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는 생산량 저하에 따른 공급량 감소와 소비자 수요 급증이 겹치면서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의약품 데이터 분석 플랫폼 BRP인사이트에 따르면 마운자로 프리필드펜 5.0mg은 1월 5주 차부터 2월 현재 시점까지 수급지수가 ‘불안’ 상태다. 특히 2월 3주 차에는 627건의 입고가 신청됐지만 실제 발송 물량이 단 두 건에 그칠 만큼 공급 부족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2월 2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5가 일대 약국에서는 마운자로 5mg 제품 재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종로5가는 대형 약국이 밀집해 비교적 저렴하게 비만치료제를 구매할 수 있어 이른바 ‘비만약 성지’로 불리는 곳이다. 한 약국 입구에는 ‘마운자로 전 용량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일부 약국은 설 연휴 이전 예약 고객에게만 제한적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종로5가 일대 약국에는 2.5mg, 7.5mg 등 일부 용량만 소량 남아 있었으며, 이마저도 웃돈이 붙어 판매되고 있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마운자로 생산이 단기적으로 줄어 5mg 제품뿐 아니라 7.5mg, 10mg 제품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마운자로 5mg는 본격적인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구간이면서 부작용이 비교적 적어 처방이 집중된 용량이라 물량이 부족하다는 게 인근 약사들의 설명이다. 한 약사는 “연초부터 예상보다 많은 환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다"며 "3월 말쯤 다시 입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X(옛 트위터) 등 각종 SNS와 온라인 플랫폼에서 ‘비만치료제 구매’를 검색하자 마운자로·위고비 대리구매 및 해외직구를 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다수 확인됐다. 게시글 대부분에는 텔레그램 계정이 함께 기재돼 있었다.
기자가 텔레그램 연락처를 통해 접촉한 판매자는 마운자로 2.5mg을 20만 원, 5.0mg을 30만 원 등 용량별로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시중 판매가보다 낮은 수준이었으며 거래는 가상자산 계좌로 진행됐다. 판매자는 대도시의 경우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약국에서도 물량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약을 어떻게 구했는지 묻자 판매자는 “약국 입고 전 유통 단계에서 빼돌린 물량”이라고 했다. 또 고객과의 대화 기록을 제시하며 “약을 구하지 못한 환자뿐 아니라 체중 감량 등 미용 목적으로 구매하는 일반인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해외직구 사이트에서도 비만치료제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해당 사이트는 “제품을 소분하거나 과자 사이에 끼워 포장해 통관에 걸릴 가능성을 낮춘다”, “적발될 경우 재배송해 준다”며 제품 구매를 유도했다. 소비자는 별도의 의사 처방전 입력 없이 원하는 용량을 선택할 수 있었다. 구매 후기란에는 제품을 정상적으로 수령했다는 글과 함께 재입고 문의가 이어졌다. 또 다른 사이트는 예약 시간에 온라인 비대면 진료를 받으면 일본 등 해외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발급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현지에서 약을 구매해 국내로 배송해 주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고 소개하고 있었다.
비만 치료제는 의사 처방에 따라 투여하더라도 설사, 구토, 급성 췌장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은 복부 통증과 메스꺼움, 발열 등을 동반하며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해외직구 제품은 이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제조·유통 경로가 불분명해 진위 확인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해당 제품들이 불법 모조품인 경우 위해 성분이 있을 수 있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마운자로와 위고비 인기에 편승해 이들 의약품의 이름을 교묘히 흉내 낸 가짜 다이어트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최근 식약처는 마운자로와 유사한 명칭의 식품 ‘마운X로’를 판매한 업체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했다. 해당 업체는 약병 모양 용기에 제품을 담고 ‘경구용’, ‘검증된 원료 배합’ 등의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가 의약품으로 오인하도록 광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고와 글씨 색상도 실제 제품과 유사하게 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품은 실제 의약품이 아니라 식물성 원료를 가공한 고형차나 당류가공품 등 일반 식품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이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먹는 위고비’ 표방 다이어트 식품 16개를 조사한 결과, 전 제품에서 GLP-1 계열 등 의약품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또 일부 제품에 포함된 식이섬유 1일 섭취량 역시 체중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 수급 불안이 길어지는 가운데 소비자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국 차원의 엄격한 관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수급이 불안정할수록 불법 경로를 통한 의약품 구매가 늘어날 수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약을 불법적으로 구입할 경우 부작용 위험이 큰 만큼 당국이 유통 처벌을 강화하고 인터넷 모니터링 등을 통해 면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픈마켓에서 위고비나 마운자로 성분이 포함된 것처럼 일반 식품을 홍보·판매하는 행위는 상표법 위반 소지가 있고 소비자 오인을 유발하는 부당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 같은 행태에 대한 행정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