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식당 직원들, 체불 임금 받으려 펭귄 처분 요구…항저우법원, 잠적한 사장 찾아 변제 지시하고 펭귄 구출
항저우 인민법원은 얼마 전 특별한 재산 집행 신청을 접수했다. 가게가 부도난 후 사장이 도주하는 바람에 월급을 받지 못한 직원들이 ‘펭귄’을 처분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법원은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집행 신청을 낸 위 아무개 씨는 쓰촨의 한 대형 음식점 직원이었다. 이 음식점은 인터넷과 SNS(소셜미디어)에서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왕홍(온라인 유명인사) 식당’으로도 불린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찾는 명소다.
그 이유는 펭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지하엔 아기 펭귄들이 살고 있었고, 음식점 고객들은 이를 관람할 수 있었다. 방송에도 많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음식점은 펭귄 관람을 요리 코스에 포함시켜 많은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음식점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경영난에 빠졌고 결국 폐업했다. 사장은 야반도주해 자취를 감췄다. 위 씨를 비롯한 직원들은 수개월 치 임금, 퇴직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직원들은 채무가 많았던 사장 명의의 재산은 처리할 수 없었지만, 다행스럽게도 펭귄들의 소유권이 애매했다. 위 씨는 “우리 음식점에서 가장 비싼 재산은 펭귄이었다. 이를 처분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 직원들은 펭귄들을 지키기 위해 음식점에서 숙식을 하기 시작했다.
항저우 법원 집행관 뤼팅은 집행 신청 업무를 할당 받은 후, 우선 식당으로 가 조사를 했다. 한때 인산인해였던 식당은 문을 닫았고, 먼지만 쌓여 있었다. 뤼팅은 “과거의 떠들썩함은 사라졌다. 아기 펭귄들만이 여전히 걱정 없이 수영하고 노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뤼팅은 무엇보다 펭귄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음식점이 임대료를 내지 않아 건물주가 전기를 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 건물주 측은 “지금까지 임대료, 관리비, 수도세 등 20만 위안(3800만 원)가량을 내지 않았다. 장소를 비우지 않으면 정전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 펭귄 생활지역은 전기와 수도 사용량이 많다”고 했다.
전기가 끊기면 펭귄들이 생존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장치의 작동이 중단된다. 뤼팅은 “펭귄을 살리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면서 “건물주에게 ‘받지 못한 임대료와 세금 등을 추후 받을 수 있도록 법원이 보증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뤼팅은 법원 측에 자세한 상황을 설명한 뒤 후속처리를 요청했고, 승낙을 받았다.
그 후 뤼팅은 펭귄들의 소유권 파악에 나섰다. 펭귄이 자신의 소유였다면 사장이 이렇게 버리고 도망가진 않았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확인 결과, 펭귄들은 다롄의 한 해양관에서 임대한 것이었다. 직원들 역시 “펭귄은 음식점 흥행을 위해 해양관에서 돈을 주고 빌려온 것”이라고 진술했다.
뤼팅은 곧 다롄의 이 해양관과 연락을 취했다. 해양관 관계자는 "펭귄을 데려가고 싶었지만 식당 임대료가 70만 위안 이상 밀렸고 관련 사건은 다롄 현지 법원에서 심리 중"이라며 "사건이 종결되지 않아 법원 문서를 낼 수 없게 돼 남아 있던 식당 직원이 펭귄을 놓아주지 못하게 막았다"고 밝혔다.
실제 직원들은 해양관 측이 펭귄을 데려가려 하자 방해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뤼팅은 직원들 설득에 나섰지만 그들 역시 강경했다. 뤼팅과 동료들은 펭귄이 다시 해양관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강구했고, 법원에 선집행 신청을 했다. 뤼팅은 “펭귄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고, 생태계 보존에 큰 의미가 있다는 취지로 신청서를 썼다”고 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펭귄을 해양관으로 보낼 것을 명령했다. 뤼팅은 경찰의 협조를 얻어 해양관 관계자들과 함께 펭귄 이송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펭귄들은 9일에 걸쳐 고향인 해양관으로 돌아왔다.
뤼팅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음식점 직원들을 위한 업무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뤼팅은 “펭귄을 안전하게 다롄으로 돌려보내야 다른 조치들이 해결돼 밀린 임금을 빨리 받을 수 있다고 직원들을 설득했다”고 귀띔했다. 법원의 명령, 뤼팅의 설명 등을 받아들인 직원들은 펭귄을 풀어주는 데 적극적으로 도움을 줬다.
이어 뤼팅은 직원들이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음식점 사장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변제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사장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직원들의 임금을 주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뤼팅은 음식점이 받아야 할 채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여를 할 예정이다. 또한 음식점의 재산 가치가 있는 장비와 가구 등을 봉인, 이를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동안 음식점에서 펭귄을 ‘인질’로 삼아 농성을 하고 있던 직원들은 인민법원에 사건 종결 신청을 했다. 위 씨는 식당 직원들을 대표해 “법원 집행관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 꼭 돈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뤼팅은 “아기 펭귄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사건은 이미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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