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최저 매출액 기록…농심 지분 매각이 계열 분리 포석? “성과 못 내 어려움 겪을 듯” 시각도
농심그룹 유통 전문 계열사 메가마트는 지난 11일 신동익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했고 손영규 전 이스턴웰스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손영규 신임대표는 메가마트 판매본부장, 휘닉스벤딩서비스 대표 등을 거쳤다.
신동익 부회장은 2022년 6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1999년 이후 23년 만의 일이었다. 신 부회장은 대표 취임 후 계열사 분리매각과 흡수합병 등 사업구조를 변경해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본잠식 상태였던 호텔농심의 객실 부문을 농심으로 넘기고 위탁급식 사업은 브라운에프엔비에 양도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의약품 유통 업체 뉴테라넥스를 흡수합병했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메가마트는 국내 사업의 경우 비효율점포를 정리하고 일부 점포를 리뉴얼하는 방향으로 선택과 집중을 했다”며 “구매 방식 및 프로세스 변화, 마케팅 비용 축소, 인프라 투자 최소화 등으로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또 “중장기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의 흡수 합병을 통한 시너지 창출과 미국 점포 추가 출점 등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효율성을 강화하는 데 매진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메가마트가 20여 년 만에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런 점 때문에 신동익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메가마트는 지난해 매출액 4503억 원을 보이며 전년도 5048억 원에서 10% 줄어들었다. 매출액이 3328억 원이었던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매출을 기록했다. 신 부회장 체제 아래 20여 년 만의 최악의 매출을 낸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달에는 대졸 공채 신입사원 채용이 중도에 취소되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14일 메가마트는 서류 전형을 거쳐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공채 전형을 진행하던 중 면접 전형을 앞두고 지원자들에게 채용 취소를 안내했다. 메가마트는 당시 지원자들에게 “2023년 하반기 대졸공채 모집이 내‧외부 경영이슈로 취소됐음을 알려드린다”며 “비록 이번 채용이 취소됐으나 지원자님께서 다음 채용에도 지원해주신다면 현재까지 진행된 전형부터 이어 실시할 것을 꼭 약속하겠다”고 밝혀 빈축을 샀다. 채용 중단 사태까지 일어난 것은 그동안의 실적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메가마트는 부산‧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그 영향력이 큰 편인데 최근 울산 지역에 매장을 대형화하려고 투자했다가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매장 수가 적다보니 바잉 파워가 없고 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방식으로 위기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오너 입장에서는 그 점이 어려웠을 테고 그래서 전문 경영인체제로 다시 회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신동익 부회장이 사임 전 지속적으로 농심 지분을 매각했던 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8675억 원인 메가마트를 계열 분리할 경우 농심그룹은 다시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 메가마트는 지주사인 농심홀딩스와 지분 관계가 없어 계열 분리하는 데는 크게 걸림돌이 없다. 현재 지분 보유 현황은 △신 부회장 56.14% △농심 근로복지기금 17.70% △율촌화학 근로복지기금 8.67% △율촌재단 4.85% △휘닉스벤딩서비스 9.54% △기타 3.10% 등이다. 이에 신 대표이사가 농심 주식을 꾸준히 매도하며 계열 분리 할 것이란 얘기다. 신동익 부회장은 실제로 올해만 6번 농심 주식을 장내 매도하며 지분을 줄여나갔다. 다만 메가마트 측은 현재까지 계열 분리는 논의된 바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또 신상열 상무(구매실장)를 중심으로 한 3세 경영 본격화를 위한 작업이란 얘기도 나온다. 신 상무는 고 신춘호 선대 회장의 장손으로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이다. 199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 후 외국계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 2019년 초 농심에 입사했다. 2021년에는 만 29세의 나이로 첫 20대 임원이 됐고 경영 승계 수업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동익 부회장이 농심 지분을 줄여나가면서 분리 수순을 밟고, 조카인 신상열 상무의 농심 내 영향력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농심의 지배구조는 농심홀딩스 보유 지분이 32.72%로 가장 높고 4.83%인 율촌재단이 그 뒤를 잇는다. 개인 중에서는 신 상무의 지분이 3.29%로 가장 많고, 신동익 부회장은 1.98%로 두 번째다.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계열 분리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계열 분리를 공감시키는 데 실패한 것 아닌가 싶다”며 “복귀 후 신동익 부회장이 성과를 제대로 냈다면 전문경영인을 다시 앉힐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도 메가마트가 당분간 고전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종우 교수는 “메가마트는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점을 찾기 어렵다. 지역에서 입지만 좋은 상황”이라며 “오프라인이 호황일 때는 지역에서 인지도 때문에 잘 됐을지 몰라도 도서산간 지역까지도 온라인 배송이 가능한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이나 체험을 제공하는 형태가 아니고서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앞의 유통업계 관계자도 “대량 매입을 통해 가격 단가를 낮추거나 차별화 상품이 있지 않는 한 지금의 고물가 시대에 대형마트가 살아남기는 어렵다”며 “메가마트는 지역민의 감성과 선호만으로 살아 남겠다 생각하면 안 된다. 고객이 찾아오게 할 만한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가마트 관계자는 “현장 경영 강화를 통한 영업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영업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게 된 것”이라며 “신동익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의 현장경영을 적극 지원하고 그간 세심히 챙기지 못했던 계열사의 업무와 방향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미국 사업 확장과 다각화를 위해 미국 신규점 출점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며 국내 오프라인 매장은 기존 강점인 신선식품을 특화하고 델리, 먹거리 등을 강화하는 동시에 리뉴얼 등으로 현장경영을 통한 점포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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