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수 대표는 2003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22년 대표이사가 됐다. 이환성 회장에게는 외동딸이 있지만 회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2~3년간 승계 방안을 고민했으며 양측 가족의 협의와 합의를 거쳐 입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민법상 양자는 입양 때부터 양부모의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갖는다.
지난해 말 기준 세라젬 지분은 이환성 회장이 60.50%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이 31.82%에 달해 이 회장의 의결권 기준 실질 지배력은 88.7%에 이른다. 이경수 대표가 향후 이 회장 보유 지분 대부분을 상속받는다면 일부를 처분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민법상 배우자는 자녀보다 상속분을 50% 더 받는다. 배우자가 생존해 있다고 가정하면 이환성 회장의 공동상속인 법정상속분은 배우자 3/7, 친딸 2/7, 이 대표 2/7이다. 배우자가 없다면 딸과 이 대표가 각각 절반이다.
물론 법정상속분대로 세라젬 주식을 나눠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속인끼리 재산분할에 합의할 수 있고 유언도 가능하다. 특히 올해 3월부터 민법은 유류분이 침해됐을 때 부족분을 원칙적으로 ‘재산 반환’이 아니라 ‘가액 지급’으로 청구하도록 바뀌었다. 친딸의 유류분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세라젬 주식을 떼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세라젬 주식을 이 대표에게 집중시키고 배우자와 딸에게 현금·금융자산·부동산 등 다른 재산을 배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주목되는 부분은 세금이다. 비상장사인 세라젬의 기업가치를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을 기준으로 추정하면 3000억~4000억 원 정도다. 지분 10%면 300억~400억 원이다. 이에 따른 증여세만 150억~2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 이경수 대표가 세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했을 가능성은 있다.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 아니라면 대규모 비상장주식을 상속받을 때 가장 큰 고민은 세금이다. 상속받으면서 상속세를 내야하고, 이후 주식을 현금화할 때 양도소득세를 부담할 수도 있다. 상속세법을 보면 상속인은 각자가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부담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받은 재산을 한도로 다른 상속인의 상속세까지 연대해 납부할 의무가 있다.
이경수 대표가 세라젬 주식 대부분을, 배우자와 딸이 다른 재산을 상속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이 대표의 연대납세 한도가 충분하다면 자신의 상속세뿐 아니라 배우자와 딸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까지 대신 낼 수 있다. 국세청도 연대납세의무 범위 안에서 다른 상속인의 세금을 대신 낸 경우 별도의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물론 자신이 받은 상속재산의 한도를 넘어 대신 납부하면 초과분은 증여로 볼 수 있다.
이경수 대표를 양자로 받아들이면서 이환성 회장과 가족들이 어떤 합의를 했는지는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 다만 최근 LG그룹의 경우 고 구본무 회장의 재산을 상속받으면서 구광모 회장이 (주)LG 지분 대부분을 물려받는 조건으로 다른 공동상속인의 상속세를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3~4년 전 기업공개(IPO·상장) 가능성이 제기되던 세라젬은 기업가치가 1조 원대로 추정되기도 했다. 최근 실적이 다소 부진해 현재 기업가치는 당시보다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상장이 이뤄진다면 이경수 대표는 물려받은 지분 일부를 처분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본인과 다른 공동상속인들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길을 열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