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논란·스톡옵션 ‘먹튀’ 뜨거운 감자…횡령 등 잇단 사고로 재계 “경영 간섭” 목소리 힘 못 받아
#소액주주 농락하는 물적분할…개선방안 검토될 듯
물적분할 논란은 단군 이래 최대 기업공개(IPO·상장)가 된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그 계기였다. LG엔솔이 무려 100조 원의 가치가 예상되면서, 2조 5000억 원이 현금을 손에 쥐게 된 LG화학과 막대한 우리사주를 받게 된 LG엔솔 임직원들만 ‘대박’이 나게 됐다. 반면 기존 LG화학 구주주들은 상장수혜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이후 물적분할을 단행한 포스코는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주가하락이 제한됐고, 이는 다시 LG화학에 대한 성토로 이어졌다. 이마트에서 떨어져 나온 SSG닷컴, 카카오로부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도 상장할 계획이어서 이번 논란은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용우 의원이 관련 기관과 학계 인사들은 공청회를 벌이며 최종 방안을 논의했다.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여권과 학계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관휘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물적분할 후 상장하면 지배주주의 지배권 방어와 소액주주들의 배당권 손실이라는 권리가 상충해 결국 지배주주의 지배권 방어 비용을 소액주주들이 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우선 자본시장법 시행령, 한국거래소 규정 개정, 금융투자협회 증권인수업무 등에 대한 개정 작업 중 시간이 덜 걸리는 개선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는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자회사에 대해 주주소통과 주주보호책이 있었는지 등을 면밀하게 심사할 방침이다.
#상장후 스톡옵션 ‘먹튀’…임원만 제한, 직원은?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차익실현으로 촉발된 ‘먹튀’ 논란은 법적 규제 방법이 사실상 없다. 하지만 카카오그룹주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기업별 자율규제는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는 논란을 일으킨 경영진을 대거 교체하면서 2년 내 경영진의 스톡옵션 차익실현을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임원으로 대상을 제한하고 있어 내부정보 접근이 가능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카카오그룹을 봐도 임원보다 직원에 부여된 스톡옵션이 더 많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전 부여된 495만 주 가운데 451만 주가 직원 몫이다. 행사된 266만 주 가운데 직원 보유 물량이 239만 주로 거의 대부분이다. 카카오뱅크도 468만 주 가운데 296만 주가 직원에 부여됐다. 이 가운데 167만 주가 이미 행사됐다.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결정 전에 더 낮은 주가 기준으로 임직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세금을 줄이기도 했다. 아직 공시는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카카오페이에서도 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바이오나 IT 등 이직이 활발한 업종에서는 회사를 그만두면 우리사주에 대한 6개월~1년의 보호예수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활용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쉽게 동종업계로 자리를 옮길 수 있어 주가가 높을 때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수탁위가 뭐길래…국민연금 대표소송 주체 변경 논란
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 주체를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바꾸는 문제는 상장사 전반에 영향을 미쳐 재계 반발이 상당하다.
상법 403조에서 정한 주주대표소송권은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회사로 하여금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권리다. 회사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해당 주주가 직접 나설 수도 있다. 또 상법 406조의2는 모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자회사에 대해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기금운용에 대한 최고의사결정기구로 기금운용위원회를 두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 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고용노동부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이 당연직 위원이다. 이외에 사용자, 노조 추천 각 3명, 농어업인, 자영업, 소비자 및 시민단체 추천 각 2명, 국민연금전문가 2명 등 모두 20명으로 구성된다.
기금운용위의 심의·의결 사항을 사전에 전문적으로 검토∙심의하기 위해 전문위원회를 두는데 그중 하나가 수탁위다. 수탁위는 주주권 행사의 원칙·기준·방법·절차에 관한 사항을 다룬다. 현재 주주대표소송에 대한 결정은 기금운용본부에서 하고 있는데, 이 조직은 국민연금이사장 직속이다. 기금운용 실무기구로 국민연금법상 설치 근거가 없다.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이 현행법 체계에는 더 잘 부합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한 수탁위가 소송을 남발하면 경영 간섭이 심해질 것을 우려한다. 9인의 위원은 복지부가 임명권을 갖지만 추천권은 사용자, 근로자 단체, 시민단체가 각 3명씩 추천한다. 정부가 어떤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이를 선임하느냐에 따라 과반이 달라질 수 있다. 반면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한다. 일방적 물적분할이나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고,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같은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주주대표소송은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행위인 만큼 이사의 위법사실이 분명해야 한다. 물적분할이나 주식매수권 행사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친 이사의 결정에는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 또 기업 총수들은 등기임원이 되지 않고도 전문경영인을 이용해 이사회를 움직일 수 있다. 주주대표소송이 활발해지면 책임경영을 명분으로 임원 등기를 한 총수 등 일가들이 이사회에서 빠질 가능성도 커진다.
#기관만 유리한 공모주 청약
LG엔솔 공모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은 2023 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1경 5000조 원이 넘는 주문액이 몰렸다. 하지만 실제 이 액수가 움직인 게 아니다. '허수청약'이다. 기관들은 경쟁률대로 공모주를 배정받기 때문에 실수요보다 과하게 신청한다. 개인투자자와 달리 증거금 납부 의무가 없다. 주관사들도 경쟁률이 높을수록 공모가도 올라가 더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증권가에서 공모주에 장밋빛 전망이 대부분인 배경이기도 하다.
돈을 빌려서라도 증거금을 마련해야 하는 개인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균등배정이 의무화됐지만, 받을 수 있는 주식수가 워낙 적다. 이중청약, 중복청약도 안된다.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어린아이와 노인 등 가족과 주변인을 총동원하기도 한다. 일부 증권사에서 미성년 계좌개설을 위해 장사진이 늘어선 이유다. 공정한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기관들도 청약에 따른 기회비용 부담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도 개인보다 많은 비율로 물량이 배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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