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썸은 2020년 IPO를 추진했으나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 논의와 경영권 분쟁이 맞물리며 계획이 무산됐다. 빗썸은 3년 만인 2023년 말 IPO를 다시 추진했다. 2025년 8월 거래소 사업부문과 비거래소 사업(M&A·벤처투자 등)부문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마친 뒤 올해 상반기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IPO 일정은 또 다시 조정됐다. 빗썸은 올해 3월 31일 열린 제12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2027년 말까지 삼정KPMG와의 IPO 자문 계약을 체결해 상장 준비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상장은 2028년 이후로 예상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황 부진이 IPO 추진에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FIU(금융정보분석원)와 금융감독원이 국내 27개 가상자산사업자를 대상으로 파악한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전년(95조 1000억 원) 대비 7조 9000억 원 감소한 87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거래규모는 상반기 6조 4000억 원에서 하반기 5조 4000억 원으로 줄었다.
빗썸의 연결 기준 2025년 연간 매출은 6513억 원으로 전년(4964억 원) 대비 31.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635억 원으로 전년(1337억 원)보다 22.3% 늘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가상자산 시세 하락 여파로 평가가치가 떨어지면서 전년(1619억 원) 대비 51.79% 감소한 78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추가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이나 인지도 상승 목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상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장 시점도 중요하다. 기업가치가 고점이라고 판단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장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빗썸은 내부통제 리스크와 금융당국 제재라는 악재도 해결해야 한다. FIU는 지난 3월 16일 빗썸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을 이유로 영업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368억 원을 부과했다. 같은 법 위반으로 지난해 11월 두나무(업비트 운영사)가 받았던 영업 일부정지 3개월·과태료 352억 원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FIU는 특금법 위반 사항 약 665만 건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해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18개사와 가상자산 이전 거래 총 4만 5772건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했다. 고객확인의무와 거래제한의무(고객확인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고객에 대한 거래 제한) 위반은 약 659만 건이 확인됐다. 실명확인증표 사본을 보관하고 있지 않는 등 자료보존의무를 위반한 사실은 약 1만 6000건이다.
이에 따라 빗썸은 영업 일부정지 상태에서 신규 가입자에 한해 6개월간 외부 거래소로 가상자산 이전(입출고)이 한시적으로 제한된다. 기존 고객은 제한 없이 거래 가능하며, 신규 고객도 가상자산 매매·교환, 원화 입출금 등은 제한하지 않는다. 현재 빗썸 측은 FIU를 상대로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을 내고, 처분 효력을 임시로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자문위원인 황석진 동국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4월 9일 예고된 두나무-FIU 간 행정소송 1심 판결에 따라, 빗썸 측의 영업 일부정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며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스텔라와의 오더북(호가창) 공유 문제와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에 대한 징계도 남아있는데, 빗썸 입장에서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내부통제 이슈와 금융당국 제재는 상장 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발간한 보고서 ‘코스닥 상장심사 이해와 실무’에 따르면 경영성과 등 형식적 요건뿐만 아니라 경영 투명성과 내부통제 등 질적 요건도 상장 심사 항목이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가상자산 2단계법(디지털자산기본법)도 변수도 꼽히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정에 따라 3년 안에 대주주 지분을 20%로 맞춰야 한다. 빗썸의 최대주주는 빗썸홀딩스로 현재 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술력이나 혁신성 등이 상장 심사 항목에 들어가 있지만, 투자자 피해 방지 차원에서 지속성장 가능성을 면밀히 확인할 수밖에 없다”며 “가상자산발행(ICO)이 국내에 여전히 금지돼 있는 등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강한 상태인데, 가상자산사업자가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구체적 요건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빗썸 입장에서는 난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빗썸 관계자는 “업계 최초 상장 추진인 만큼 내부 검증을 철저히 하고 있으며, 회계 정책 정비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사전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업 측면에서는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기존 거래 수수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신규 수익모델 확대를 병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