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럼은 재계 남소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재계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법학자들도 이론적으로, 그리고 수많은 미국 판례상으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선관주의의무의 대상인 일상적인 기업 경영활동에 적용되지 않는 것임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포럼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사례를 들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에서 공개된 최근 18개월 이사회 의안을 살펴보면 양사 합쳐서 28회 이사회가 개최되었고, 총 91개 안건 중 단지 4개만이 충실의무 적용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체 안건 중 4%에 불과한 비중이다. 2024년 상반기 삼성전자 이사회 의안 거의 대부분은 “재무제표 및 영업보고서 승인, 주주환원 정책 승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 위촉,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이해상충이 없는 내용으로,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수행하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포럼은 또한 경제계의 주장처럼 상법 개정이 기업경영을 위축시킨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MSCI(모건 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코스피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은 지난 5년간 연 4%, 10년간 연 5%에 불과하다. 배당수익률 2%를 제외하면 연 2~3% 성장한 셈인데, 물가상승을 차감하면 실질성장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포럼은 “이미 성장이 멈췄는데 무엇이 경영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인가”라고 반문했다.
포럼은 대기업들이 여전히 효율적 자본배치에 따른 기업가치 창출보다는 지배주주 중심의 ‘사세 확장’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모회사만 상장된 간결한 소유지분도를 가진 ‘강한’ 쿠팡과 100개가 넘는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거느렸지만 ‘허약한’ 카카오 소유지분도가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린 대만의 TSMC 역시 모회사 한 곳만 상장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포럼은 외국 투기자본 공격 가능성에 대한 경제계의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2020년 9월 3%룰 도입 등 과거 상법 개정 당시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상법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적군이 우리 군 작전회의에 참석해 기밀을 빼가는 것과 같은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포럼은 지난 4년 반 동안 외국펀드가 감사위원인 사외이사를 강제로 선임하려는 시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계는 블랙록, 뱅가드, 노르웨이국부펀드, 캐피털 등 4개의 주요 외국주주가 연합해 감사위원 선임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포럼은 이들이 국제금융계에서 존경받는 초대형투자자로서 지난 50년간 전세계에서 한번도 이사 선임을 주도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포럼은 재계 경제단체들이 ‘근거 없이 상법개정이 되면 외국투기자본이 한국을 공격한다는 주장을 일삼는다’면서 “외국과 통상수교를 거부하고 쇄국정책을 펴면서, 국제적인 고립을 초래한 흥선 대원군 추종자”라고 비판했다.
포럼은 상법개정 시 기업 가치가 추락한다는 주장 역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이사 충실의무 확대로 투자자 보호가 가능해지면 장기 외국투자자들이 한국 투자를 점진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표적인 장기 가치 투자자인 워렌 버핏이 거버넌스 개선이 대폭 이뤄지고 있는 일본 투자는 늘리는 반면 한국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는 현실을 언급하며, 상법 개정은 한국기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마지막으로 상법 개정이 OECD 바닥권인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PER 8배, PBR 0.96배)과 대만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폭락한 MSCI 개발도상국(EM)지수 내 비중이 정상화되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