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발행된 무기명채권은 무려 3조 8700억 원에 달했다. 한국증권금융에서 발행한 증권금융채권이 약 2조 원으로 가장 많이 유통됐으며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중소기업진흥공단 발행)이 1조 원, 고용안정채권(근로복지공단 발행)이 870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한바탕 시장을 휩쓸고 간 무기명채권은 2003년 6월부터 순차적으로 만기(5년)가 도래하면서 점차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갔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증권금융채권 발행 물량 중 10억 5000만 원 정도만 회수되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만기가 지났음에도 미처 현금화하지 못한 전두환 일가의 무기명채권을 발견해도 미납 추징금(1672억원)에 비해 지극히 소액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주택채권을 고려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국민주택채권은 정부가 국민주택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채의 일종이다. 이 역시도 발행 초기엔 현금처럼 소유한 사람에게 재산권을 인정해주며 양도와 매매 등이 자유로워 무기명채권으로 분류됐다. 이러한 특성으로 국민주택채권마저 돈세탁 및 비자금 조성 창구로 악용되자 국토해양부는 2004년 채권 발행방식을 실물발행에서 등록발행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가 국민주택채권의 발행 방식이 바뀌기 전 보유하고 있던 무기명채권을 대량 세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2004년 차남 재용 씨가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이런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재용 씨가 2002년 6월 보유하고 있던 액면금 30억 원 상당의 무기명채권을 판매한 후 새로 발행된 국민주택채권을 반복적으로 사들이는 수법으로 재산을 증식한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처럼 전 전 대통령의 무기명채권에 대해서는 워낙 변수가 많아 검찰 수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