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택배노조 경기지부 CJ대한통운 분당지회가 지난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전면 파업에 돌입한 뒤, 현재까지 반품 업무를 거부하는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누적된 반품 건수는 지난 5월 9일 기준 1만 건을 넘어섰다.
분당판교대리점 소장은 “통합운송노조 위원장이 우리 대리점에서 일하고 있고 저랑 가깝기 때문에 저를 퇴출할 목적으로 파업을 진행 중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제가 공문을 보내 항의했더니 뒤늦게 제가 대리점연합회에 위임장을 안 써줬기 때문에 파업을 한다고 말하더라”라며 “그런 논리라면 우리 터미널에 있는 4명의 대리점 소장 중 위임장을 제출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왜 우리만 파업을 하느냐. 명분이 부족하니까 제가 택배노조 조합원을 해고했다는 주장까지 끌어오고 있는데, 실제 해고된 사람은 없고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대리점 측은 쌓여가는 반품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대체인력(용차)을 투입하려 했으나 노조 측에서 이를 파업 기간 중 불법 대체인력 사용으로 보고 고용노동부에 고발하면서 중단됐다. 현재 반품 물량은 대리점 소장과 터미널 관리 팀장 단 두 명이 처리하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태다. 고객 불만이 빗발치면서 일부 고객사는 계약 해지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파업으로 해당 대리점 소장은 수천만 원가량의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분당판교대리점 소장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사람을 이렇게 못 살게 구느냐”라며 “금전적인 손해도 있지만 고객사들이 신뢰를 잃고 떠나는 게 환산하기가 어려운 손해다. 분명 CJ대한통운 본사에서 저한테 손해배상을 청구할 테고 재계약도 안하겠다고 할 텐데 이런 일을 겪게 되니 내장이 마르는 거 같다”고 토로했다.
택배노조 서울지부 롯데글로벌로지스 강동송파지회에서 통합운송노조 조합원의 ‘정리’를 요구한 정황도 확인됐다. 해고하라는 청탁으로 받아들인 소장이 법적 공방을 우려해 택배노조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택배노조는 4월 29일 경고 파업에 돌입했다. 복수의 조합원들이 작성한 사실관계 확인서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분당지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롯데글로벌로지스 강동송파지회에서도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자리에서 파업과 관련해 ‘소장 퇴출’ 목적에 대한 언급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택배노조 측이 대리점 소장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귀사 소속 조합원들이 귀사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수차례 진행하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여 쟁의행위에 돌입했다’라고 적혀있다. 강동송파지회가 파업을 벌인 대리점 한 관계자는 “복수의 대리점 중에 통합운송노조 조합원 ‘정리’ 요구를 거부한 소장이 관리하는 3곳에서만 파업을 했다. 단협을 내세우고 있지만 명백히 특정인을 타깃으로 한 정황이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소장은 노조 파업으로 인해 빚어진 손해와 관련해 본사에서 내용증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노조 측은 대리점 소장의 부당노동행위가 파업의 배경이었다고 반박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현행법에 사용자는 노동조합에 지배·개입할 수 없게 법으로 명시돼 있는데, 다른 노조 위원장과 소장이 함께 조합원들에게 해당 노조를 홍보하는 자리가 있었다는 제보가 있었다. 이는 조합원 탈퇴를 유도하는 노조 파괴행위에 해당한다”라며 “또 교섭 중인 상황에서 단체협약에 관련한 해당 소장의 입장도 명확하지 않아서 투쟁을 벌였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타 노조 조합원의 해고를 요구한 적은 없고, 문제 조합원 셋을 ‘정리하라’는 표현 역시 소장이 가입을 유도한 만큼 그러한 행위를 중단하라는 의미였다”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 원영부 통합운송노조 위원장은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긴 하지만 대리점 소장 퇴출 목적의 파업을 자제해야 한다는 취지였고, 그 자리에 다른 대리점 소장들도 동석했던 만큼 이번 파업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CJ 분당지회와 롯데택배 강동송파지회 소장 퇴출을 목적으로 불법 파업을 시작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다. 뒤늦게 단체협약 방해, 위임장 미제출 등의 명분을 들고 나온 것은 사후 정당화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택배노조 경기지부 CJ 분당지회는 “대리점연합회와 위임장을 안 쓴 대리점 중 먼저 확인된 곳 위주로 파업하고 있다. 노노갈등과 무관하다” 라고 주장했다.

통합운송노조는 전국택배노동조합을 탈퇴한 일부 조합원들이 모여 지난해 11월 결성한 노조다. 현재 조합원 수는 약 10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조합원 수가 7000~8000명에 이르는 택배노조와 비교하면 조직 규모가 현저히 작다. 그렇다보니 현장에서는 통합운송노조 조합원들이 부당한 대우를 겪는 사례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남권 복합물류단지에서 근무하는 한 택배 기사는 “택배노조에서 통합운송노조로 이적했더니 택배노조 관계자들이 찾아왔다”며 “주5일제를 자신들이 얻어냈으니 우리는 휴무일에도 출근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저뿐만이 아니라 우리 조합원들 모두한테 일일이 찾아와 통합운송노조 소속이라는 이유로 단체협약사항 적용이 제외된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일하는 또 다른 통합운송노조 소속 기사는 “우리가 통합운송노조로 옮기면서 쟁의권이 사라지자, 택배노조가 본사에 클레임을 넣어 우리 휴무일을 없앴다”며 “이후 우리가 다시 쟁의권을 확보했는데 택배노조 측 조합원들도 따라서 쉬더라. 그 일을 똑같이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갑질을 당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원영부 위원장은 “택배노조가 조합원들을 찾아와 탈퇴를 종용하면서 일부 조합원들이 압박을 못 이겨 탈퇴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압박, 욕설, 고성이 오고 갔다”라며 “한국노총 조합원으로 이적하는 경우는 문제삼지 않으면서 우리만 타깃으로 삼는 건 힘이 약한 소수 노조를 괴롭히는 행위로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한 노무사는 “원래 노조와의 협상 결과는 비노조원도 영향을 받는다. 갑질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라며 “그리고 노조가 파업을 하려면 목적의 정당성, 절차적 정당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 겉으로는 여러 명분을 내세웠겠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황을 살펴야 하는데 택배노조가 실제로 타 노조나 소장 퇴출 목적으로 파업을 진행했다면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유재원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대표변호사는 “구체적으로 더 살펴야겠지만 드러난 내용만 따졌을 때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판은 너무 오래 걸리고 손해배상액 산정에도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대리점 소장이나 소수 노조가 대처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넣어서 사실 확인을 받고 민사상 가처분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게 가장 나은 방식으로 보인다”라고 제언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