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통해 배임 구조 지적 “전 직장 왜 까냐고? ‘투자 빙자 먹튀’ 이대로 두면 나라 망할 것 같았다”
경제민주주의21은 클레이튼 기축통화인 클레이(KLAY) 사업 과정의 비리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클레이튼이 가상통화를 통해 수천억 원의 자금을 모집했으나 관련 사업에 사용된 내용이 없고, 카카오 내부자들이 투자 및 용역비 명목으로 클레이를 나눠가져서 현금화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부당하게 얻어 현금화한 클레이가 최소 수천억 원 이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클레이튼 재단은 “근거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경제민주주의21의 이번 고발은 한 권의 책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코인사관학교 운영자 변창호 씨와 예자선 변호사가 8월 15일 출간한 ‘카카오는 어떻게 코인을 파는가?’라는 책이다. 변창호 씨는 김남국 의원 소유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지갑 ‘클립’을 처음 특정해 내면서 이름을 알렸다. 검사 출신 디지털 금융 전문인 예자선 변호사는 폰지구조인 가상자산 사업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이들은 김 회계사 측에 클레이 관련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9월 19일 일요신문은 변창호 씨와 예자선 변호사를 만나 전혀 다른 분야인 가상자산과 법률에서 출발한 두 명이 어떻게 협업하게 됐는지 들어봤다. 이들은 이번 고발까지 이르게 된 배경도 자세히 설명했다. 대체로 예자선 변호사가 답변하고, 변창호 씨는 첨언하는 형식이 됐다. 다음은 두 명의 대답을 정리한 일문일답.
―서로 다른 분야 전문가인데, 알게 된 계기가 있나.
“서로 다른 영역에서 시작했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얘기하고자 했기 때문에 서로 공감하게 되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블록체인, 웹(Web) 3.0, 메타버스, 플랫폼 등 말잔치를 하면서, ‘사업자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뻔한 구조를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너무 이해되지 않았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그냥 가상자산을 팔아서 돈을 번다. 예를 들어 위메이드가 하겠다는 P2E사업은 우리나라에서 아예 금지된 상태였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회사는 위믹스를 팔아 돈을 벌었을 뿐이다. 변창호 씨는 위믹스 초과유통량을 밝혀서 위믹스 상장폐지의 단초를 제공한 가상자산 전문가로 언론에서 봤기 때문에, 관련 문의를 하려고 연락하게 되었다.”
―클레이튼 문제를 지적하는 책을 냈다.
“가상자산은 미국과 같이 증권법을 적용하면 현행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 법이 없다고 하면서 시간만 끄는 것에 대해서 의견을 제출하기 위해, 위믹스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민원을 금융위에 내게 되었다. 위믹스를 사례로 한 것은 장현국 대표가 언론플레이를 많이 해서 눈에 띄었고 당시 P2E 합법화 작업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창호 씨와 연락하면서 클레이에 대해서 많은 자료를 축적한 것을 보게 되었다. 클레이는 플랫폼 코인이고 영향력이 더 큰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클레이를 지적하지 않고 가상자산 문제를 얘기할 수 없다는 것에 공감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알기 쉽게 전달해보자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되면, 정책이나 사법 당국에 문제의 검토도 촉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사람들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물 책은 판매하지만, 책 파일은 PDF로 무료로 풀었다. 이유가 뭔가.
“이것은 독서용 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사회 실험이다. 정책 당국자들도 자기 입장이 있고, 수사기관의 수사력도 한정된 자원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관심이나 요구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사실을 안다면, 정책이 사회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클레이튼 사업과 법의 원칙을 설명해서 무료로 푼다면,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논의도 되고 처벌도 될 것이라는 가정을 세웠다. 또한 이 책이 판매 목적보다는 공익 목적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인 이유도 있다.”
―일각에서는 예 변호사의 카카오페이 근무 이력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온다.
“카카오페이 사내변호사 경력이 있다. 위믹스를 비판할 때는 ‘카카오에 근무해서 클레이튼을 비판하지 않고 위믹스를 깐다’는 말이 있었다. 클레이튼을 비판하자 ‘카카오에 근무했으면서 클레이튼을 깐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전자금융거래업자이지 가상자산 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다. 클레이 업무는 카카오 전체 중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 내막은 그들만 알 것이다. 그동안 정상적 사업을 하는 회사들에서 일하면서 쓸데없는 규제가 많다고 생각하고 규제에 반대했었는데, 가상자산 사업은 전혀 규제하지 않는 것을 보고 정책의 작동이 정치와 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깜짝 놀랐다. 시민으로서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 같아서 지적해보기로 했고, 지적은 구체적 예를 들어야 하기 때문에 위믹스와 클레이를 얘기하는 것이다.”
―클레이튼을 두고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봤나.
“클레이튼 블록체인 서비스를 한다면서 클레이 코인을 만들어 거래소에 상장시켜놓고, 자기들끼리 클레이를 나누어 가진 것이다. 싱가포르 법인에서 클레이를 만들고 여기저기 클레이를 투자했는데, 투자를 받은 사람들이 결국 클레이튼 사업 관계자들이다. 그런데 이 계획은 나누어 가진 클레이를 거래소에서 사람들이 사주어야 완성된다. 이를 위해서 해외투자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장한다고 대대적인 홍보까지 했기 때문에 상당히 기망적이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입장인데 반대로 긍정적으로 얘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능성이 있다 없다는 얘기를 하면 핵심에서 벗어나서 논쟁이 될 것 같다. 일정 부분 블록체인 기술이 좋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술의 연구와 개발, 정상적인 사업 유치는 막는 사람도 없고 막는 법도 없다. 그냥 하면 된다. 가상자산을 발행해서 돈을 버는 것,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사업에 대해서 얘기하자는 것이다. 세미나, 학회 등에서는 이런 얘기는 하지 않고 추상적인 얘기만 한다. 그래서 거기서 나오는 얘기는 아무리 들어도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도 사업자 입장에서는 계획의 일환이다. 엉터리 말잔치가 동참하는 교수나 유명인이 있으니까, 진짜 따져야 할 사실문제가 얼버무려질 수 있는 것이다. 그 부분이 좀 무서웠다. 가상자산은 마침 내가 아는 분야라서 속지 않을 수 있었는데, 다른 분야도 이렇게들 돌아가고 정책도 이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을지 모른다는.”
―이번에 김경율 회계사가 이끄는 경제민주주의21이 카카오 관련자를 고발하면서 책도 주목받게 됐다. 어떻게 고발에 이르게 됐나.
“책을 쓸 때부터 고발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김경율 회계사도 가상자산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고 평소 소통하고 있었다. 책은 대중에게 내용을 알리는 것이라면, 고발은 사법당국에 구체적 판단을 요청하는 의미가 있다. 가상자산의 사회병리현상이 사업자, 학계, 정계 여러 영향으로 생긴 것이니, 이것을 해결할 때도 여러 방면의 시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가상자산에 반대하는 것은 돈이나 직업이 되지 않아서 조직적 행동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꼭 일이 아니라, 문제의식을 느끼고 의견을 내고자 하는 것도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계기가 마련된다면 시민들의 힘이 모여서 문제가 바로잡힐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도 이런 일을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 고발이 김범수 창업자 등 피고발인의 처벌까지 이르리라 생각하나.
“가상자산 산업을 옹호하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팩트를 짚으면, 이번에는 ‘가상자산은 법이 없어서 처벌이 힘들다’는 말로 도망친다. 가상자산을 어떻게 발행하라는 법이 없는 것이지, 투자금을 모집하는 절차를 규정하고 경제범죄를 처벌하는 법은 이미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이 나올 때마다 법이 새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거래가 허용되어 있으므로, 그 법이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상적 사업들도 다 지키는 법인데, 이상한 사업이라고 해서 오히려 법을 면제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상식적인 내용이라서 어렵거나 복잡할 것도 없다. 법을 적용받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회사의 돈이나 자산에 대해서 직원이 몰래 빼가면 횡령, 계약 형태를 취해서 빼가면 배임이라고 한다. 클레이가 어디로 갔는지 수사해서, 해킹을 했으면 횡령, 투자를 빙자해서 가져갔으면 배임이 되는 것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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