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너지가 지난 3월 회사 분할 무효 소송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사진=고성준 기자
그러나 포스코에너지의 고객사인 전력회사 씨지앤율촌전력이 분할을 반대하고 나섰다. 씨지앤율촌전력은 포스코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한 장기유지보수 계약을 맺고 있다. 계약에 따라 씨지앤율촌전력은 포스코에너지의 제품을 구매한 후 계약기간 동안 부품 제공 및 수리,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관련 서비스는 연료전지 사업부문에 속해 있기에 씨지앤율촌전력과 계약도 한국퓨얼셀로 이전됐다.
유지보수 서비스는 제품 구매 후 얻는 효익으로 여겨져 재무상 씨지앤율촌전력의 수익으로 인식되고, 포스코에너지에는 비용으로 인식된다. 남은 계약기간에 대한 유지보수는 포스코에너지가 씨지앤율촌전력으로부터 채무를 진 것으로 인식되며 씨지앤율촌전력은 포스코에너지의 채권자 권리가 주어진다.
2019년 9월 포스코에너지가 임시주주총회에서 한국퓨얼셀 분할을 결의할 당시 채무 중 연료전지 사업부문과 관련한 채무는 한국퓨얼셀이 부담하고, 해당 사업부문과 관련이 없는 채무는 포스코에너지가 변제한다고 밝혔다. 또 포스코에너지와 한국퓨얼셀 각 사의 채무에 대해 서로 연대해 변제할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씨지앤율촌전력은 채권자 권리로 분할에 대해 이의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포스코에너지 측은 “상법에 따라 상당한 담보를 제공해 채권자의 보호절차를 완료한 후 회사를 분할했다”고 전했다.
씨지앤율촌전력 관계자는 “분할 후 기존에 포스코에너지와 유지보수 계약을 맺었던 부분이 잘 이행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전에도 포스코에너지가 계약 변경을 요구했는데 우리는 이미 계약한 것을 변경할 수 없다고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포스코에너지가 유지보수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말까지 돌았다”며 “이의제기를 했지만 포스코에너지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포스코에너지는 씨지앤율촌전력 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에너지 관계자는 “이제 소송이 시작된 것이라서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면서도 “씨지앤율촌전력이 우리한테 내야 할 공사대금이나 유지보수 비용 일부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씨지앤율촌전력의 모태는 1996년 정부의 민자발전 사업추진계획에 따라 설립된 현대에너지다. 현대에너지 설립 당시 회사 지분율은 현대중공업 40%, 현대건설 30%, 현대종합상사 20%, 현대상선 10%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2000년 벨기에 전력회사 트랙테벨에 회사를 매각했다. 2002년에는 미국 다국적 전력사 메이야파워가 회사를 인수했고, 2009년 전력 사업부문을 분할해 지주사 씨지앤코리아홀딩스와 사업회사 씨지앤율촌전력으로 분리됐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