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당일 CCTV에 잡힌 테러범 네 사람. | ||
영국 국민들을 더욱 충격에 빠뜨린 것은, 테러범들이 외부가 아닌 ‘내부인’이라는 사실이었다. 7월7일 1차 테러의 범인 4명 중 3명은 파키스탄계 영국인이고, 나머지 1명은 자메이카계 영국인이었다. 일본의 주간지 <주간신조>는 사건 당일의 테러범들의 행적을 좇아 런던 1차 테러가 교묘하게 ‘연출된 자폭테러’의 가능성이 있음을 보도했다.
두 차례나 폭탄테러가 일어난 후로 런던 시민들의 생활은 더 이상 전과 같지 않다. 겉으로는 평온함을 되찾은 듯 보이지만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층 버스에 탈 때에도 모두 앞자리에 앉는다. 테러 당시 뒷자리가 폭발의 피해가 더 컸기 때문이다. 요즘 2층 버스의 뒷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관광객뿐이라고 한다. 또한 테러 이후로 무슬림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도 전과 달라졌다. 지하철에 무슬림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아무도 곁에 앉지 않는다는 것. 대중교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갑자기 자전거와 스쿠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모든 변화가 테러의 영향이다.
7월7일의 폭탄 테러는 거의 같은 시각에 일어났다. 오전 8시50분경 지하철 올드 게이트 이스트 역 부근을 달리던 지하철이 갑자기 폭발한 것을 시작으로, 킹스크로스 역 부근을 달리던 차량과 에지웨어 역내의 차량이 차례차례 폭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상의 더비스톡 광장에 있던 2층 버스가 폭발했다. 이 테러로 1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범인이나 배후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난무했지만, 결국 범인은 영국 국적으로 밝혀졌다.
범인들 중 가장 먼저 신원이 밝혀진 것은 2층 버스를 폭파한 하시브 후세인(18)이었다. 하시브는 영국 중부 웨스트요크셔의 리즈에서 태어난 파키스탄계 영국인으로, 그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으나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말썽을 부려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하게 됐다. 하시브의 아버지는 아들이 철이 들도록 아들을 파키스탄의 친척집으로 보낸다. 파키스탄에서 성지를 순례한 하시브는 열렬한 이슬람 신도가 되어 영국으로 돌아왔다.
올드 게이트 이스트 역을 폭파한 것으로 보이는 세흐자드 탄위르(22)도 마찬가지로 리즈 출신의 파키스탄계 영국인이다. 그는 대학원에서 스포츠 과학을 전공하고 서점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다. 세흐자드의 조부에 따르면 “손자는 자신이 영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열렬한 무슬림이기도 했다. 세흐자드는 파키스탄을 두 번 방문하여 과격파와 접촉했다고 알려져 있다.
에지웨어 역을 폭파한 범인은 모하메드 시디크 칸(30)으로 원래 리즈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던 사람이다. 그에게는 임신중인 아내와 딸이 있었다. 그는 훌륭한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마약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앞장섰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는 증언도 있다.
▲ 지난 7월7일 런던테러 당시 피하고 있는 여성. 변호사인 이 여성은 화상이 심해 수차례의 성형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 | ||
이들의 신원은 테러현장 주위에 떨어져 있던 그들의 소지품을 통해 드러났다. 자폭 테러에서 테러범들은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킬 만한 물건을 남기지 않는다. 오히려 가짜 여권을 일부러 현장에 남겨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현장에는 범인들의 면허증, 여권, 은행 카드 등 신원을 알 수 있는 물건이 많이 남아 있었다.
또한 범행 당일 범인들의 행적에서도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4명의 범인들은 7월7일 아침 루튼 역에서 킹스크로스 역까지 ‘왕복차표’를 구입했다. 또한 주차장 요금도 선불로 지불했다고 한다. 자폭 테러를 저지르려는 사람들이 어째서 왕복차표를 구입하고, 주차장 요금을 선불로 지불한 것일까.
그리고 자폭 테러범들은 보통 폭탄을 자신의 몸에 고정시키는데, 그들은 폭탄을 가방에 넣어서 바닥에서 폭발시켰다. 또한 네 명의 테러범 중 두 명은 어린 아이의 아버지이며, 임신중인 아내가 있는 남편이었다. 이슬람 사회 전문가들은 “남겨진 가족들은 앞으로 영국뿐만 아니라 이슬람 사회에서도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과연 이들이 그런 가족을 남겨두고 자폭 테러를 저질렀을까.
이러한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그들은 살아서 돌아간다는 전제 하에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한 테러 전문가는 “이번 테러의 주모자는 따로 있다고 본다. 아마도 그 주모자가 이 네 명을 교묘하게 속여서 이번 테러를 저지르게 한 것이다. 또한 일부러 그들에게 정확한 폭발시간을 가르쳐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결과적으로 범인들은 ‘자폭테러범’이 됐다”고 보고 있다.
만일 그들이 정말로 자폭 테러범이 아니라 이 테러의 주모자에게 속아 폭탄과 함께 죽음을 당하게 된 것이라면, 이 테러를 성사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동지까지 속여 희생시킨 이슬람 과격파의 피도 눈물도 없는 테러 작전에 충격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