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량 17대 그치고 제조사도 5곳으로 줄어

초소형 전기차는 경차보다 작은 전기차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을 통해 배기량 250cc(전기차는 최고 정격 출력이 15kW) 이하, 길이 3.6m·너비 1.5m·높이 2.0m 이하인 자동차를 초소형 자동차로 분류한다. 중량 기준은 승용차가 600kg, 화물차가 750kg 이하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55km 이상이어야 하며 최고 속도 시속 60km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초소형 전기차는 배달 시장의 판도를 바꿀 자동차로 기대를 모았다. 성능은 제한적이어도 이동이 편하고 유지비가 적게 들었기 때문이다. 2017년 말 우정사업본부는 1만 5000여 대의 오토바이를 2018~2020년에 걸쳐 1만 대의 초소형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규제가 혁신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사례”라며 초소형 전기차를 콕 집어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국내 초소형 전기차 제조사는 5곳으로 줄었다. 르노코리아는 트위지를 2022년 단종시키며 시장에서 철수했다. 야쿠르트 전동카트 개발업체로 유명한 대창모터스(현 루트17)는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선 철수하고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쎄보모빌리티와 디피코는 경영권 손바뀜을 겪었다. 배충식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초소형 전기차 도입 초기에는 전기차 성능이 충분하지 않아 육성은 하되 공급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쳤다”며 “기술 개발보다는 단기적인 보급에만 집중했던 점이 패착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전용도로 못 타고 중량 제한 규제로 기술 발전도 안 돼
여러 규제가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장 활성화의 발목을 잡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초소형 전기차는 올림픽대로나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운행할 수 없다. 2017년 트위지가 국내에 보급되면서 도로 주행 조항이 만들어졌다. 당시 경찰청은 트위지의 안전장치 수준과 성능이 일반 승용차에 한참 못 미친다고 보고 도로교통법 제6조에 근거해 초소형 전기차의 전국 자동차전용도로 진입을 금지했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한 관계자는 “2023~2024년 초소형 전기차 자동차전용도로 주행실증을 통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규제는 완화되지 않아 차량 이동에 여전히 제약이 있다”라고 밝혔다.

경차와 비교해 초소형 전기차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고보조금인 초소형 전기 승용차 성능보조금은 2017년 578만 원에서 올해 200만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초소형 전기 화물차엔 2020년 처음 512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됐지만 올해는 380만 원으로 줄었다. 지금은 단종된 모델이지만 쎄보모빌리티의 초소형 전기 승용차 2024년형 ‘CEVO-C SE’는 1690만 원에 판매가가 형성됐다. 최근 출고 적체 현상을 빚을 정도로 인기인 경차 기아 ‘레이 EV’나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도 보조금을 반영하면 2000만 원대에 살 수 있다. A/S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도 초소형 전기차 수요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초소형 전기차의 중량 규제를 100kg가량 완화하는 방안을 두고 국토교통부와 업계 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초소형 전기차가 낮 시간대에 한해 고속도로를 제외한 자동차전용도로에 진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초소형 전기차가 자동차전용도로를 통행하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의 위험성이나 중대성이 매우 크다”며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규제 완화는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제조사들은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인증 기준과 해외 인증 기준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예컨대 초소형 전기차는 국내에서는 자동차로 분류되지만, 베트남에서 자동차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4인승 이상이어야 한다. 또 국내에서는 초소형 전기차의 모터출력 기준이 15kW 이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선 30kW 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초소형 전기차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심지섭 교수는 “초소형 전기차 전환율이 높아질 경우 시민들의 이동성 측면에서 분명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과거 실증사업에서는 아파트 건설 초기 단계에서 건설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차량을 기증해 단지 내에서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이용도가 상당히 높았다”고 밝혔다. 김정윤 대구가톨릭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초소형 전기화물차는 근거리 소화물 운송에 특화된 적재함이나 낮은 배터리 사양을 잘 활용한다면 기존 화물차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지원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인구소멸지역의 대체 교통수단으로 고려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