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지정학적 리스크 여파 전 세계적 강세…K-방산 견제·수출금융 지원 미흡 등 악영향 가능성
#폴란드 대규모 방산 수출로 방산주 급성장
방산주가 재평가를 받게 된 계기는 폴란드 대규모 방산수출이 이루어지면서다. 특히 2022년 9월 폴란드와 국내 방산업체 간의 계약이 속속 체결되면서 방산주는 급상승한다. 일례로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 로켓포를 수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2022년 9월, 8만 원대였던 주가가 올해 6월에는 20만 원대까지 올라갔다. 상승률이 무려 170%대에 달한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시가 총액은 12조 원에 육박하며 방산대장주로 등극했다. 같은 기간 K2 전차를 수출한 현대로템도 2만 원대였던 주가가 4만 원대로 상승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4조 원대다. 반면 폴란드는 아니지만 UAE와 사우디에 연이어 천궁-2 수출에 성공한 LIG 넥스원은 지난 2년 사이 10만 원대 주가가 20만 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 결과 현대로템과 함께 방산주 시가 총액 4조 원 클럽에 들어갔다. 반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22년 6만 원대에서 10%가 하락한 5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전 세계 방산주 상승곡선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방산회사들의 주가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방산 및 항공우주 업체인 미 록히드 마틴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순이익이 16억 8000만 달러(약 2조 3000억 원), 매출은 167억 달러(약 23조 원)로 각각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2년 같은 기간의 순이익 3억 900만 달러(약 4200억 원)의 5배가 넘었고, 매출은 8% 성장했다.
미 록히드 마틴외에도 RTX(Raytheon Technologies Corporation), 노스롭 그루먼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과 달리 장기화되면서 전 세계 무기 시장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각국이 신냉전이 가속화되면서 재군비 체제로 들어갔고 노후무기 대체와 함께 미사일 즉 유도탄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방산주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어나자 부작용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장 마감 후 거래소는 LIG 넥스원에 대해 “다음 종목은 21일(1일)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되니 투자에 주의하시기 바란다”고 공시했다. 갑작스럽게 LIG 넥스원이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된 사유는 스팸관여 과다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된 영리 목적 광고성 정보의 최근 3일 평균 신고건수가, 최근 5일 또는 20일 평균신고건수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주가가 일정기간 급등하는 등 투자유의가 필요한 종목에 단계별로 시장경보종목으로 지정한다. 단계 상승에 따라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공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방산주에 투기세력이 들어온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정부·업체 간 엇박자
지난 6월 19일(현지시각) 오전 한국 국방부 장관으로서 최초로 루마니아를 방문한 신원식 장관은 루마니아 국방부에서 안젤 틀버르(Angel TÎLVĂR) 국방부 장관과 회담을 개최했다. 개최후 국방부는 9억 2000만 달러(1조 2700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계약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루마니아 K9 자주포 도입 결정이 폴란드에 이어 유럽에서 K-방산의 영역을 더욱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루마니아 국방부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K9 자주포 도입을 최종 결정하였음을 발표했다. 54문의 K9 자주포 및 지원장비, 탄약 등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6월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공시를 통해 루마니아 K9 자주포 수출 계약과 관련한 금액 및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계약이 체결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종합해보면 루마니아가 K9 자주포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추가적인 가격협상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관련해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방부의 성급한 발표로 향후 가격 협상에 불리하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나기도 했다. 방산수출의 경우 특수성 때문에 “GtoG” 즉 정부 대 정부 간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성과내기에 급급했던 국방부가 업체의 가격 협상력을 제한한 형국이 됐다.
K-방산의 강점인 가성비도 최근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인 물가상승으로 원자재 및 중요 구성품 가격 상승 압박이 더해지면서 국산무기 가격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K-방산 견제'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4월 25일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유럽연합(EU) 의회 관계자들을 대상 연설을 통해 “유럽의 자주 국방을 위해 유럽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며 “미국과 한국 무기 대신 유럽산 무기를 사자”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의 투자 필요
EU도 지난 3월 발표한 ‘유럽방위산업전략(EDIS)’를 통해 2030년까지 EU 국가의 유럽산 무기 비중을 현 20%에서 50%로 확대하고 EU 내부의 방산 거래 규모를 15%에서 35%로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내 방산업체들의 해외 수주량을 봤을 때, 향후 최소 5년 혹은 최대 10년간의 펀더멘털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특수선 즉 군함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K-방산의 수출 품목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방산수출에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출금융지원은 여전히 방산 선진국들에 비해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우리의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독일, 프랑스의 경우 세계적인 금융선진국인 동시에 정부의 차관 등을 활용한 다양한 수출금융지원 정책을 갖고 있다. K-방산이 가성비와 빠른 납기를 자랑하지만 “쩐의 전쟁”에서는 이들 나라들과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에게 “방산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권유한다”고 전한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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