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지분 9.65% 전량 인수를 논의할 예정이다. 2021년 지분 인수 계약 당시 소프트뱅크에 부여된 풋옵션 조항에 따른 것으로, 인수 추진 금액은 약 3억 2500만 달러(약 5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인수가 실행되면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정의선 회장 측의 보스턴다이내믹스 합산 지분율은 현재 90.35%에서 100%가 된다.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지자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이 향후 그룹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재원의 일부로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 회장이 2020년 10월 그룹 회장직에 올랐지만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0.33% 보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점이 이러한 관측의 배경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어, 정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현대모비스 지분 추가 확보가 필수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현재 기아·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에 더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현대모비스 지분과 교환해 ‘정의선 회장→현대모비스→HMG글로벌→보스턴다이내믹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소프트뱅크 지분 인수 추진 가격을 기준으로 환산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전체 지분가치는 약 33억 7000만 달러(약 5조 원)이며 여기에서 정 회장의 보유 지분(22.6%) 단순 평가액은 약 7억 4200만 달러(약 1조 1400억 원) 수준이다.
DS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현대모비스를 분할하는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를 전제로 정의선 회장이 기아와 현대제철이 보유하게 될 존속법인 지분을 매입하는 데 약 3조 원(보고서 작성 당시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보유 지분의 상속 또는 증여에 따른 세금 약 2조 8000억 원까지 고려하면 지배구조 개편과 지분 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이 약 5조 8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해당 보고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시 기업 가치가 최대 16조 4000억 원에 이를 수 있고, 정 회장 보유 지분 평가액은 최대 3조 70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2027~2028년 상장 추진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제조 현장 투입과 대량 생산 계획을 구체화하며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온라인 매체 세마포(Semafor)와 인터뷰에서 “2028년까지 제조 시설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배치하고,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 대의 아틀라스를 생산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직 자체 영업활동만으로 연구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지 못해 현대차그룹 내 계열사들의 유상증자 등을 통한 투자금 조달에 의존하고 있으며 적자 규모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과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누적 투자액은 2021년 최초 지분 인수 대금 약 1조 원과 2022~2025년 네 차례 유상증자를 합쳐 약 2조 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당기순손실은 2021년 1969억 원, 2022년 2250억 원, 2023년 3348억 원, 2024년 4405억 원, 지난해(2025년) 5284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1501억 원을 기록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상장하면 정 회장에게 상당한 규모의 실탄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에는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승계 재원으로 거론됐지만 중복상장 논란과 건설업 침체로 어려워진 만큼, 현재로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정 회장은 구주매출이나 지분 담보 등을 통해 수조 원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나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정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개인적으로 보유한 상황에서 계열사들이 추가 출자와 사업 지원을 이어온 구조는 총수 개인 지분가치 상승과 맞물려 주주 가치 관점에서 이해상충 및 소액주주 이익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독립적인 이사회 검토와 투명한 가치 평가 공시, 정 회장 보유 지분의 활용 계획 등에 대한 사전 설명을 통해 시장의 의구심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