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위원장은 “선배 정치인은 후배 정치인에게 길을 터주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해달라”면서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비명계를 향한 공천학살 전조가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됐다.
2월 21일 임 위원장은 이 발언과 관련해 “윤석열 정권 탄생에 책임이 있는 분이라고 했지, 전 정권 문재인 정부 인사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임 위원장은 “비명계 공천학살이라는 것은 없다”면서 “공천관리위원회는 원칙에 따라 공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친명계 내부에서도 당을 장악할수록 분열이 심화하는 역설적 상황에 대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연스럽게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백의종군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었다. 이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갈래로 회자된다. ‘불출마론’과 ‘대표 사퇴론’이다.
불출마론은 이재명 대표가 공천이 마무리된 뒤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시나리오다. 한 야권 관계자는 “친명계 핵심 원외 인사가 포함된 그룹에서 실제로 불출마 언급이 나왔다”면서 “공천이 끝난 뒤 3월에 이 대표가 당권을 쥔 채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을 수습하는 그림”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친명 핵심그룹 내부에선 결정적인 순간 당 분열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양산(문재인 전 대통령)의 시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로 불출마가 거론됐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유동규 자유통일당 예비후보와 한 지역구에서 부딪히는 장면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이재명 대표는 방탄을 벗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불출마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높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표직 사퇴가 총선 불출마보다 가능성이 높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그러나 공천을 모두 마무리지은 뒤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만으로 당 내홍을 수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선이 팽배하다. 비명 일각에선 혹시 선거에서 질 것을 대비해 그 책임을 선대위에 떠넘기려는 꼼수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정치권 한 인사는 “이재명 대표 백의종군 시나리오 공통점은 방탄이든 당권이든 무기 하나를 내려놔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라면서 “친명 체제 구축을 공고히 하는 대가로 이 대표가 어떤 무기를 내려놓을지, 아니면 무기를 모두 쥐고 갈지가 향후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공천 이후 이재명 대표는 책임론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책임론을 돌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불출마를 하는 것은 곧 방탄을 벗겠다는 말이기 때문에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당 대표 사퇴 후) 비대위 전환 등의 백의종군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