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청문회 제도는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이 연이어 파장을 일으키자 도입됐다. 1993년 박희태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박양실 보건사회부 장관 후보자는 도덕성 의혹으로 사퇴했다. 박희태 후보자는 자녀 편법입학 의혹, 박양실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다. 두 후보자 낙마를 기점으로 검증 필요성이 대두됐다. 대통령 인사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인사청문회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
2000년 16대 국회는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했다. 고위공직자 적격성 검증, 국회의 대통령 인사권 견제, 고위공직자 임명과정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처음 인사청문 대상은 23인이었다. 가장 최근인 11차 개정(2020년 8월 18일) 때는 67인으로 늘었다. 인사청문 대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가 육·해·공군 참모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제도 도입 이후 치러진 인사청문회에서 많은 후보자들이 도덕성 논란으로 질타를 받았다. 낙마한 사례도 종종 나왔다. 정책과 능력보다는 도덕성 검증에 집중됐던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인사청문회가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야당은 정부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후보자 전문성보다는 도덕성 검증에 주력한다. 여론이 도덕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국민 눈높이’라는 말이 인사청문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까지 낙마한 후보자들 대부분 도덕성이 문제가 됐다. 긍정적 평가도 나오지만 논문 '국회 인사청문회의 임명 동의 결정요인 분석: 역대 인사청문 대상자를 중심으로'(2000.6-2020.2)에 따르면 인사청문회가 여야의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파적 갈등이 분출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 논문은 정파적 갈등 수준이 높을수록 후보자는 국회 동의를 받을 확률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역대 정부 인사청문 인준 거부율은 20%대로 집계됐다. 국무위원(장관) 인준안이 거의 부결되지 않는 미국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다. 그 결과 1기 내각 구성 완료 기간은 계속 길어졌다. 이명박 정부(17일) 이후 박근혜 정부(51일) 문재인 정부 (96일) 윤석열 정부(181일) 등 내각 구성 기간은 갈수록 느려지는 양상이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행정 공백을 장기화하고 국정 운영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러한 기조는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계속됐다. 정성호 정은경 김영훈 정동영 배경훈 후보자는 증인·참고인 모두 0명이었다. 야당은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보좌진 갑질 논란’의 피해자인 보좌진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려 했지만, 여당 반대로 무산됐다. 코로나19 관련주 투자 의혹 당사자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남편 증인 채택도 여당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자료제출도 청문회 당일 늑장 제출되거나 거부됐다. 개인정보보호 등이 이유였다.
국민의힘은 후보자들이 ‘청문회 당일만 버티면 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도덕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반 의석의 여당이 밀어붙일 경우 막을 방법은 없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민석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 때는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강선우(여가부) 정동영(통일부) 이진숙(교육부) 권오을(보훈부) 김영훈(고용노동부) 장관을 ‘무자격 5적’으로 지정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인선을 총체적 인사 참사로 규정했다.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연구관은 ‘국회 인사청문제도의 이상과 현실: 역대 정부의 비교와 함의’에서 “(인사청문회는)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했을 뿐만 아니라, 공직을 지망하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자질과 국민적 기대를 학습시키는 효과를 거뒀다”면서도 “정파적 운영, 즉 여당 의원들의 후보자 감싸기와 야당 의원들의 후보자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으로 인해서 ‘의회의 대통령 인사권 견제’라는 인사청문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쟁에 매몰된 해결책
인사청문 제도 개선 요구는 끊이지 않지만 정치권 반응은 더디기만 하다. 제도 개선 시도조차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했다. 역대 정부 때마다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발의는 야당이 주도했다. 약 70%가 야당 법안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청문회 자료 제출 의무화, 제출 거부 시 처벌 강화, 직접 자료 제출 요구권 도입 등 정부에 부담을 주는 법안이었다. 그러다 야당은 정권을 탈환하면 입장을 바꿔 관련 제도 도입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
후보자 사생활 보호 및 도덕성 검증 관련 개선책도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7월 10일 허영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직윤리청문회는 후보자 도덕성을 전담하고, 사생활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법안은 과거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이 반대한 바 있다. 2014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도덕성 검증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야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2017년 윤한홍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학계에서도 정치권이 내놓고 있는 개선안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직역량청문회를 따로 연다 하더라도 이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이 도덕성 관련 질의를 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덕성과 전문성을 따로 검증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다. 인사청문회 제도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도 뒤를 잇는다. 비공개 원칙이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후보자는 ‘국가안보직위질문지’에 따라 상세한 검증 절차를 밟는다. 질문지는 모두 주관식으로 답변해야 한다. 검증 기간은 2~3개월 정도 소요된다. 검증 결과는 의회 상임위에 공유된다. FBI는 이웃·직장동료 등의 평판을 비롯한 신원조사를 실시한다. 국세청은 최근 3년 납세 내역을 조사한다. 후보자는 의도적으로 허위 서류를 제출했을 경우 ‘정부윤리법’ 등에 따라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사전 검증 절차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사전 인사검증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기재하거나 자료제출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도 처벌 규정이 없다. 인사검증 항목, 기준, 절차 등이 법률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인사 검증 절차는 깜깜이로 이뤄진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이재명 정부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절차를 정해진 법률에 따라 투명하고 세밀하게 진행하라는 제안이다.
후보자는 ‘사전 질문지’를 통해 위장전입, 병역비리, 부동산 매매, 학위취득, 연구윤리, 직무윤리, 사생활(다단계·도박·성매매 등)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모두 예·아니오로 응답한다. 소명이 필요할 경우에만 서술형으로 작성한다. 세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사에 있어서 여야가 협치하는 관례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노은정 연구원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방안 -사전 인사검증 중심으로-’에서 미국은 대통령이 상원에 인준동의안을 제출하기 전 상임위 위원장, 주요 의원, 각 정당 지도자 등과 논의한다고 했다. 평판이 좋지 않으면 지명하지 않는다. 임명 동의안 통과가 부결되도 임명을 강행하는 한국 정치권과 대비된다. 노 연구원은 “대통령이 상원의 협력과 지지를 중요시하며 후보자 낙선을 줄이고자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