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전 총재의 지난 10월30일 대선자금 관련 사과 기자회견. 이 전 총재는 이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며, 감옥에 가더라도 내가 가야 한다”고 밝혔다. | ||
서 변호사의 긴급체포 소식은 서초동 법조타운과 여의도 한나라당사에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법조인으로서나, 이회창 전 총재의 최측근으로서 그가 차지한 비중이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서 변호사는 이 전 후보의 경기고-서울법대 후배로, 이 전 후보가 자신을 따르던 후배 법조인들 중에서도 가장 총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서 변호사는 지난해 6월 이 전 후보의 법률고문으로 영입된 이후 이 전 후보의 아들 정연씨의 신검부표 파기 의혹 등 ‘병풍’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직접 서울지검 기자실을 찾아와 해명하는 등 ‘이 후보 구하기’에 열성적으로 앞장섰다.
이에 앞서 그는 ‘세풍’ ‘안풍’ 등 한나라당 관련 사건 때 이 전 후보의 동생 회성씨 등의 변호인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또한 법무법인 광장의 창립 멤버인 그는 2001년 1월 광장이 법무법인 한미와의 합병을 통해 국내 4대 로펌 중 하나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
▲ 서정우 전 법률특보. | ||
서 변호사와 친분이 있던 한 변호사는 “이회창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지난해 대선 때 서 변호사는 이미 이 후보 주변 실세 중의 실세로 통했다”며 “서 변호사는 당시 이 후보가 당선되는 즉시 법무부 장관 정도의 요직에 중용될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고 전했다.
일단 지금까지 전해진 바로는, 대선 당시 서 변호사가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수행한 역할은 SK 자금 1백억원을 받아 당에 넘긴 최돈웅 한나라당 의원보다 훨씬 막중하고 대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서 변호사의 위상은 1998년 이른바 ‘세풍사건’ 당시의 이석희 국세청 차장과 이회창씨 동생 이회성씨 정도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가 이석희 전 차장 등과 마찬가지로 기업체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정치자금을 요구해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제 당연히 세인들의 관심은 과연 이 전 후보가 자신이 끔찍히 아끼던 서 변호사의 ‘모금 활동’을 사전·사후에 알고 있었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검찰도 이런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서 변호사를 세게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 전 후보는 지난 10월 귀국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돈웅 의원의 SK 자금 모금 건 등에 대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며, 감옥에 가더라도 내가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검찰은 “이제 수사를 시작했는데 이 전 후보 얘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며 이 전 후보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서 변호사의 위상 등을 감안할 때 이 전 후보도 이미 대선자금 수사의 사정권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