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내부 거론 불출마론 설득력 떨어져…공천 마무리 후 대표직 사퇴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 친명과 비명이 공천이라는 ‘현실적 문제’ 앞에서 난기류를 만났다. 설마 했던 비명계는 발표되는 공천 결과에 분노를 쏟아냈다. 비명을 향한 철퇴엔 이미 복선이 있었다. 2월 6일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1차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해 주목을 받았다.
임 위원장은 “선배 정치인은 후배 정치인에게 길을 터주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해달라”면서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비명계를 향한 공천학살 전조가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됐다.
2월 21일 임 위원장은 이 발언과 관련해 “윤석열 정권 탄생에 책임이 있는 분이라고 했지, 전 정권 문재인 정부 인사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임 위원장은 “비명계 공천학살이라는 것은 없다”면서 “공천관리위원회는 원칙에 따라 공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천 결과가 순차적으로 공개되면서 ‘비명횡사’는 현실이 됐다. 비명계 현역 의원들의 탈당러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사당화’, ‘연산군’ 등 수위 높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 내홍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총선 결과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친명계 내부에서도 당을 장악할수록 분열이 심화하는 역설적 상황에 대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연스럽게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백의종군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었다. 이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갈래로 회자된다. ‘불출마론’과 ‘대표 사퇴론’이다.
불출마론은 이재명 대표가 공천이 마무리된 뒤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시나리오다. 한 야권 관계자는 “친명계 핵심 원외 인사가 포함된 그룹에서 실제로 불출마 언급이 나왔다”면서 “공천이 끝난 뒤 3월에 이 대표가 당권을 쥔 채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을 수습하는 그림”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친명 핵심그룹 내부에선 결정적인 순간 당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양산(문재인 전 대통령)의 시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로 불출마가 거론됐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유동규 자유통일당 예비후보와 한 지역구에서 부딪히는 장면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이재명 대표는 방탄을 벗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불출마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높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공천이 마무리된 뒤 이재명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는 내용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공천 과정서 불거진 당내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당권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천 갈등 이후 지도부를 그대로 유지한 채 총선을 치르게 되면, 총선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이재명 대표가 대승적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표직 사퇴가 총선 불출마보다 가능성이 높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그러나 공천을 모두 마무리지은 뒤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만으로 당 내홍을 수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선이 팽배하다. 비명 일각에선 혹시 선거에서 질 것을 대비해 그 책임을 선대위에 떠넘기려는 꼼수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재명 대표 백의종군 시나리오 공통점은 방탄이든 당권이든 무기 하나를 내려놔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라면서 “친명 체제 구축을 공고히 하는 대가로 이 대표가 어떤 무기를 내려놓을지, 아니면 무기를 모두 쥐고 갈지가 향후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공천 이후 이재명 대표는 책임론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책임론을 돌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불출마를 하는 것은 곧 방탄을 벗겠다는 말이기 때문에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당 대표 사퇴 후) 비대위 전환 등의 백의종군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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