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동기 범죄가 아닌 이상 모든 살해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 피해 영아들이 왜, 어떻게 죽어갔는지 본질을 규명하기 위해 법원 사법정보공개포털에서 비실명 처리가 완료된 22건의 1심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했다. 다만 피해자 유족의 신원 보호 필요성이 인정되거나 피고인이 소년범인 경우 등의 이유로 열람이 제한된 판결문은 제외했다.
조사 결과 영아 사망 사건 22건은 모두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됐으며, 이 가운데 영아살해죄가 10건, 아동학대살해죄가 7건, 일반 살인죄가 5건이었다. 2021년 3월까지는 영아를 살해할 경우 영아살해 또는 일반 살인으로만 처벌받았다. 또 학대는 있었으나 고의 없이 과실로 영아를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됐다.
정인이 사건 이후 영아 살해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2021년 3월 아동학대처벌법에 ‘아동학대살해죄’가 신설됐다. 해당 조항은 출생 후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영아를 대상으로 물리적 폭력을 가하거나 자신의 학대 범죄가 발각될 것을 우려해 위독한 영아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해 미필적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적용된다. 사법부는 아동학대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아동을 살해할 경우 일반 살인죄보다 무겁게 다뤄, 사형·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기존에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해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 ‘영아살해죄’를, 영아살해죄 요건(분만 직후 범행 정황)에 해당하지 않고 영아를 살해한 경우 ‘살인죄’를 적용했다. 어감 때문에 형이 무거워질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영아살해죄는 형이 감경되는 범죄이며, 이 때문에 ‘생명권 경시’ 등의 비판에 휩싸였다. 결국 영아살해죄는 법 개정을 거쳐 2024년 2월에 폐지됐다.
영아살해죄가 폐지된 뒤에는 고의로 영아를 살해한 경우 죄명이 아동학대살해와 일반 살인으로만 구분된다. 두 죄명을 나누는 기준은 ‘학대 행위 수반 여부’다. 즉, 고의로 영아를 살해했는데 학대 행위가 동반됐다면 아동학대살해, 그렇지 않다면 살인이다. 2024년 8월 서울동부지법 재판부는 “살해를 위한 별도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피고인 측의 논리에 대해 “출산 직후 피해자의 생존에 필수적인 보호 조치를 수행하지 않고 피해자를 유기하는 아동학대범죄를 저질렀다”고 판시하며 아동학대살해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최근 5년 동안 영아를 살해한 사건 중에서 피고인이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은 7건(31%)이었다. 나머지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 15건 가운데 징역 10년 이상의 형량을 받은 피고인은 5명밖에 되지 않았다. 절반에 가까운 사건 피고인에 대해 영아살해죄 적용으로 인한 감경 요소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2024년 선고가 이뤄진 한 판결문에는 “이 사건 범행은 영아살해죄가 폐지되기 전에 행해진 것으로 영아살해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는 내용을 양형 기준에 고려했다.
분석 결과 절반에 해당하는 11건의 영아 살해 사건이 범행 과정에서 보호 조치가 필요한 피해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10건은 직접적인 물리적 가해 행위가 동반됐다. 또한, 50%(11건)의 피고인이 피해자 사체를 유기 또는 은닉했다. 출산 및 사망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체를 유기하거나 은닉한 사례도 확인됐다. 사체유기·은닉죄는 영아살해죄와 경합 범죄로 높은 비율로 병합 기소되는 경향을 보였다.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였음이 증명된 경우 사법부의 선처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정서적 고립과 중증 산후우울증이 인정된 사건에서는 심신미약과 남편의 처벌 불원 등이 참작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또,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뒤 극도의 공황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초범 피고인에게는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반면 피고인의 폭력성과 비정함이 명백해 참작의 여지가 적은 범행도 있었다. 생후 2개월 영아에게 치명적 물리력을 가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친모(22)에게 징역 18년이 선고된 사례도 있었다.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생후 9개월 아이를 상습 폭행하다가 끝내 살해한 30대 친부 A 씨에게는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최근 2심 재판부 역시 A 씨에 대해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공혜정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영아 살해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법과 시스템은 개선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현장에서 ‘벽’을 느끼게 한다”면서 “결국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부모의 소유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생명체로 존중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홍보 필요성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공혜정 대표는 “2년 전 보호출산제가 도입됐지만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또 전국적으로 아이들을 보호하는 시설이 수백 개에 달한다”면서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국가에 안전하게 위탁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예컨대 7명 미만의 아동을 가정형 환경에서 보호하며 대학까지 지원하는 ‘아동·청소년그룹홈’ 같은 복지 제도를 다각도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4년 7월부터 모든 영아가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즉시 국가에 등록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와 신원 노출을 꺼리는 여성들을 위해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가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에만 26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등 병원 밖 출산 비율은 오히려 늘어나는 등 제도가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편, 지난 5월 13일에는 정인이 학대를 방조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정인이 양부 안 아무개 씨가 만기 출소했다. 형기를 마친 그에게는 다시 사회적 삶이 주어지겠지만, 두 해를 못 넘기고 세상을 떠난 정인이에게 ‘다음’은 없다. 22건의 판결문은 각 사건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렸지만, 공통적으로 “생명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존엄한 가치”라고 천명했다. 그러나 법정의 이 숭고한 선언은 잔혹한 현실 앞에서 무력한 수사로 전락하고 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