 한 30대 초반의 여성은 “마음이 차분해지고 항상 편안해진 상태로 돌아간다. 친구들과 창의적인 활동을 하면서 근황을 나누기에 정말 좋은 방법이다”라고 추천했다.
공예 활동 그 자체가 주는 치유 효과 또한 큰 매력으로 꼽힌다. ‘크래프티비스트 콜렉티브’의 설립자인 사라 P 코벳은 “이 과정을 통해 속도를 늦추고,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하게 된다”라면서 “한땀 한땀 뜨다 보면 호흡이 조절되고, 몸이 이완되며, 마음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독서 모임도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다. 가령 영국 맨체스터의 ‘더 리드 룸’에서는 매달 130명 이상이 모인 어두운 조명의 공간에서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낭독하는 시간을 갖는다. 참석자들에게는 책 한 권, 웰컴 드링크, 구디백이 무료로 제공된다. 참가자인 네이선(28)은 “맨체스터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완전히 집중한 상태로 함께 사교적인 시간을 보내는 곳이 있을까. 정말 강렬한 경험이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런 ‘느린 취미’의 이점은 개인적인 경험담에 그치지 않고 연구로도 뒷받침된다. 2024년, 앵글리아러스킨대학이 영국 성인 7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예술과 공예 활동은 유급 노동보다 삶의 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모임을 운영하는 피오나 위트니는 “이를테면 사람들은 단지 달리기 위해 러닝 클럽에 가입하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친구를 사귀고 수다를 떨기 위해 나온다. 이런 ‘느린 취미’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활동은 서로를 응원하고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느린 취미’의 효과는 개인의 기분 전환을 넘어서까지 확장된다. 혼자 하든 함께하든 코바늘뜨기나 뜨개질과 같은 ‘느린 취미’는 디지털 피로, 고립, 생산성으로 가치를 재는 문화에 맞서는 작은 저항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가디언’은 공예와 대화가 어우러진 웅성거림 속에서 젊은이들은 중요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연결’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