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대화 증거로 1심 살인미수 유죄 판결…변호인 측 “일반인 복어독 못 구해, 말장난일 뿐” 무죄 주장
단순한 이 문장이 현재 ‘계곡 살인’으로 알려진 이은해 사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가운데 하나다. 이은해 사건은 크게 세 개로 나눠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일어난 사건이자 최근 이은해 측 변호인과 검찰이 크게 맞붙은 게 바로 ‘복어 독 사건’이다. 이은해 측은 복어 독 사건이 무죄로 바뀐다면 이 사건이 풀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도 총력으로 이에 맞서고 있어 대립이 팽팽하다.
이은해 사건은 흔히 ‘계곡 살인사건’으로 불리며 이은해와 공범으로 조현수가 구속기소된 상태다. 이은해 사건은 2022년 10월 1심 선고가 났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이규훈)는 살인과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무기징역, 공범 조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이 씨와 조 씨에게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했다.
복어 독 사건도 1심에서 살인미수 유죄로 인정된 사건이다. 2019년 2월 17일 이은해, 조현수, 피해자를 포함해 6명이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으로 함께 놀러 가며 생긴 일이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1차로 식사를 한 뒤 같은 날 저녁 10시 이은해는 피해자와 함께 펜션에 남아 피해자에게 술을 마시도록 유도하고, 조현수는 나머지 일행들과 함께 추가로 먹을 음식을 사 오겠다며 밖으로 나가 불상의 음식점에서 밀복(복어의 품종)을 주문해 독이 있는 부산물까지 챙겨 위 펜션으로 돌아와 매운탕에 전부 집어넣고 끓였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1심 판결문은 “피해자 몰래 복어 애, 정소와 피 등을 넣고 끓인 매운탕을 피해자에게 제공한 뒤, 다음 날 회사 출근을 위해 음주를 거부하는 피해자가 술과 안주를 먹도록 지속해 유도했고, 결국 피해자가 위 매운탕을 먹도록 했다”며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해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했으나,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먹인 음식에 함유된 독이 치사량에 미달하여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며 이은해와 조현수를 살인미수로 판단했다.
재판부와 검찰이 이들을 살인미수로 판단한 건 결정적으로 텔레그램 대화 내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인 증언이라고 봤다. 이은해와 조현수는 텔레그램을 통해 약 3시간에 걸쳐 대화했다. 이은해가 ‘이번 거(매운탕 거리) 떠올 때 알은 혹시 있었나요?’라고 묻자 조현수는 ‘아뇨. 물어봤는데, 없더라고요’라고 답했고, 이에 이은해가 ‘아마 절대 안 주겠지. 알이 없어서 이번 판도 GG(게임 포기)일 듯’이라고 답했다. 조현수가 ‘피나 다른 것들로도 갈 수 있대’라고 얘기하자 이은해가 ‘피 많이 없었잖아’라고 말했고, 조현수가 ‘밀복이 그리 막 위험하지 않다던데. 쫙쫙 짜내긴 했는데’라고 설명했다.
쟁점은 복어 독을 펜션에서 안주를 사러 간 시장에 간 관광객이 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반인이 복어 독을 사는 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시장 상인들이 수돗물에 피를 씻으며 복어 독을 손질하기도 하고, 독이 있는 부위는 따로 버리고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은해 변호인 측은 대화 내용은 단순 장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은해 변호인 측은 “텔레그램 상의 메시지는 그날 피해자와 싸워서 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은해가 술을 먹고 안주로 복어회와 복어 매운탕을 먹는 것을 두고 조현수와 악의적 장난으로 대화하면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둘만의 사적 대화 내용 갖고 실제 복어 독을 이용한 살인 행위 시도가 있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당시 이들과 펜션에 같이 간 증인 A 씨가 ‘조현수가 당시 증인 B 씨와 함께 횟감과 매운탕 거리를 사서 합류한 다음 펜션으로 왔다’는 말이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반면 변호인 측은 이은해 측에 유리하게 증언한 B, C 증언은 의도적으로 제외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증인 B 씨는 ‘다시 나가서 안주를 사 올 때는 튀김 종류만 사서 돌아왔다’고 증언했고, 증인 C 씨는 ‘누가 나갔다 오는지 모르겠지만 튀김을 사 와서 대게 튀김을 먹자고 한 것만 기억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로고스 형사팀의 최강용 변호사는 법원 판단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사람을 죽인다는 결과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그 범행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는 불능미수범으로 처벌하고, 위험성조차 없는 경우 불능범으로 처벌하지 않는다”면서 “피고인이 범행 실행행위 당시의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은해와 조현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보면, 피고인들은 밀복의 알은 없지만 밀복의 피를 넣고 매운탕을 끓였다고 인식했고, 밀복의 피는 일반인 객관적인 판단에 따를 때 독성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위험성이 인정되어 불능미수로 처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은해 변호인 측은 “불능미수 논의는 실제로 최소한 살인 행위가 있었다는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더욱 밀복의 피는 복어 독이 있는 내장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수돗물을 틀어 놓고 손질하므로 복어의 내장보다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은해 변호인 측은 당시 결제가 이뤄진 D 횟집 사장이 ‘절대 복어 부속물, 피를 주지 않는다’는 전화 녹취록과 이들이 방문했던 시장 상인 전원이 서명한 사실 확인서를 제출했다. 이은해 변호인 측에 따르면 “시장 상인들은 ‘복어 독이 들어간 피와 내장을 손님에게 주는 상인이 어디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판에서 검찰 측은 “D 횟집에서 복어 부산물을 구입했다고 상호를 특정한 적이 없다”며 “변호인이 왜 자꾸 D 횟집 사장을 증인으로 부르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 주장은 현금으로 샀을 수도 있어 어디서 샀는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에 이은해 변호인은 측은 “검사는 제1심에서 복어의 독이 있는 내장을 구했다고 추정하는 상점이나 구입 여부 자체를 전혀 증명하거나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그저 텔레그램의 대화 내용 자체로 증명했다는 입장이다. 이은해, 조현수가 반발하는 것은 이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은해 변호인 측이 복어 독 사건에 전체 시장 업체 사실 확인서를 받는 등 총력전을 펼치는 배경은 복어 독 사건이 살인 미수에서 무죄로 바뀐다면 전체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은해 변호인 측은 “복어 독 사건이 유죄로 인정되면서, 증거가 부족하거나 없는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쳤다. 복어 독 사건이 살인했을 것이라는 유죄로 추정하는 근거로 작용했다”라고 밝혔다.
반면 최강용 변호사는 다른 사건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최 변호사는 “이은해 변호인의 주장대로 복어 독 살인미수 범행이 무죄가 된다고 하더라도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낚시터 살인미수 범행, 계곡 살인 범행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복어 독 살인미수 범행이 단순 ‘장난’이라고 하더라도 그 장난에서부터 시작해 두 사람이 점점 더 피해자에 대한 살인 계획을 구체화해 다른 살인미수, 살인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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