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정은 자신을 찾아온 이보영이 늘 앉던 자리에 앉자 "기억을 잃어도 몸이 기억하나봐"라며 반가워했다.
이에 이보영은 과거 자신과 나눈 '수녀님 하준 아빠와 따로 만나셨죠. 저한테 모든 걸 솔직하게 얘기해주세요'라는 문자를 읽으며 "답을 안 주셔서 이제 대답해주세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말했다.
예수정은 "지용이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어요. 난 걔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인연이 된 사람입니다. 태어나고, 자라고 그 과정을 멀리서 지켜봤지만 잘 살아가는 줄 알았죠. 지용이가 그렇게 그 집에 마음 둘 곳이 없다는 걸 진작에 알았으면"이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수녀와 함께 엄마의 무덤을 찾은 이현욱은 "제가 엄마를 사랑해서 매년 온다고 생각하세요? 혹시 잊혀질까봐요. 엄마가 제게 한 짓이"라며 흉터를 보여줬다.
이현욱은 "9살 때 엄마가 화가 나서 유리를 깨서 저한테 던졌어요. 내가 내 친부랑 너무 닮아서 미워했죠. 내 잘못이 아닌데. 근데 개 같은게 뭔지 아세요? 날 학대한 엄마가 유일한 혈육이라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집에 아무도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예수정은 "내가 널 진작 찾아가서 만났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이현욱은 "날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었어도 난 달라졌을 텐데"라며 "저 아무도 모르게 나쁜 짓 되게 많이 하고 살아요"라고 말했다.
예수정은 "누구나 나쁜 짓 해"라고 달랬고 이현욱은 "그 수준이 아닌데. 사람도 죽여봤는데"라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이현욱은 "당연히 농담이죠. 그치만 곧 죽일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예수정은 "지용아, 엄마한테 학대받고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 너 하나야? 그 사람들 다 나쁜 사람 되는거 아니야. 극복하고 착하게 사는 사람이 더 많아. 나쁜 짓 합리화 하지마. 용서받지 못해"라고 충고했다.
이현욱은 "누가 날 용서하고 말고 해요? 나한테 그럴 자격 있는 사람 아무도 없어. 신이라고 하지 마세요. 난 안 믿으니까"라고 말했다.
예수정은 "그 후론 늘 그 아이 곁에 있었어요. 혹시 나빠질까 불안해하면서. 그래서 희수 자매님도 알게 됐구요"라고 말했다.
이보영은 "한지용을 불쌍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예수정은 "그 영혼이 가여워서 마음이 힘들어요. 걜 막지 못한 내 죄를 죽는 날까지 회개하면서 살아가야 할 거예요"라고 답했다.
또 이보영은 "그날 수녀님이 계단에서 절 보셨다고 하셨죠? 정말 제가 맞았나요?"라고 다시 물었다.
"네"라는 대답에 이보영은 "근데 왜 바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또 물었다.
예수정은 "사실 희수자매님을 불신했어요. 상황이 그랬으니까. 그래서 주님께 기도했죠.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러다가 희수자매님이 기억을 잃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 떠올랐죠. 한 사람이 더 있었지. 어쩌면 희수자매님도 피해자일지 모른다는"라고 말했다.
그 말에 이보영은 "저를 믿으세요?"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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