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63)을 전격 체포한 다음 날, 백악관 공식 소셜미디어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9)의 흑백 사진과 함께 ‘FAFO’라는 네 글자가 올라왔다. FAFO란, F*** Around and Find Out의 약어이자 일종의 속어다. 미국에 도발하면 큰 대가를 치른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저렇게 되기 싫으면 말을 잘 들어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백악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밈처럼 사용되는 이런 은어를 공식 채널에서 사용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에 혹시 다음 차례는 자신이 될 수도 있다며 긴장하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베네수엘라는 시작일 뿐,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실제 트럼프로부터 과거 경고성 메시지를 받은 나라들로는 콜롬비아, 멕시코, 쿠바 등 남미 국가를 비롯해 그린란드, 이란 등이 있다. 과연 트럼프의 이러한 경고 메시지는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백악관은 공식 소셜미디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흑백 사진과 함께 ‘FAFO’(까불면 다친다)라는 네 글자를 게시했다. 사진=백악관 인스타그램명백한 주권 침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공격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에너지였다. 제재로 수출이 막힌 베네수엘라의 고품질 원유를 미국이 직접 통제해 국제시장에 판매하고, 그 대금을 미국과 베네수엘라 모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요컨대 베네수엘라의 자원을 미국이 ‘무기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 1위로, 약 303억 배럴에 달한다.
여기에는 남미의 에너지 시장 장악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이란을 견제하겠다는 노림수다.
사정이 이러니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른 나라들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가령 콜롬비아가 그렇다. 베네수엘라의 서쪽에 위치한 콜롬비아 역시 상당한 규모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며 이 밖에도 금, 은, 에메랄드, 백금, 석탄의 주요 생산국이기도 하다.
실제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공격이 끝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이동하던 중,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69)을 향해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판매하는 걸 즐기고 있는 ‘병든 인간’이 통치하고 있는 나라”라고 비난하는 한편, “하지만 그렇게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혹시 콜롬비아를 겨냥한 군사 작전을 수행할 계획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괜찮은 생각인데요(It sounds good to me)”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후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는 페트로를 향한 위협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는 “처음 했던 내 발언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코카인을 만들고 있다. 그들은 그 코카인을 미국으로 보내고 있다. 그러니 조심해야 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협박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트럼프의 위협에 맞서 “나 역시 무기를 들 의향이 있다”고 경고했다. 1월 7일 보고타 볼리바르 광장에서 열린 시위. 사진=EPA/연합뉴스콜롬비아 현대사 최초의 좌파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는 페트로 역시 트럼프의 이런 비난에 가만있지 않았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트럼프의 군사 작전을 가리켜 “라틴아메리카의 주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비판한 페트로는 “만일 그들이 콜롬비아를 침공한다면 나 역시 무기를 들 의향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자신을 마약 밀매자로 몰아붙인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서는 X(옛 트위터)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이렇게 맞받아쳤다. “미스터 트럼프, 저를 비방하지 말기 바란다. 무장 투쟁을 거쳐, 그리고 콜롬비아 국민의 평화 투쟁 속에서 선출된 라틴아메리카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위협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줄곧 마찰을 빚어왔던 멕시코 역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트럼프는 2016년 집권할 당시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일명 “장벽을 건설하라(Build the Wall)”는 구호로 지지층을 끌어모았으며, 2025년 2기 행정부 취임 첫날에는 멕시코만의 명칭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다시 한 번 날을 세웠다.
이 밖에도 트럼프는 멕시코 당국이 마약과 불법 이민자의 미국 유입을 막는 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공격 이후에는 마약이 멕시코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비난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뭔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폭스 방송의 ‘폭스 앤 프렌즈’에 출연해서도 같은 논조를 이어간 트럼프는 비록 멕시코가 미국의 동맹국이긴 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의회 승인 없이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남부 국경을 넘어오는 마약으로 인해 수십만 명의 미국인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를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한 트럼프는 “멕시코에서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보다 마약 카르텔이 더 큰 권력을 쥐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군사 지원을 제안했지만, 셰인바움이 이를 적극 거부했다고도 언급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그는 좋은 여성이다. 하지만 멕시코는 카르텔이 운영하고 있다. 그가 멕시코를 운영하는 게 아니다”면서 “그는 카르텔을 무서워하고 있다. 그래서 여러 번 그에게 물었다. 우리가 카르텔을 제거해주길 원하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대통령님. 아니요, 제발요’라며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마약이 멕시코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1월 5일 기자회견 중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플로리다에서 불과 145km 떨어진 남쪽에 위치한 섬나라인 쿠바는 그간 마두로가 이끄는 베네수엘라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에 트럼프는 줄곧 베네수엘라가 쿠바와 공모해 미국의 뒷마당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끌어들여 왔다고 비난했다. 쿠바는 그 대가로 쇠퇴한 공산주의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공급받아 왔다는 것이 트럼프의 주장이다.
쿠바 역시 눈엣가시이긴 하지만 트럼프는 쿠바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굳이 공격하지 않아도 알아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쿠바는 이미 무너지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말하면서 “그들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은 모든 수입을 베네수엘라에서, 베네수엘라산 석유에서 얻어왔다”고 덧붙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쿠바가 소비하는 석유의 약 30%를 공급해 왔다.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트럼프의 경고에 힘을 실었다. 그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쿠바는 재앙이다. 무능하고 노쇠한 사람들이 나라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만일 내가 아바나 정부에서 일하고 있었다면, 적어도 걱정은 했을 것”이라며 쏘아붙였다.
멀리 떨어진 이란 역시 바짝 긴장하고 있긴 마찬가지다. 비록 이란은 트럼프가 내세운 ‘돈로 독트린’(먼로 독트린에 빗댄 트럼프의 팽창적이고 고립주의적인 대외정책 명칭)의 적용 범위 밖에 있긴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다. 트럼프가 지난해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한 후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위협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베네수엘라를 공격하기 하루 전,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트럼프는 이란이 “평화적인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살해할 경우, 미국이 그들을 구하러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를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그들이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이란을 매우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광물 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가 다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줄곧 암시했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눈 덮인 풍경. 사진=AP/연합뉴스여기서 시위대란, 2025년 12월 28일 시작된 이래 이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 시위는 초기에는 단순히 경제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31개 주 가운데 27개 주로 불길이 점차 확산되면서 지금은 반정부 구호를 외치는 대규모 시위가 됐다. 이에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진압에 나섰고, 이로 인해 시위는 최소 35명이 사망하는 유혈 사태로까지 번진 상태다.
이란 정부는 트럼프의 경고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락치는 X에 올린 글을 통해 트럼프의 발언을 “무모하고 위험한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이란 국민은 “내정에 대한 어떠한 개입도 단호히 거부할 것”이며, 이란군은 “이란의 주권이 침해될 경우 정확히 어디를 조준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대기 상태에 있다”며 맞받아쳤다.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야욕도 점차 노골적이 되어가고 있다. 트럼프를 비롯한 측근들은 베네수엘라 급습 이후, 광물 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가 다음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줄곧 암시하고 있다. ‘디애틀랜틱’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우리는 그린란드가 필요하다.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그린란드는 지금 러시아와 중국 선박들에 둘러싸여 있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아내인 케이티 밀러는 소셜미디어에 성조기 색으로 칠해진 그린란드 지도와 함께 “곧(Soon)”이라는 단어가 적힌 이미지를 게시했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탐내는 이유는 안보와 자원 확보 등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실제 그린란드는 북대서양의 핵심 전략 요충지로 꼽힌다. 향후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새로운 해상 항로가 열리게 될 경우, 그린란드는 북극권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지리적 이점을 보유하게 된다. 또한 그린란드는 영토의 약 5분의 4가 얼음으로 뒤덮여 있지만 스마트폰, 전기차, 군사 장비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이 풍부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아내 케이티 밀러는 성조기 색으로 칠해진 그린란드 지도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사진=케이티 밀러 X현재 인구 약 5만 7000명의 그린란드는 자치권을 갖고 있지만, 국방과 외교 정책은 덴마크가 담당하고 있다. 2025년 1월 초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 주민의 약 85%는 미국에 편입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찬성한다’고 답한 사람은 약 6%에 불과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정부 역시 같은 입장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미국은 그린란드를 장악할 권리가 없다”고 비난했으며, 옌스 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통제한다는 발상은 ‘환상’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급습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자원을 두고 벌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가디언’은 초대형 해상 유전이 발견된 베네수엘라의 이웃 나라인 가이아나를 가리켜 ‘베네수엘라 이후 가장 빠르게 긴장 수위가 오를 국가’로 지목하기도 했다. 실제 마두로 체포 이후 가이아나 인근 해역에서 미국의 군사 및 외교 활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브라질 역시 안전하지 않다. 리튬, 니켈을 비롯해 희토류 매장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브라질 내 자원 개발에 중국 자본이 깊이 침투해 있다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리튬 삼각지대’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군사용 장비, AI(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전력 등 미래 산업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광물이다.
따라서 이제는 ‘어느 나라가 다음인가’라기 보다는 ‘어느 자원이 다음인가’가 올바른 질문이 될 수도 있다.
마두로의 춤이 방아쇠였나
몇몇 워싱턴 소식통들이 ‘뉴욕타임스’에 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가 마두로를 전격 체포하게 된 배경에는 어쩌면 마두로의 춤이 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를 조롱하는 듯한 천연덕스런 춤동작이 트럼프를 자극했고, 이를 조롱으로 받아들이면서 결국 행동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마두로는 체포되기 몇 주 전부터 트럼프를 조롱하듯 공개석상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곤 했다. 사진=유튜브 캡처실제 마두로는 체포되기 몇 주 전부터 트럼프를 조롱하듯 공개석상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곤 했다. 가장 문제가 된 춤은 2025년 12월 열린 ‘여성 리더십 국제학교’ 개교식에서 포착됐다. 당시 마두로는 자신의 연설을 리믹스한 음악 ‘전쟁은 싫어, 평화는 좋아’에 맞춰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와 함께 몸을 흔들면서 춤을 췄다. 특히 이 춤동작은 트럼프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주먹을 쥐고 몸을 흔드는 동작을 흉내 낸 것처럼 보였다.
마두로는 오래 전부터 춤과 노래를 자신의 정치적 레퍼토리로 삼아 왔었다. 2025년 11월에는 군중 앞에서 존 레넌의 명곡 ‘이매진’을 열창했던 그는 “존 레넌이 말했듯, 평화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면서 손으로 브이(V) 사인을 만들어 흔들었다. 그러면서 또한 “이 노래는 모든 시대에 영감을 준다. 존 레넌이 인류에게 선물로 남긴, 모든 시대와 세대를 위한 찬가다”라고 외쳤다.
이에 대해 워싱턴 소식통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이처럼 뻔뻔할 정도의 무모한 행동이 결국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짚’이 되었고, 트럼프를 임계점 너머로 밀어내 작전을 촉발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익명의 백악관 고위 보좌관은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는 “마두로 이후 베네수엘라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전해들은 사람은 백악관에서 아무도 없었다”면서 “우리는 대통령이 마두로를 제거하기 전에 상세한 계획을 세워두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건 없었다. 어쩌면 대통령은 즉흥적으로 일을 벌였는지도 모른다”라고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