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비밀 유지 대가로 거액 제안 폭로돼 시끌…자녀와 부인들 집단촌에 모여 살도록 구상해 ‘눈길’
[일요신문]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55)의 열세 번째 아이를 낳은 것으로 알려진 인플루언서 애슐리 세인트클레어(28)가 최근 이를 비밀로 유지해 주는 대가로 머스크 측으로부터 거액을 제안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해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세인트클레어가 주장하는 액수는 선급금 1500만 달러(약 200억 원)를 포함해 21년간 매달 10만 달러(약 1억 원)씩, 총 4000만 달러(약 530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당시 “아이들의 존엄은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한 세인트클레어는 현재 아들의 존재를 당당하게 세상에 공개한 상태다. 다만 머스크 측이 이런 주장을 부인하고 있어 앞으로 진실 공방은 거세질 전망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머스크의 은밀한 출산 계획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출생률 하락을 가리켜 ‘문명의 위기’라고 주장하면서 모두가 더 많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외쳐온 머스크가 왜 정작 자신의 아이는 비밀 계약으로 꽁꽁 숨겨두려고 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머스크가 지지하는 실리콘밸리와 미 보수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출산 장려 운동’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은 과연 그 배경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애슐리 세인트클레어가 아이 낳은 사실을 비밀로 하는 대가로 일론 머스크로부터 거액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세인트클레어가 9월 8일 베니스 영화제 ‘머스크’ 포토콜 행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세인트클레어는 보수 성향의 온라인 매체와 소셜미디어(SNS)에서 활동했던 인플루언서로, 2024년 머스크의 아들을 출산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머스크 측으로부터 금전적 제안을 받은 건 아이가 태어나고 두 달쯤 지났을 때였다. 머스크의 자금 관리인이자 오랜 측근인 재러드 버철이 저장되지 않는 메시지 기능을 통해 계약서를 보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계약서에는 머스크와의 관계를 평생 입 밖에 낼 수 없고, 비밀 유지 의무는 상속인에게까지 적용된다는 조건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당시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밝힌 세인트클레어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내 아이가 아버지의 존재를 숨긴 채 살아가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인트클레어가 제안을 거절하자 버철은 “당신은 지금 발언권을 협상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에 대해 세인트클레어는 “아이들의 존엄은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세인트클레어의 이 같은 주장은 2025년 ‘월스트리트저널’의 탐사보도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고, 지난 9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다큐멘터리 영화 ‘머스크’를 통해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세인트클레어는 이 영화에서 머스크와의 관계, 그리고 금전 협상 과정을 낱낱이 폭로했다. 다만 영화가 공개되자 머스크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세인트클레어에게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으며, 그가 과거에도 거짓 주장을 한 전력이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아카데미 수상 경력이 있는 알렉스 기브니 감독이 연출한 4시간 분량의 장편 다큐 영화인 ‘머스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통해 거대한 제국을 구축한 머스크의 성공 과정뿐만 아니라 가족, 과거 동료, 기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의 사생활과 권력 행사 방식을 추적했다. 이에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머스크는 기브니 감독을 비난하면서 이 작품이 자신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자신과 갈등을 겪었거나, 비판적인 사람들 일색이라는 것이다. 이런 항의에 대해 기브니 감독은 머스크와 가까웠던 인물들 가운데 상당수가 인터뷰를 꺼렸으며, 이들이 느낀 두려움 자체가 취재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반박했다.
세인트클레어가 영화 출연을 결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는 베니스영화제 인터뷰에서 “물질적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진실을 말할 권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본보기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인트클레어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의 탐사보도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사진=월스트리스저널 홈페이지세인트클레어와 머스크의 만남은 비공개, 즉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이전 관계에서 낳은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였던 세인트클레어는 2023년 X를 통해 머스크와 처음 접촉했고, 이후 개인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친분을 쌓아 나갔다. 당시 세인트클레어는 보수 성향의 온라인 매체 ‘더 바빌론 비’에서 정치적 논평을 하던 인플루언서였다.
머스크가 먼저 자신의 게시물에 흥미를 느껴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한 세인트클레어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머스크와 매일 연락을 주고받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이를 연애 관계라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자신이 특별히 선택받은 유일한 여성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24년 1월, 세인트클레어는 머스크와 함께 카리브해의 생바르텔레미섬으로 여행을 갔다. 당시 머스크가 자신에게 아이를 열 명은 낳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함께 아이를 갖자고 제안했다는 것이 세인트클레어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머스크는 “내가 가진 자원 가운데 가장 제한적인 건 시간”이라고 말했다. 세인트클레어 역시 더 많은 아이를 원했기에 이런 머스크의 말은 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부유한 남성 사이에서 아이를 낳는다면 경제적으로 아이들을 풍족하게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임신 이후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세인트클레어는 머스크와 그라임스 사이의 양육권 분쟁을 지켜보면서 자신 역시 법적으로 보호받을 방법을 찾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머스크와 그라임스 사이에는 세 자녀가 있었으며, 두 사람은 양육권과 거주지를 둘러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가 2023년 텍사스에서 친자 관계를 확립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고, 그라임스는 캘리포니아에서 ‘주된 신체적 양육권(세 자녀가 주로 누구와 함께 살며, 누가 주된 돌봄을 맡을지를 정하는 권리)’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라임스는 소송 때문에 파산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머스크보다 훨씬 적은 자원과 전략적 역량을 갖고 있어 불리했다고 토로했다.
세인트클레어는 출산을 한 후부터 머스크와의 관계가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머스크가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적극적으로 연락을 해왔지만,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세인트클레어가 가장 문제 삼은 것은 버철을 통해 머스크가 제안한 비밀 유지 계약이었다. 이 계약서에 서명하게 될 경우, 아이의 존재 자체를 세상에 떳떳하게 공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세인트클레어는 아들의 친부가 누구인지 확실히 하는 한편, 그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아들이 아버지의 존재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관계를 원했다. 계약을 거부하는 세인트클레어에게 버철은 “머스크는 매우 너그럽고 친절한 사람이지만 다른 면도 있다”고 말하면서 “만일 법적 절차를 밟으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불리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머스크는 2022년 X를 통해 “출산율 붕괴는 인류 문명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라고 주장하는 등 여러 차례 자신의 출산관을 밝혔다. 지난해 2월 11일 백악관에서 아들 X Æ A-Xii와 함께. 사진=AP/연합뉴스그렇다면 과연 세인트클레어가 주장한 액수는 사실일까. 양측의 주장이 다른 데다 문서로 남아 있지는 않은 까닭에 무엇이 사실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머스크는 2025년 3월 X에 올린 글에서 세인트클레어에게 250만 달러(약 33억 원)를 지급했고, 매년 50만 달러(약 6억 원)를 양육비 명목으로 보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세인트클레어는 머스크의 이 주장에 대해 “머스크가 양육비를 60% 삭감했다”고 반박하면서 지급액이 월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 수준에서 4만 달러(약 5000만 원), 이후 2만 달러(약 2500만 원)로 계속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폭로를 계기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머스크의 출산관이다. 머스크가 이렇게 자녀를 많이 두려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공개적으로 알려진 머스크의 자녀들은 첫 번째 부인 저스틴 윌슨과의 사이에서 여섯 명, 그라임스와의 사이에서 세 명, 시본 질리스와의 사이에서 네 명, 세인트클레어와의 사이에서 한 명 등 총 열네 명이다.
이와 관련, 자신의 출산관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힌 머스크는 2022년 X를 통해 “출산율 붕괴는 인류 문명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이라고 주장했다. 2023년에는 보수 논객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피임과 낙태가 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는 성적인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는 취지로 비난했는가 하면, 2024년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는 인구 감소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최소 세 자녀를 낳으라고 권하기도 했다. 요컨대 출생률이 낮아지면 장기적으로 사회를 유지할 인구가 줄어들고, 미래의 경제와 문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같은 머스크의 출산관에는 미래 세대의 번영을 중시하는 장기주의 철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머스크는 관련 철학을 다룬 윌리엄 맥어스킬의 저서에 공감을 표하면서 지지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2024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역시 머스크의 출산 장려 활동을 다룬 심층 기사에서 머스크가 인구 감소를 단순한 사회적 변화가 아닌, 문명 존속의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알려진 자녀 수를 늘려 가는 동시에 인구 문제를 연구하는 학계와 관련 기관에도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 재단은 2021년, 텍사스대 오스틴에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익명으로 기부했으며, 이 기부금은 ‘인구복지 이니셔티브’라는 연구 조직을 설립하는 데 사용됐다. 이 연구 조직은 공식적으로는 정량적 사회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체적으로는 낮은 출산율이 장기적으로 인류의 번영을 위협한다는 생각을 정당화하기 위한 출산율과 인구복지를 연구하고 있는 곳이다. 다만 조직 책임자인 경제학자 딘 스피어스는 자신의 연구가 학술적으로 검토된 자료와 유엔의 인구 전망에 기반하고 있으며 기부자, 즉 머스크가 연구 내용이나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뉴럴링크’ 임원 출신인 시본 질리스와 머스크는 슬하에 네 자녀를 두고 있다. 사진=시본 질리스 X머스크가 자녀 욕심이 많은 이유를 이해하려면 평소에 보이는 그의 태도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인트클레어의 주장에 따르면, 머스크는 한동안 몽골 제국의 제5대 대칸인 쿠빌라이 칸에 관한 팟캐스트를 즐겨 들었다. 쿠빌라이 칸은 칭기즈 칸의 후손으로, 마르코폴로의 기록에 따르면 아들만 47명을 둔 인물이다. 또한 세인트클레어는 이와 관련, 머스크가 더 많은 아이를 갖는 일을 단순한 개인적 욕망이 아닌 미래를 위한 계획처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머스크가 자신에게 “‘아이들 군단(a legion of children)’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고도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2025년 탐사보도에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머스크가 자신의 아이들과 부인들이 텍사스주 오스틴의 한 대규모 주거 단지에 모여 살도록 하는 방안을 구상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단순히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하나의 대저택이라기보다는 가까운 거리에 모여 생활하는 집단촌과 같은 형태였다.
실제 이와 관련, 머스크와 연계된 유한책임회사(LLC)들이 오스틴 서쪽의 웨스트레이크힐스 지역에 여러 채의 주택을 확보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 고급 주택들은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각각 별도의 건물이며, 규모는 대략 560~840㎡ 정도다. 주택마다 수영장과 넓은 부지가 있고, 사생활 보호를 위한 보안 카메라도 설치돼 있다.
하지만 이 제안을 받아들인 사람은 질리스 한 명뿐이었다. 현재 질리스는 네 자녀와 함께 이 주거 단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한 제안을 받았던 그라임스와 세인트클레어는 이를 거부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머스크가 주장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출산 장려가 실제 자신의 자녀를 낳은 여성들과 맺어온 관계를 보면 과연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요컨대 비밀 유지 계약을 둘러싼 공방, 양육비 삭감 논란, 자녀들의 어머니와 벌인 양육권 분쟁은 그가 말하는 미래와 아이들이 살아가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녀를 많이 두는 것과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들은 머스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이 세상에 남기려는 건 수많은 자녀들인가, 아니면 그 자녀들이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삶인가’.
미국 내 ‘출산 장려 운동’이 불러온 논쟁…첨단 기술로 미래 세대를 설계한다고?
“인류가 죽어가고 있다(Humanity is dying).”
일론 머스크는 폭스뉴스 앵커 브렛 바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이 잠을 이루지 못하도록 하는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나라의 출생률이 매우 낮다”면서 “바뀌지 않으면 문명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산장려주의자 시몬 콜린스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기술과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시몬 콜린스 인스타그램이처럼 머스크가 여러 차례 강조해 온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감은 최근 미국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는 출산 장려 운동, 이른바 ‘프로내털리즘(출산장려주의)’과 맞닿아 있다. 프로내털리즘은 출산과 자녀 양육을 장려하는 운동이지만, 단순히 아이를 많이 낳자는 주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출산을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과제로 바라보고 정부 정책으로 출산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포함한다. 근래 들어서는 실리콘밸리의 기업가들과 투자자, 종교적 보수주의자,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조하는 우파 인사들이 이 운동을 매개로 결집하고 있기도 하다.
일례로 2025년 3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출산장려주의자들의 행사 ‘내털 콘(Natal Con)’은 이 운동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었다. 당시 이 행사에서 눈길을 끈 인물 가운데 한 명은 네 아이의 어머니인 시몬 콜린스로, 다섯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독특한 차림이었던 콜린스는 자신의 스타일을 가리켜 ‘테크노 퓨리턴(Techno-puritan)’이라고 불렀다. 이른바 청교도 시대를 연상시키는 보닛과 린넨 옷에 현대적인 테크 이미지를 결합한 스타일이었다.
그가 ‘내털 콘’에 참석한 목적도 분명했다. 미국 공영방송 NPR 인터뷰에서 콜린스는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인구 붕괴가 재앙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깨닫게 하는 것”이라면서 “가족과 아이를 중시하는 문화와 부모의 목을 조르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콜린스 부부는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술과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들 부부 역시 체외수정을 통해 자녀를 낳았고, 배아를 질병 위험과 정신건강 문제, 잠재적 지능 등을 고려해 선별했다고 밝혔다. 콜린스 부부의 사례는 미국 출산 장려 운동이 단순히 출산 횟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첨단 기술을 통해 미래 세대의 특성까지 설계하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럼 미국의 출산 장려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떤 부류들일까. 여기에는 크게 두 부류들이 있다. 한쪽에는 머스크와 콜린스 부부처럼 기술과 생명공학을 이용해 더 많은 아이를 낳는 동시에 인간의 잠재력을 높이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는 여성은 가정에 머물러야 한다는 보수적인 성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페미니즘과 사회적 변화를 출산율 하락의 원인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두 진영은 체외수정이나 유전공학, 정부의 역할을 두고는 의견이 다르지만 현대 사회가 가족과 출산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은 동일하게 갖고 있다. 머스크가 이 운동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인구 감소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뿐 아니라 실제로 여러 자녀를 둔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머스크 외에도 출산 장려 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유명 인사로는 JD 밴스 부통령이 있다.
2025년 2월, 밴스는 부통령 취임 후 첫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에서 더 많은 아이가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공개 발언했다. 그리고 같은 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체외수정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미국 교통부는 결혼율과 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지역에 우선순위를 주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출산 장려 운동은 일부 민간 인사들의 주장에 머물지 않고 정부 정책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2025년 보도한 ‘프로내털리즘의 부상: 왜 머스크, 밴스 그리고 우파들은 여성들이 더 많이 출산하기를 원하는가’의 기사에서 프로내털리즘이 기술 중심의 우파와 전통적 종교 보수주의자들을 연결하는 이념적 다리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운동을 둘러싸고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인구 구성에 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내털 콘’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이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콜린스는 여성의 경력과 교육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반면 2023년 처음 행사에 참여한 사업가 찰스 헤이우드는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직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미니즘과 인종 및 성별에 관한 기존 질서의 변화를 출산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실리콘밸리의 슈퍼 베이비 출산 프로젝트’ 제하의 기사에서 유전자 검사 스타트업 ‘오키드’를 집중 조명했다. 사진=워싱턴포스트 홈페이지그런가 하면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출산 장려 운동에서 특히 논쟁이 되고 있는 점은 유전자 검사와 배아 선별이다. 2025년, ‘워싱턴포스트’는 ‘실리콘밸리의 슈퍼 베이비 출산 프로젝트’ 제하의 기사에서 유전자 검사 스타트업 ‘오키드’를 집중 조명했다. 이 회사는 체외수정 과정에서 얻은 배아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특정 질병의 위험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오키드’ 창업자인 누르 시디키는 2025년 봄, 오스틴의 한 가정집에서 열린 행사에서 출산을 앞둔 여성들과 함께 기술을 통한 자녀 건강관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 가운데는 머스크와의 사이에서 네 자녀를 둔 ‘뉴럴링크’ 임원 출신인 질리스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관계자의 말을 빌려 머스크와 질리스의 자녀들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이 ‘오키드’의 검사를 거친 배아에서 태어났다고 추측했다. 참석자들은 ‘BABIES’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이 모습은 출산 장려 운동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생식 기술을 활용하는 부유한 테크 기업가들의 생활 문화와 연결돼 있음을 나타냈다.
‘오키드’는 배아의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고, 단일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질환뿐 아니라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의 위험도 점수화해서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배아 검사 비용은 배아 하나당 2500달러(약 330만 원)며, 체외수정 비용은 1회에 평균 2만 달러(약 2700만 원) 수준이었다. 높은 비용에 대해 회사 측은 광범위한 유전자 검사가 유전질환을 가진 아이가 태어날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디키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아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사람들이 운에 맡기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체외수정과 유전자 검사가 더 널리, 저렴하게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희귀 유전질환을 걱정하는 부모에게 유전자 검사는 건강한 아이를 낳을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배아의 유전정보로 미래의 건강과 지능을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과학계의 반론도 적지 않다. 스탠퍼드대 병리학 교수인 스베틀라나 야첸코는 소수의 배아 세포에서 DNA를 증폭하는 과정이 상당한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야첸코는 이런 방식으로 특정 질환이 없다고 확신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서 “기본적으로 러시안룰렛과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캘리포니아공대의 계산생물학자인 리오르 파흐터는 유전자 점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부모가 실제보다 더 큰 통제력을 갖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능을 비롯한 인간의 복잡한 특성은 수많은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특정 유전자 점수가 미래의 지능이나 질병을 정확히 예측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암암리에 유전자 선별 서비스는 종종 이용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임원인 로샨 조지와 그의 아내 줄리 강의 사례를 소개했다. 부부는 유전성 난청을 일으키는 변이를 자녀에게 물려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오키드’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부부는 배아 열두 개를 검사하는 데 체외수정 비용 외에 3만 달러(약 4000만 원)를 추가 지출했다. 검사 결과 여섯 개의 배아가 이식 가능한 상태였고, 그 가운데 두 개는 해당 변이가 없었다. 부부는 질환 위험뿐 아니라 다른 유전적 위험 점수도 검토해 배아를 선택했고, 그렇게 선별한 배아로 2025년 딸을 얻었다.
미국의 출산 장려 운동은 인구 감소라는 실질적인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해법을 둘러싼 논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더 많은 아이를 낳도록 개인을 설득할지, 출산과 양육에 필요한 사회적 지원을 확대할지, 생식 기술과 유전자 검사를 통해 출산의 불확실성을 줄일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