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협박을 받은 사실도 공개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블로그에 글을 쓰면 죽일 듯이 달려들기 때문에 최근에는 거의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며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살해 협박과 문자, 전화 폭탄이 왔다”고 토로했다.
‘국민 정서나 정치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문 전 권한대행은 “야만이 지배할 때 다수의 의견이 기준일 필요는 없다”면서 “문명이 지배할 때 다수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어느 경우에나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게 옳지 않고, 내가 내린 결정을 내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시대에 대한 분별력, 다수 의견 경청, 그리고 성찰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사회 분열 극복을 위한 방향에 대해서 문 전 권한대행은 “관용과 자제가 필요하다”며 “민주주의는 관용과 자제가 없다면 발전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관용은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을 뜻하고, 자제는 힘을 가진 사람이 그 힘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판단 기준에 대해 “비상계엄 선포가 관용과 자제를 뛰어넘었는지 여부였다”며 “야당이 곧 여당이 되고 여당이 야당이 될 텐데, 야당과 여당 모두에게 관용과 절제가 적용돼야 진정한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탄핵심판 직후 김형두(60) 재판관의 등을 두드리며 퇴정한 것에 대해서 문 전 권한대행은 “재판관이 늦은 시간까지 근무하며 심리에 전념했고, 변론기일에 재판관 중 가장 많은 질문을 던지는 등 헌신적인 태도를 보였기에 자연스러운 격려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새로 취임한 마은혁(62) 재판관에게 당부한 세 가지도 공개했다. 그는 “첫째, ‘상수가 아닌 변수가 되라’고 했다. 항상 결론을 정해둔 사람과 협력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둘째, ‘주된 가치는 지키고 종된 가치는 버려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문 전 권한대행은 셋째로 “‘주문을 취하고 이유를 버려라’고 당부했다”며 “(주문과 이유 사이) 논리 일관성을 완성하는 일은 학자들의 영역이다. 정치 논리로 (다수의견) 6표까지 확보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윤 전 대통령 탄핵사건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문 전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 내부 합의 과정의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그는 “상대 후보자 비방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2023헌바78)에서 위헌 법정의견을 만들기 위해 재판관 3명을 1년간 설득했다”고 밝혔다.
특히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화성시을 지역구에서 벌어진 이준석-공영운 논란을 언급했다. 당시 이준석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의 자녀 주택 증여 문제를 제기했고, 이것이 후보자비방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큰 논란이 일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이준석 의원의 상대 후보인 공영운은 제 친한 친구지만, 그럼에도 후보자비방죄는 없어져야 한다고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가 허위인지 참인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자비방죄로 입건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는 것은 선거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재판관들을 설득하기 위해 세 가지 논거를 제시했다고 한다. 문 전 권한대행은 “첫째, 후보자비방죄로 처벌하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는 점, 둘째, 추후 의혹이 허위로 입증되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점, 셋째, 일반 명예훼손죄보다 후보자비방죄의 형량이 더 높은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논리로 1년에 걸친 설득 끝에 2024년 6월 헌재는 재판관 6(위헌) 대 3(합헌) 의견으로 후보자비방죄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는 성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자신에게는 질문하지 않고 남에게만 질문한다”며 “83학번으로 대학 시절 학생운동이 일상이었지만 참여하지 않았고, ‘나에게는 나의 시간이 있다’며 스스로를 성찰했다”고 회고했다.
부산 대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문 전 권한대행은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 후 1992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부산·경남 지역에서 법관으로 오랫동안 근무하며 부산지법 동부지원·부산고법 판사, 부산지법·창원지법 거창지원·부산고법 부장판사, 부산가정법원장,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2008년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2019년 4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명 및 임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문 전 권한대행은 2024년 10월 17일 이종석(64·15기) 전 헌재소장 퇴임 이후 6개월 동안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맡아왔다. 18일 퇴임 후에는 부산으로 돌아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할 예정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