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유상증자로 인해 부광약품의 단기적인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부광약품은 지난 7월 9일 기준 시총 2461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시총의 36.2% 규모의 신주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발행가격은 일정 기간 주가의 평균인 기준주가에 20% 할인율이 적용됐다. 처음 유상증자를 알렸던 지난 3월 당시 기준주가는 4500원이었는데, 다시 5월 1차 발행가액 산정할 때 주가가 하락하면서 기준주가는 4192.07원으로 하락했다. 이후에도 주가가 내림세를 기록하면서 최종 발행가액 산정 때는 기준주가는 3690원까지 밀렸다. 첫 산정 시보다 18% 하락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주당 발행가액도 최초 3310원에서 2955원으로 확정됐다.
기준주가가 내려가면서 자금조달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었다. 부광약품은 처음 유상증자 계획을 알렸을 당시 신주발행으로 999억 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준주가의 하락으로 매출총액은 107억 원이 감소했다.
2020년 4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부광약품은 코로나 수혜주로 주가가 급등했다. 치료제 개발 발표 전 1만 원대를 오르내리던 주가는 그해 7월 21일 주가가 3만 8881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부광약품이 2021년 9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한 데다 실적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 7월 9일 종가 기준 주가는 3595원으로 내렸다.
반면 결과적으로 주가 하락으로 부광약품 지분 11.32%를 확보한 최대주주 OCI홀딩스는 과거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2022년 OCI홀딩스(당시 OCI)는 당시 최대주주 측이었던 김동연 전 회장 일가의 지분 21.7% 가운데 약 11%포인트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김동연 회장은 지분율이 10.3%로 하락해 2대주주가 됐고, 2대주주이었던 정창수 부회장(8.84%)은 3대주주가 됐다.
OCI홀딩스는 지난 7월 4일 이사회를 열고 부광약품 보통주 약 907만 주에 대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의결했다. OCI홀딩스가 유상증자로 투입하는 비용은 268억 원 수준이다. OCI홀딩스는 신주 출자 후 지분율이 17.0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동연 전 회장과 정창수 부회장은 신주 배정증서를 OCI홀딩스 측에 넘겼다. 신주인수권 가격은 주당 539원으로 책정됐다. 김동연 전 회장과 정창수 부회장은 해당 거래로 각각 13억 원씩 받았다. 신주 배정을 포기한 김동연 전 회장과 정창수 부회장의 지분율은 신주 발행 물량으로 지분 희석이 되면서 지분 가치가 더 떨어지게 됐다. 이로써 OCI홀딩스는 부광약품에 대한 지배력을 크게 강화했다. 그동안은 2대주주인 김동연 전 회장과 정창수 부회장의 지분율을 합치면 OCI홀딩스 지분율을 웃돌았다.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OCI홀딩스는 오는 9월까지 부광약품 지분율을 30%까지 늘려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는 상장사 30%, 비상장사 50% 이상의 자회사 지분율 규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2022년 OCI홀딩스가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뒤 이우현 OCI그룹 회장 등이 부광약품 대표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지만 흑자였던 회사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2억 원, 37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6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전환했지만 과거 수준을 회복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지배구조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결과적으로 유상증자가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된 모습이다”라면서 “유상증자 외에 차입 등을 통한 조달 방법은 없었는지, 주주들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부광약품 측은 유상증자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유상증자 없이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자금목적에 따라 투자를 진행할 경우 보유현금은 약 200억 원으로 축소된다”면서 “이 경우 통제불가능한 외부 변수(금융권 차입금 만기 상환 요청, 심평원 등 규제기관의 규제 강화로 인한 현금흐름 축소 등)가 발생 시, 유동성 부족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광약품 측은 유상증자로 확보된 자금 가운데 845억 원은 시설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부광약품이 공개한 자금 사용 순위에 따르면 올해 안에 제조설비를 신규 취득하는 데 350억 원이 투입된다. 또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4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제조시설을 확장해 생산능력을 기존 10억 정에서 15억 정으로 높일 예정이다.
2025~2027년 사이 최신생산설비를 도입하는 데 11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정된다. 이외에도 △2025~2028년 1분기 신규제제 개발 및 기존제제 개선 연구에 132억 원 △2025~2028년 1분기 인건비 필수 운영비용 등에 156억 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김동연 전 회장 측이 OCI홀딩스 측이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힘을 실어주면서 과거의 빚을 되갚는 모양새가 됐다. 코로나19 관련주로 묶인 주가가 급등한 부광약품이 치료제 개발 중단 소식을 알리기 직전 김동연 전 회장 일가가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이로 인해 김동연 전 회장은 소액주주들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이때 OCI홀딩스가 김동연 전 회장 등 11인의 부광약품 지분을 주당 1만 8900원에 매입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시 1개월 평균 주가가 1만 1000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70%가량 높은 가격에 매수해준 셈이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