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로비 등 사법리스크에 시중은행 전환 ‘휘청’…황병우 대구은행장도 예의주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의 일탈행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이 지적한 일탈행위는 캄보디아 뇌물 사건 연루와 대구은행 계좌 부정개설,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꺾기 의혹 등이다.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던 대구은행으로선 회장 리스크가 표면으로 드러난 셈. 이에 김 회장의 3연임 제동은 물론 산적해 있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책임론까지 대두됐다.
김태오 회장은 2021년 캄보디아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려던 혐의로 기소돼 지난 18일 10차 공판을 가졌다. 이 사건은 김 회장(사건 당시 은행장을 겸임) 등 DGB금융그룹 임직원 4명이 2020년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인가를 얻고자 현지 공무원들에게 40억 원대의 뇌물을 제공하려 한 혐의로 김 회장의 사법 리스크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검찰은 로비 자금을 조달하고자 캄보디아 정부 부동산 매입금액을 200억 원대 이상으로 부풀렸다며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를 이들에게 적용했다.
김 회장은 자신과는 무관하다며 사건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수십억대의 로비가 본점 승인 없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김 회장의 혐의 입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법조계에선 1년 10개월간 이어진 재판이 11월경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전망 속에 실제 소송 기간은 2~3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도 꺼내놓았다.
금융권 안팎에서 김 회장의 연임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 속에 황병우 대구은행장의 차기 회장설이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 황 행장은 김 회장의 비서실장을 거쳐 불과 3년 만에 ‘상무-전무-은행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당초 대구은행 연구 및 컨설팅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외부 계약직으로 채용돼 일반 은행업무와 영업 경험이 거의 없지만 지난해 말 최연소 은행장에 오르자 파격 발탁이라며 금융권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대구은행이 대외적으로 홍보해온 은행장 육성 프로그램 출신 임성훈 전 행장을 임기 2년 만에 특별한 결격사유 없이 퇴임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DGB금융그룹은 박인규 전 회장 때부터 각종 비자금, 채용 비리, 각종 법 위반 등으로 수많은 임직원이 감독기관에 중징계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후 외부에서 회장을 영입해 조직의 안정과 경영 개선을 도모했지만 김 회장이 캄보디아 뇌물 사건으로 2년 가까이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게 되면서 주요 경영진들이 경영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 경영실적은 물론 각종 사건으로 인한 내부통제 부실 사태를 초래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은 캄보디아 뇌물 건으로 형사 기소된 후 비서실장 출신인 황 행장을 본인의 재판 업무에 동원하고 재판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 3연임 추진을 황 행장 등 측근들과 진행해왔다는 의혹을 공공연하게 받고 있다. 최근 2년간 교체 선임된 사외이사 중 김 회장과 황 행장의 학교 동문 등 측근인사가 대거 포진된 점도 눈에 띈다.
이사회 의장 역시 황 행장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이자 같은 대구은행경제연구소 출신이다. 이사회 이사들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사실상 겸하고 있다. 향후 김 회장 퇴임 후에도 재판 업무를 챙기는 등 황 행장을 김 회장 후계자로 이미 점찍어 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금융권에서 제기되는 까닭이다. 최근 10차 공판 등 김 회장의 재판을 황 행장이 직접 참관했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김 회장은 최초 회장 공모 면접 시 “연임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연임을 지나 무리한 3연임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타 지방금융지주 대비 경영실적이 악화되어 2위 지방금융지주 자리도 JB금융지주에 내주며 경영 악화와 지주 계열사의 내부통제 일탈에 대한 책임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통제 사고가 빈발한 지방금융지주와 계열사 전반에 대한 내부통제 실태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며 “개인이 아닌 회장과 행장의 책임도 가볍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대구은행 직원의 대규모 불법 증권계좌 개설에 대한 엄중한 문책을 예고하고 있고 PF 대출 꺾기 의혹과 관련해 하이투자증권 대표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내부통제나 리스크 관리 체계가 미흡한 상황에서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 부담과 작년 발생한 은행자본비율 및 생명보험 지급여력비율 관리 미흡으로 인한 대출 및 보험상품 판매 일시 중단 사태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밖에도 부동산 부문 사장의 아들 근무회사인 흥국증권에 15조 원 규모의 기업어음 거래를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한 자체 감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DGB금융 내부에서조차 또 하나의 사법 리스크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에 김 회장 등 DGB금융그룹을 정조준한 금융당국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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