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5년 ‘고감도 나노 이미지센서 상용화 칩’ 개발성과 발표 및 시연회에서 전자부품연구원 김 아무개 박사가 SMPD를 들어보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중소기업 플래닛82’가 개발자와 전자부품연구원 전현직 원장 등을 상대로 낸 고소장. 연합뉴스 |
<일요신문>은 지난 9월께 이번 사건으로 큰 피해를 입은 ‘플래닛82’ 측이 개발자와 기술개발 국책기관 전 현직 원장들을 상대로 결국 고소한 사실을 단독 확인했다. 기술이전 피해기업 ‘플래닛82’ 측의 고소내막과 기관들의 후속조치 여부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일요신문>은 지난 3월 SMPD 사기논란에 관해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본지는 국내 대표 과학기술 국책기관인 ‘전자부품연구원(전품연)’으로부터 52억 원을 들여 SMPD기술을 이전 받은 플래닛82 윤상조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었다. 거액을 들여 기술이전에 투자했지만 수차례의 조사와 재조사 끝에 결국 기술 자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준 바 있다. 국가를 믿고 기술을 이전해 간 플래닛82는 결국 도산에 이르렀다.
본지 보도 이후 전품연의 상급기관인 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기평)은 6월께 전품연을 상대로 결국 기술지원금 92억 원에 관한 환수조치를 내렸다. 이와 함께 기술개발 사기극의 주동자로 지목받은 김 아무개 박사를 해임했다. 하지만 기술을 이전해 가 피해를 입은 플래닛82에 대한 피해 보상은 전무했다. 또 사기극의 주동자 김 박사는 별다른 법적제재 없이 퇴직금을 고스란히 챙기고 나갔다. 만약 기업 내 기술 사기였다면 상상도 못할 조치다.
결국 피해기업인 플래닛82 측은 지난 9월께 기술 개발자 김 박사를 비롯한 관련 연구원 12명과 이번 사기극의 상당한 책임을 안고 있는 전·현직 전품연 원장 3명 등을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신문>은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을 단독 입수했고, 현재 이 사건은 강남경찰서 경제1팀에 배당돼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 기자와 통화한 담당 수사관은 “현재 고소인 조사까지 진행된 상태다. 차후 세부적인 조사를 통해 피고소인들의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플래닛82 측의 고소 이유는 ‘국가지원금 편취 및 사기’ ‘공무집행방해’ ‘뇌물공여’ ‘직무유기’ 등 크게 네 가지다. 피고소인 중 핵심인사는 당연히 개발자 김 박사를 비롯해 전·현직 전품연 원장 3명이다. 김 박사와 김 아무개 전 원장은 기술개발 초기인 2001년부터 기존 논문에 있던 저급한 기술을 마치 신기술 개발 능력과 기술이 있는 것으로 허위 자료를 만들었으며 정부로부터 100억여 원을 지원받고 2003년경에는 플래닛82 측에 52억여 원을 받고 기술을 이전했다.
2007년에 퇴임한 김 전 원장의 후임자인 서 아무개 전 원장은 공무집행방해와 직무유기를 이유로 피소됐다. 그가 원장직에 오른 2007년께 기술에 대한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서 전 원장은 그해 8월 실시된 예비조사에서 허위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정부에 보고했다. 2008년 1월에 결론 난 본조사에서는 자신의 모교 동기를 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일부 SMPD에 부정적 평가를 내린 검증위원의 견해는 보고서에 누락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고소인 측은 이를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서 전 원장은 본조사 자체에 대한 의혹이 날로 증폭되던 2009년 5월께 전품연 상급기관인 산기평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자리를 옮긴 뒤 곧바로 산기평에서는 기술에 대한 재조사가 실시됐다. 결국 2010년 4월부터 시작된 재조사는 2011년 1월이 돼서야 끝났고, 재조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기술은 허위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전 원장은 담당자에 대한 형사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다. 고소인 측은 후속조치가 미흡한 서 전 원장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평락 현 전품연 원장 역시 피고소인 명단에 포함됐다. 최 원장은 뇌물 공여 혐의도 포함됐다. 그는 2009년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당시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이 기술에 대한 문제제기를 위해 자료를 요구하자 후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돈을 공여하고자 한 의혹을 받기도 했다. 정 의원은 돈을 곧바로 돌려줬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2009년 10월 6일 국정감사 의사록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훗날 최 원장은 자신이 아닌 전품연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후원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 ‘플래닛82’ 윤상조 대표 |
김 박사 이외에 전품연 전·현직 원장 3명을 함께 고소한 이유에 대해 윤 대표는 “김 박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품연과 산기평 모두 문제가 있다. 특히 피고소인에 포함된 전품연 전·현직 원장들의 경우 허위기술에 대해 서로 조작하고 은폐하려 했다. 조직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고 주장했다.
더 놀라운 것은 지난 6월 전품연에 내려진 92억 원에 대해 정부지원금 환수조치가 아직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산기평 인사에 따르면 전품연은 현재 92억 원 환수를 거부하고 상급기관인 산기평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환수조치를 받은 기간은 한 달 내에 일단 환수를 완료해야 하지만 전품연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전품연과 산기평 원장들은 각자 내년 4~5월께 임기가 만료된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다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농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최종 감독기관인 지경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경부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SMPD 사기논란 사건은 수사기관으로 그 공이 넘어갔다. 사건 자체가 워낙 전문적이기 때문에 수사기일이 상당부분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5년을 넘게 끌어온 SMPD 사기논란이 법정공방전을 통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암실 촬영’도 된다더니…
SMPD는 지난 2005년 11월, 전품연 소속 김 박사가 처음 공개한 나노기술을 응용한 신기술 이미지센서 칩이다. 기술발표회 당시 전품연과 김 박사는 SMPD는 기존 제품보다 500배 이상의 감도를 실현할 수 있으며 가격은 1/10밖에 안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SMPD를 상용화하면 1룩스 이하의 암실에서도 빛을 잡아내 촬영할 수 있는 나노기술을 통해 모바일, 캠코더, 카메라, CCTV 등 각종 영상기기에 바로 응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말 그대로 꿈의 기술이었다. 당시 기술발표회 현장에는 전품연은 물론 산자부 장관까지 참여할 정도로 각광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2007년부터 SMPD 기술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다. 상용화가 지지부진하면서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2007년 4월 공개시연회를 가졌지만 결론적으로 기존 센서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이렇게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2008년 1월 전품연에서 조사위를 구성해 SMPD에 대한 연구 진실성 검증 조사가 실시됐다. 본조사가 있기 전 2007년 8월 예비조사에서는 감도가 기존 센서보다 8000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온 터였다. 하지만 막상 진행된 본조사에서는 기존 센서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커졌다. 훗날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예비조사는 감사원 결과 거짓으로 나타났고, 본조사 역시 그해 국감을 통해 일부 부정적 검증위원의 견해가 누락된 것으로 밝혀진다.
논란이 크게 일자 산기평은 2010년 4월부터 재조사에 들어가 2011년 최종적으로 SMPD 연구 진실성 검증 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SMPD는 없는 기술로 드러났고, 지난 6월 경 전품연에 대한 기술지원금 92억 원 환수조치를 통보했다. 6년이 넘는 기나긴 과정 속에서 국책기관이 선보인 SMPD기술이 결국 사기로 드러난 것이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