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젊은 치매’가 점차 증가 추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65세 미만의 ‘젊은 치매’ 환자 수는 7만 800명 이상에 달한다. 이는 2014년 이후 무려 69% 증가한 수치다. 그럼 조기에 찾아오는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젊은 치매’를 물리치는 생활 속 습관을 소개해본다.

페이튼이 젊은 치매를 앓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축구 경기 중 머리에 반복적으로 충격이 가해져 뇌 손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는 축구선수들이 겪는 가장 일상적인 위험이기도 하다. 페이튼의 동료 선수였던 딘 윈다스 역시 올해 1월 56세의 나이로 치매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선수 시절 500경기 이상을 뛴 페이튼은 “뇌 스캔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느꼈던 증상들은 뇌손상 때문이었다”라며 비통해 했다.
물론 축구선수처럼 헤딩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뇌 손상을 겪을 일이 없다. 그럼에도 치매를 유발하는 위험 요인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아직은 젊은 치매의 증가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활 습관과 관련된 최소 14가지 위험 요인을 확인했다. 고혈압, 음주, 제2형 당뇨병, 비만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난해 발표된 ‘랜싯 위원회’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이러한 위험 요인에 일찍 노출될수록, 그리고 오랜 기간 영향을 받을수록 뇌에 가해지는 손상이 누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로버트 하워드 교수는 “예를 들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제2형 당뇨병과 고혈압이 발생하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심장과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계에 더 빨리 손상이 생기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혈관성 치매를 더 일찍 앓게 될 수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 발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알츠하이머는 다양한 위험 요소가 작용하는 복잡한 질병이다. 어떤 특정한 요인 하나만으로 조기 발병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험 요소들을 관리하면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심혈관 과학 연구소의 스콧 키에사 박사는 “위험 요인에 대한 노출을 줄이면 치매 발생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젊은 치매든, 노인성 치매든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젊은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음주와 치매의 상관관계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가령 일주일에 21유닛 이상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14유닛 미만을 마시는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18% 더 높고, 뇌의 회백질 양도 더 적다(유닛은 알코올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1유닛은 알코올 10g을 의미한다. 맥주 500cc 정도가 1유닛에 해당한다).
젊은 치매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상태인 알코올 사용 장애에 있다. 젊은 치매의 위험 요인을 구체적으로 조사한 최초의 연구 가운데 하나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술을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알코올 의존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보다 젊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술을 끊은 사람들 가운데 일부가 과거에 술 문제를 겪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적당히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사교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전문가들은 술을 얼마나 마시든 간에 음주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연구 결과 매주 몇 잔을 줄인 사람들의 경우 인지 능력이 향상되었으며, 사고력과 기억력에 문제가 있던 경우에도 장기적인 치매 위험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담배를 끊는다
금연을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결코 없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치매 사례의 약 2%는 흡연과 관련이 있다. 특히 흡연은 남성의 젊은 치매 발병과 관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담배만 끊어도 치매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의 경우 치매 위험이 30% 높지만 과거에 흡연을 했지만 지금은 끊은 경우에는 이런 위험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이는 지금이라도 금연을 하면 늦지 않는다는 의미다. 심지어 60세에 담배를 끊을 경우 기대 수명이 3년 더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보청기를 착용한다
청력 역시 치매와 관련이 있다. 청력이 10데시벨(dB) 감소할 때마다 치매 위험은 최대 24%까지 증가한다. 일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력 손실은 노년기 치매보다 젊은 치매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과학자들은 청력 손실이 뇌의 자극을 차단해 사회 활동을 줄이고 고립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청력 손실을 방치하면 기억과 관련된 뇌의 측두엽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경우 보청기 사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보청기를 사용하면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19% 감소하고, 치매 위험은 17% 감소한다. 나이가 젊은 경우 보청기를 사용할 일이 드물긴 하지만, 청력이 나빠지고 있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체중을 감량한다
여성이라면 특히 체중을 감량할 경우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랜싯 보고서에 따르면 높은 체질량지수(BMI)는 특히 여성의 조기 치매 발병률을 높이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그렇다고 많은 양의 체중을 감량할 필요는 없다. 단 2kg만 감량해도 6개월 후 인지 능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친구든, 껄끄러운 사람이든 일단 만나라.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거나 마트에 가는 등의 사회적 접촉은 뇌를 활발하게 하고, 활동적으로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친구나 가족을 한 달에 한 번 혹은 아예 만나지 않는 사람들은 이보다 더 자주 만나는 사람들에 비해 젊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전반적으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은 치매 위험이 60% 증가한다. 따라서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배우자를 잃은 경우 치매 위험이 더 높아진다. 이유는 아마도 뇌가 자극을 덜 받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어떤 형태의 사회적 활동이든 참여 자체만으로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심지어 함께 있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상관없다. 모든 사회적 접촉은 뇌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혈당 수치를 낮게 유지한다
제2형 당뇨는 과도한 체지방으로 인해 혈당 수치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며, 이로 인해 뇌의 미세한 혈관망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당뇨는 젊은 나이에 발병할수록 뇌에 더 많은 손상을 일으키고, 이에 따라 젊은 치매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당뇨 치료가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최근 연구에서는 오젬픽을 복용한 당뇨 환자가 다른 당뇨 치료제를 복용한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40~70% 낮다는 결과가 있었다. 물론 가장 좋은 치매 예방책은 애초에 제2형 당뇨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혈압을 점검한다
고혈압 환자들 가운데 절반가량은 증상이 없어서 자신이 고혈압인지조차 모른 채 생활한다. 고혈압은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으며,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미세 혈관을 손상시켜 치매의 위험도 높인다.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중년기(40~65세)에 고혈압 진단을 받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이때 혈압약을 복용하면 치매와 인지 장애의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40세 이후에는 수축기 혈압을 130mmHg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전체 치매 사례의 약 7%는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가 높을수록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위험이 높아진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심장마비, 뇌졸중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은 물론이요, 치매와도 관련이 있다.
다만 콜레스테롤은 비교적 관리가 수월한 편이다. 포화 지방 섭취를 줄이고,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고, 꾸준한 운동을 하면 충분히 수치를 낮출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다면 약물을 통해 수치를 낮출 수 있다. 콜레스테롤 관리는 치매뿐만 아니라 심장 질환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몸을 움직인다
‘심장에 좋은 건 뇌에도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운동은 단순히 심장 건강뿐만 아니라 치매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어떤 형태의 운동이든 상관없다. 몸을 움직이면 치매 위험이 20% 낮아진다. 또한 동시에 혈류 개선, 혈압 감소, 염증 감소, 심지어 뇌의 가소성(학습과 기억에 중용한 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걷기, 정원 가꾸기, 수영처럼 가벼운 운동도 충분히 효과가 있다. 다만 야외에서 운동할 경우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한다. 우리 몸이 자외선을 받아 생성하는 비타민 D 수치가 낮을수록 젊은 치매 발병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새롭게 운동을 시작할 경우 치매 위험이 급격히 낮아진다.
#번잡한 도로를 피한다
자동차나 난방에서 발생하는 매연과 같은 대기 오염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치매 위험도 커진다. 이러한 오염물질에 포함된 초미세 입자들이 뇌에 침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만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연료를 태울 때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철의 일종인 ‘마그네타이트’가 알츠하이머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도 있다. 이 경우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하는 방법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얼굴에 딱 밀착되지 않는 한 큰 효과가 없다. 그보다는 번잡한 대로가 아닌 가능한 오염도가 낮은 골목길이나 덜 혼잡한 거리를 걷는 게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우울증은 모든 연령대에서 치매의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젊은 치매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우울증을 치료하면 치매 위험도 줄어든다.
영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항우울제를 복용하거나 심리 치료를 받은 사람은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약 25% 정도 낮았다. 두 가지 치료를 모두 받은 경우에는 치매 위험이 무려 38% 감소했다.
#자전거 헬멧을 착용한다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은 아무리 강도가 낮아도 수십 년 후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운동 중 뇌진탕을 겪은 사람은 치매를 포함한 기타 신경계 질환을 앓을 확률이 더 높다. 낙상부터 교통사고까지 어떤 형태의 머리 충격도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횟수가 누적될수록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실제 스코틀랜드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전직 축구선수들이 치매에 걸릴 위험은 일반인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특히 헤딩을 자주 하는 수비수들의 경우 가장 위험했다. 일례로 전 잉글랜드 대표이자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 소속이었던 제프 애슬은 40대 중반에 치매 진단을 받았으며, 2002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따라서 자전거를 탈 때는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고, 축구 경기 시 가능한 헤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시력을 점검한다
시력이 나빠지는 것 역시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중년 이후에 시력을 교정하지 않으면 치매 발병 위험이 47%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 위험이 크게 낮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경 처방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게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정기적으로 시력검사를 받아 교정하면 뇌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