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도 높였지만 차별화 미흡…‘고급화 전략’ 롯데온·쓱닷컴에 밀리고 ‘샛별배송’ 쿠팡과 겹쳐
#뷰티컬리의 제니 효과
컬리는 지난해 11월 뷰티 전문 버티컬 플랫폼 뷰티컬리를 출범시키며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먹거리 등 신선제품 중심의 ‘마켓컬리’에 이어 두 번째 버티컬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뷰티컬리에는 시세이도, 라 메르, 아르마니 뷰티, 시슬리 등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헤라, 설화수, 오휘 등 K-뷰티 브랜드도 있다. 조 말론 런던과 산타마리아노벨라 등 향수 브랜드도 입점했다.
뷰티컬리는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컬리는 지난해 11월 뷰티컬리의 모델로 블랙핑크 제니를 선정하고, 제니가 출연한 TV CF도 공개했다. 뷰티컬리는 이어 올해 9월 제니와 함께한 F/W 시즌 화보를 공개했다. 제니의 기용은 뷰티컬리 매출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천경원 뷰티컬리 총괄 리더는 지난 3월 “헤라, 맥, 에스티 로더 등 기존 명품 뷰티 브랜드뿐 아니라 최근 입점한 바비 브라운, 로라 메르시에까지 성장세가 뛰어나다”고 밝히기도 했다.
뷰티컬리가 전적으로 제니에게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뷰티컬리의 특징은 샛별배송(새벽배송) 서비스다. 컬리는 대부분 화장품 브랜드 제품을 직매입해 새벽에 배송한다. 소비자는 오후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안에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샛별배송 서비스 지역은 수도권·충청·대구·부산·울산·양산·김해·창원이다. 피부 타입별로 제품을 선별해 보여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뷰티컬리는 컬리의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마켓컬리 식료품과 화장품은 유사한 고객층을 갖고 있다. 또 물류센터의 남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화장품은 보관이나 운송도 편리한 제품군이라 배송 효율성을 가져올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뷰티컬리 평균 판매가는 마켓컬리 대비 약 3배 높다.
컬리의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1조 5300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매출은 1조 5463억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836억 원에서 1185억 원으로 줄었다. 컬리는 뷰티컬리 실적을 따로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11월 말 기준 뷰티컬리 누적 구매자 수는 400만 명, 주문 건수는 600만 건을 넘겼다.
유통업계에서는 컬리가 뷰티컬리 성장에 꾸준히 기대를 걸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신선식품과 생필품 위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해당 제품들은 단가가 낮아 수익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
#제니와의 계약 종료…뷰티컬리의 미래는?
하지만 뷰티컬리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제니의 뷰티컬리 공식 모델 활동은 최근 종료됐다. 뷰티컬리가 지난해 제니와 맺은 계약이 연장되지 않고, 그대로 만료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마케팅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한다. 제니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컬리 관계자는 “제니와의 모델 계약은 종료됐다”며 “이후 모델 기용 여부는 확정된 것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뷰티컬리와 제니의 계약이 만료되면서 뷰티컬리의 향후 전략에 유통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없으니 다음 전략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물론 뷰티컬리가 시장을 장악한 상태라면 마케팅 비용을 축소해도 일정 수준의 실적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뷰티컬리가 시장에 안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뷰티컬리는 고급화 전략으로 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을 펼쳤지만 명품 브랜드 수에서는 백화점을 갖춘 쓱닷컴이나 롯데온에 밀리고 있다. 일례로 ‘카카오 선물하기’에 입점해 있는 디올과 샤넬, 입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는 뷰티컬리에 입점돼 있지 않다.
쿠팡과는 새벽 배송이라는 요소가 겹친다. 쿠팡은 뷰티 전문관 ‘로켓럭셔리’에서 판매하는 명품 화장품 브랜드 상품을 새벽에 배송한다. 쿠팡은 피부타입별로 제품을 추천해 보여주는 한편 공격적인 최저가 전략도 펼치고 있다.
오프라인 업체들과의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화장품 오프라인 소매유통 시장에서는 올리브영이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도 유명 브랜드와 협업한 화장품 판매를 늘리고 있다. 다이소의 올해 1~10월 기초·색조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80% 성장했다.
뷰티컬리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뷰티컬리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른 데서 보여주지 못하는 단독상품을 많이 가져와야 한다”며 “하지만 명품 럭셔리 브랜드는 이미지 훼손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입점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뷰티컬리 앱만 보면 20대를 공략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마켓컬리와는 따로 노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마켓컬리의 최근 성장 정체가 뷰티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의 증권사 연구원은 “주력 밸류체인인 신선식품에 대한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뷰티컬리의 전망이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컬리는 수익성을 챙겨야 해서 (신선식품과 관련한) 판촉 행사를 대폭 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뷰티컬리에는 자체제작(PB) 상품도 없고 브랜드 인지도 자체도 제한적이다. 결국은 마켓컬리의 경쟁력이 뷰티컬리에 가장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뷰티컬리의 성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분간 컬리의 비용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컬리는 할인 행사인 ‘뷰티컬리 페스타’를 주기적으로 열어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뷰티컬리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오프라인 대비 약점인 교환이나 반품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 같다”며 “하지만 이 역시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라 컬리가 어떻게 판단할지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앞서의 컬리 관계자는 “다양한 럭셔리 뷰티 브랜드들과 ‘컬리온리’ 단독 기획 상품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또 뷰티컬리만 이용하기 위해 컬리를 이용하는 고객 수도 늘어나고 있다. 직매입 구조라 소비자들은 가품을 신경쓰지 않고 구매할 수 있고, 큐레이션을 통해 엄선한 상품만 추천하기 때문에 종류가 많은 뷰티 상품 중 내 취향에 맞는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며 “럭셔리 브랜드부터 데일리 브랜드까지 1000여 개의 브랜드가 입점했으며 앞으로도 고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을 엄선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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