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만 LG전자는 아직 로봇주로 완전히 인정받진 못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 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LG전자가 미국 CES 2026에서 내놓은 홈로봇 ‘클로이드’에 대한 실망이 컸기 때문에 이를 불식하려면 로봇 사업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고 본다. 텀블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타사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달리, 바퀴로 이동하는 클로이드는 일단 시각적으로는 CES 관람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현대차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면서 주가가 큰 폭 뛰었던 것과 달리, LG전자는 1월 내내 최소한 주가 측면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큰 그림은 그리고 있는데…
LG전자는 자사의 클로이드가 저평가받는 데 대해 답답하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클로이드는 가정 내에서만 활동하기 때문에 굳이 이족 보행 로봇으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 LG전자 측 설명이다. 더구나 클로이드는 5개의 손가락을 갖추고 있다. 인간의 손은 27개 뼈로 구성되며 손가락, 엄지의 지골과 수근골 등이 복잡하게 배열돼 상당히 정교한 동작을 취할 수 있다. 클로이드는 다리보다는 손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실제 클로이드의 팔에는 7개, 손에는 약 20개의 액추에이터가 들어 있다.
클로이드는 비록 CES에서 빨래를 개는 장면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다소 불완전한 모습이 나와 관람객을 웃음짓게 했지만, 애초에 난도가 높은 동작이었다는 것을 알아줘야 한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실제 과거 CES에서 빨래 개는 기계를 매해 전시했던 일본 세븐드리머즈, 미국 폴디메이트와 비교하면 LG전자 기술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 4월 파산 신청한 세븐드리머즈는 빨래 개는 기계의 크기가 냉장고만 했고, 가격도 대당 2000만 원 수준인 데다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 폴디메이트 또한 수건 정도만 개는 것이 가능했는데 결국 파산 절차를 밟았다.
LG전자는 그룹 내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지분 투자한 로보티즈, 로보스타, 베어로보틱스 등과 공동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4조 원에 달하는 액추에이터 업체 로보티즈는 특히 로봇 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LG전자는 로봇의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가전 명가’로서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LG전자는 AI 홈 허브 ‘씽큐 온(ThinQ ON)’을 제시했는데, LG전자의 강점이 있는 가전들과 로봇, AI를 결합해 인간의 노동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집주인이 곧 퇴근한다고 안내하면 가사 관리사인 클로이드가 날씨를 파악해 에어컨, 혹은 난방 장치를 구동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집 안에 있는 모든 가전 기기가 클로이드와 씽큐 온의 지시 아래 집주인의 업무를 대신하는 셈이다.
LG전자는 자사의 주력 가전제품인 텔레비전, 냉장고, 식기세척기, 오븐, 정수기, 세탁기(건조기) 등에 AI 기능을 삽입해 고객의 편의성을 대폭 끌어올리는 동시에 최고 사양 제품을 고객이 ‘구독’하는 상황을 꿈꾸고 있다. 이 같은 개념을 이해하면, 어쩌면 LG전자가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먼저 로봇과 AI 시대의 수혜를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관세부터 환율, 해운 운임까지…당장 실적은 부진
문제는 이 같은 비전만으로 투자하기에는 LG전자의 단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있다. 가전 사업 경쟁력이 중국 기업들에 밀려 점점 위축되는 상황에서 환율, 물류(해운), 미국의 관세 정책 등도 우호적이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효과를 기대했는데, 올림픽 효과 자체가 크지 않아 TV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 관세 대응도 상당 부분 대비를 마쳤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 몬트리올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린 데 이어 작년 말부터는 멕시코 멕시칼리 공장을 추가적으로 가동하면서 북미 지역 생산 비중을 40%대에서 60%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다만 LG전자의 사업 구조상 폭발적인 매출 성장은 쉽지 않다. 그나마 깜짝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 냉난방공조(HVAC) 사업인데, LG전자는 2030년까지 여기서만 20조 원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HVAC 사업에서 어떤 성적을 내는지 여부가 로봇 시대 이전의 LG전자 기업 가치에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발톱 숨기고 있는 중국 기업들
LG전자에 또 다른 위협 요인은 모든 국내 제조 기업이 그렇듯 중국 기업이다. 이번 CES는 참여한 중국 기업 수가 예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 500여 개에 그쳤는데, 특히 로봇 강자 기업들이 불참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비자 거부나 정치적 리스크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고성능 AI 칩을 쓴 최첨단 로봇 공개가 규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괜히 자랑하러 갔다가 블랙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샤오미가 참여하지 않았는데, 샤오미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CyberOne), 로봇 개 사이버도그 등은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샤오미는 LG전자처럼 가전 업계에서도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LG전자의 대표적인 경쟁사라고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한 유비텍,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으로 주목받은 바 있는 샤오펭로보틱스가 로봇 신모델을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하는 데 소극적이긴 하지만, 정부 지원 아래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년 한 해 중국 정부가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에 지원한 보조금은 2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CES에서 일부는 클로이드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 거 같지만 대부분은 홈로봇이라는 것을 처음 업계에서 선보인 거라 좋게 평가했다”면서 “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서 실제로 활용하는 로봇이라 가장 안정적인 바퀴를 우선 활용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민영훈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