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지난 현재, 해당 법안 중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부터 이들 법안은 사태 해결 및 방지를 위한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데다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한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온플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음에도 국제 통상 리스크로 부상하면서 여당조차 발을 빼는 모습을 보여 티메프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정부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추진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24년 10월 발표한 개정안은 정산주기를 ‘2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법 적용 대상 사업자는 국내 중개거래 수익(매출액)이 100억 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 규모(판매금액)가 1000억 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다.
동시에 중소벤처기업부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온플법’이 추진됐다. 온플법은 티메프와 같은 온라인 쇼핑 플랫폼뿐 아니라 △배달 △숙박·여행 △모빌리티 △콘텐츠·앱마켓 등 플랫폼 업계 전반과 입점업체 간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해당 법안 추진 과정에서도 정산 기한을 15~30일 이내로 규정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정산 주기 규제는 업계 및 전문가들의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혀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업종이나 상품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정산 주기를 규정하면 소비자 환불이나 교환 등이 잦은 제품의 경우, 해당 비용을 플랫폼이 다시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 잦아져 운영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26일 한국유통법학회와 한국유통학회가 연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금지급기일 단축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산주기를 단축하면 실제로 상품이 판매되기도 전에 대금을 납품업체에게 선정산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져 시장 전반에서 직매입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직매입 시장의 위축은 중소납품업체들의 납품량 감소와 제조업체들의 생산량 급감으로까지 직결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온플법의 명칭을 ‘갑을관계공정화법(가칭)’으로 바꾸고 배달앱 규제만 우선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법안은 오는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으로 선정됐다.
‘제2의 티메프’ 사태 방지를 위해 추진된 전금법 개정안도 전업 PG사에만 판매대금 외부관리 의무를 부과해 업계에서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티메프처럼 플랫폼과 PG를 겸업으로 하는 업체는 규제망에서 빠지면서 법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지난 8월 2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전금법 개정안을 안건에서 제외했다. 이는 유통업법 개정안이나 온플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PG사 규제만 선행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도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피해자들은 천편일률적 정산 주기 단축을 추진할 게 아니라 생명보험사에 지급준비율이 규정돼 있듯 정산 자금 준비율을 규정하는 법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플법이 티메프 같은 쇼핑 플랫폼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규제를 모두 담으면서 법안 추진 과정이 더뎌졌다고 보고, 티메프 사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상품을 구매했다가 환불을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은 소비자와 관련해 구제책이나 재발 방지 법안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는 것도 지적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금지급기일 단축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인데, 티메프 사태 당시 소비자 문제는 빠졌다. 정부가 균형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정산주기 단축 관련 논의에서 납품 업체(판매자) 보호에만 너무 집중한 것 같다. 소비자 환불권, 청약철회권 등을 병행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