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실천한 성인 이름을 교황명으로…
교황의 갑작스런 사임에 바티칸은 분주해졌다. 즉시 콘클라베(교황 선출 방식)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콘클라베에서는 교황의 선거권자이자 피선거권을 동시에 갖고 있는 추기경들이 모여 교황 선출을 위한 투표를 행한다. 3분의 2 이상 다수결이다.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된 2013년 콘클라베에는 전 세계에서 115명의 추기경이 소집되었다. 누군가가 교황이 되기 위해서는 77명의 표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유력한 후보가 없어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어했던 차기 교황을 정확하게 점친 안드레아도 이 점에 주목했다고 한다. 안드레아는 “3분의 2의 표만 확보하면 된다는 점을 주목하면 예측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이 투표는 모든 것이 비밀에 부쳐진다. 콘클라베는 ‘열쇠로 잠근다’는 뜻이다.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신속한 투표를 위해 추기경들은 시스티나성당에 감금된다. 2013년 콘클라베도 마찬가지였다. 3월 12일 오후 5시 30분경 115명의 추기경들은 시스티나성당 입장 후 성당은 폐쇄됐다.
유폐된 추기경들은 오로지 빵과 포도주, 그리고 물만을 공급받는다. 사전에 도청장비를 검사하고 통신기기 반입이 엄격하게 불허된다. 선거가 한 차례 끝날 때마다 투표용지로 연기를 피워 외부로 결과를 알린다. 이 연기가 유일한 외부와의 연락망이다. 검은 연기는 미결, 흰 연기는 새로운 교황의 선출을 알린다.
유럽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황청이 갖은 스캔들에 휘말린 덕분에 유력 후보가 아니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당선될 수 있었다고 한다. 개혁파 추기경들이 인망이 두텁고 교황청 개혁에 적극적이며 흠결이 없던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을 추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득표수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아직 3분의 2까지는 모으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 추기경들이 힘을 모으고 일부 유럽 추기경까지 가세했다. 교황이 선출되기에 비교적 이른 시간인 콘클라베 이틀째,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은 자신의 교황명을 가난을 몸소 실천하며 청빈을 강조했던 프란치스코로 정했다. 기존에 사용된 적이 없는 이름을 사용한 사례는 제123대 교황 란도 이후 1100년 만이다. 교황명만 보더라도 프란치스코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교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같은 교황명은 콘클라베에서 자신이 당선되자 옆 자리에 앉은 추기경이 ‘가난한 사람들을 잊지 말라’는 조언을 듣고 지었다고 한다.
제264대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는 슬라브인이다. 그는 455년 만에 비이탈리아인 출신으로 교황으로 추대됐다.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독일인이다. 때문에 2013년 콘클라베에서는 다시 이탈리아인 교황이 뽑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의 프란치스코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머나먼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 때는 교회의 위기가 두드러졌던 시대다. 교황청 비밀문서가 유출된 ‘바티리크스’, 유럽과 미국에서 가톨릭 신도 수 감소세 등 여러 위기에 봉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을 두고 ‘교회가 위험에 처했을 때 세상 끝에서 데려 온 교황’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저같이 모자란 사람을 교황으로 뽑아준 분들을 주님께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해 전 세계가 웃음 짓게 했다. 그의 생각과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은 현재까지는 대성공이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절대 힘든 사람을 잊지 말자’라는 메시지는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이끌어내고 있다. <타임>이 지난해 ‘2013 올해의 인물’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선정한 것을 봐도 그렇다. 안드레아도 교황의 업적에 대해 “1년 6개월가량의 교황의 임기 중 가장 인상 깊은 업적은 가톨릭교회에 대한 세상의 인식을 변화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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