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배정 유증으로 최대주주 변경 다수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상 △연 매출 30억 원 미만 △최근 3년 중 2년 이상 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 50% 초과 △자본잠식률 50% 이상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매출 기준은 상장 후 5년 동안, 법차손 기준은 상장 후 3년간 유예된다. 올해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HLB펩·에스씨엠생명과학·카이노스메드·DXVX 등 대다수 기업은 법차손 요건을 맞추지 못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들 바이오 기업은 관리종목 요건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미국계 사모펀드 파라택시스에 경영권을 넘겼다. 지난 6월 20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25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파라택시스 코리아 펀드 등을 대상으로 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최대주주는 이정규 대표 외 7인에서 파라택시스 코리아 펀드 외 1인으로 변경됐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특발성 폐섬유증 후보물질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기술이전에 차질을 빚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증자로 법차손 이슈는 거의 해소되는 것 같다. 법차손 요건을 연내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라 3자 배정 유상증자가 최선이었다.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가 경영권을 인수하면 가장 좋은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엔 자금 여력이 없는 곳이 많다. 그러던 와중에 파라택시스와 이야기가 잘 통했던 것”이라며 “(비트코인 관련) 신사업은 수익원 중 하나다. 후보물질의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에도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SCM생명과학은 신사업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SCM생명과학은 2022년 창업주였던 송순욱 전 대표가 세상을 떠나면서 위기를 맞았다. 송순욱 대표의 아내인 송기령 당시 기타비상무이사가 지분을 상속받아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지만, 오형남 대표이사 권한대행과의 의견 충돌로 경영권 갈등이 빚어졌다. 1월 SCM생명과학의 스테로이드 불응성 또는 의존성 만성 이식편대 숙주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인 ‘SCM-CGH’가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는 등 본업 상황이 좋지 않다. 6월 SCM생명과학은 인천 연수구 토지와 건물을 매각해 169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7월 1일엔 금호에이치티로부터 82억 원에 풍전약품 지분 100%를 양수했다. 풍전약품은 의약품 도소매 전문업체로 지난해 매출 370억 원, 영업이익 5억 원을 냈다.

자사 인슐렛 펌프 이오패치를 두고 미국 인슐렛과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이오플로우는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며 관리종목에 올랐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이르면 올해 항소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소송에서 이기면 법무 비용 문제는 해결할 수 있고, 나머지는 증자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피씨엘은 7월 11일 최대주주 보유 주식은 30 대 1, 그 외 주식은 20 대 1로 병합하는 차등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3월 피씨엘은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지난해 4분기에 매출이 3억 원 미만 발생해 주된 영업활동이 정지된 것으로 거래소가 판단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6월 27일 피씨엘에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7월 25일 내에 2심 격인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어필하려는 행보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바이오 업계 “법차손 요건, R&D 위축시켜”
기술특례상장으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 사이에선 상장 유지 요건이 까다롭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정규 대표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어간다”며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회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코스닥 시장에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이 몇 군데 없다”라고 말했다. 바이오업계 다른 관계자는 “신약을 열심히 개발하려는 기업에 (상장 유지와 관련한 요건이) 불리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바이오 업계에선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R&D를 통해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게 금융당국이 법차손 비율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시총을 맞추려면 끊임없이 R&D를 해야 하는데, 현 제도 하에서는 법차손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게 돼 R&D를 적극적으로 하기 부담스러워진다”라며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12조 원을 기술수출할 만큼 산업이 많이 성장했으니 이제는 제도 개선도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기업들도 임상 내용 등에 대해 일반 주주와 투명하게 소통할 필요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거래소 한 관계자는 “법차손 요건은 아직 개선 방안을 따로 생각하고 있진 않다”며 “기업이 자본 조달만 할 수 있으면 법차손 비율을 50%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 또 법차손 요건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은 자본잠식으로 가게 되는 중간 단계다. 투자자들에게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