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출퇴근 시간 변경, 휴게시간 추가 기입 종용” 사측 “법 준수에 만전, 개선사항 지속 협의 중”
A 씨의 근로시간은 사후 조정됐다. A 씨가 지난 2월 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한 영향이었다. 사측은 주 최대 52시간 제도를 준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A 씨에게 시스템상 근로시간을 줄이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A 씨는 출근시간을 실제보다 늦은 시간으로 수정했다. A 씨는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3시간 가까이 쉰 꼴이 됐다.
다른 직원 B 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B 씨는 2022년 4월 어느 날 오전 7시 10분경 출근해 오후 9시 50분경 퇴근했다.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 1시간 30분을 제외하고 계속 일했다. 하지만 시스템상으로 휴게시간 2시간을 기입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는 쉬지 않았는데 쉬었다고 한 셈이다. 주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했기 때문이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일했더라도 주 52시간 초과 근로를 제한하고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주 평균 52시간 초과 근로를 제한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무직 근로자 등에 대해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운영 중이다. 주 최대 52시간 제도를 위반한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A 씨와 B 씨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면서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지난 11월 2일 근로감독 청원 및 진정서를 냈다. 노조는 진정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 52시간 초과사업장으로서 사업주는 이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지켜지고 있지 않아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한다"며 "지난 3년간의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위반사항을 시정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노조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근로자가 비근로시간으로 간주되는 휴게시간 항목을 임의로 수정해 근로시간 변경이 가능하다"며 "주 52시간에 임박한 경우 부서장이 위계에 의한 압박을 해서 휴게시간을 기입할 수밖에 없도록 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위원장은 "근로자들은 평가에 대한 불이익이 두려워 휴게시간 기입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지난 5월 노조 설립 이후 52시간 초과 근로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휴게시간 기입으로 근로시간을 조절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개선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 최대 52시간 준수를 위한 근로시간 조작은 인사팀 주도로 이뤄진 정황이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팀 직원은 한 부서장에게 사내 메신저를 통해 "부서원 중 근로시간 초과자가 발생해 연락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다. 근로시간 조정 후 알려주면 시스템상으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부서장은 의문이 들었는지 "이해를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조정이 필요하다는 말은 비근로시간을 넣어서 시간을 맞추라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인사팀 직원은 "네. 맞다"라고 답했다.
인사팀 일부 직원의 일탈로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는 지난 6월 7일 존림 대표이사에게 공문을 보내 주 52시간 근무 초과자 휴게시간 기입 종용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청했다. 노조는 대표이사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주 52시간 초과 근로자에 대해 인사팀에서 휴게시간을 강제로 넣도록 가이드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는 철저히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일반 직원이 보상도 받지 못한 채로 가이드를 따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그러면서 "인사 보복이 두려워 현재까지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해당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근로시간 관리에 대한 가이드 재수립을 요청한다. 시스템으로 일정시간 이상을 휴게시간으로 차감 못 하도록 시스템 보완도 요청한다"고 했다.
사측은 노조에 6월 27일 답신을 보냈지만 인사팀의 휴게시간 기입 종용에 관해선 답하지 않았다. 사측은 "회사 역시 법정 근로시간 한도 준수 등 법규 준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법정 근로시간 준수를 권유하는 메일을 발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측은 또 "개인별 실근로시간이 월 최대 근로시간에 임박한 경우 사업장 출입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월 최대 근로시간이 일정시간 미만으로 남은 경우 직원이 해당 월 말일까지 근로시간을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안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조는 "여전히 휴게시간 기입이 자유롭다"며 "눈속임으로 시스템을 막았을 뿐 허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월 최대 근로시간에서 근무 가능한 시간이 8시간 이하로 남았을 경우 마지막 날만 휴게시간, 입문, 출문시간을 변경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마지막 날을 제외한 다른 날짜는 여전히 변경이 가능하다. 마지막 날조차도 인사팀이 시스템을 풀어주면 변경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접수된 근로감독 청원 건수는 총 1만 1387건이었다. 이 중 37.8%인 4315건만 실제 감독이 실시됐다.
그런데도 사측은 근로감독 '리스크'를 차단하려는 모양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근로감독 청원 취하를 권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52시간 초과 근로 문제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회사는 실시간 시스템 알람, 과다 근로자 사업장 출입 제한 조치 등을 통해 52시간 법 준수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52시간 근무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사업장 출입을 자동으로 제한하는 시스템을 7월부터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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