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6일 밤 총리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 당 부총재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만났고, 이들이 조기 사임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고이즈미가 “조기 총재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의원의 목소리가 이미 과반을 넘었다. 대립이 길어지면 자민당이 분열될 수밖에 없다. 당 분열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시바 총리의 후임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자민당 내에서는 차기 총재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벌써부터 뜨겁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보통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므로 자민당의 총재 교체는 곧 총리 교체를 뜻한다. 다만 중의원과 참의원이 모두 여소야대 구도여서 야당이 단합하면 새 자민당 총재가 총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인물은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69)이다. 이시바 총리의 퇴진 표명 다음 날, 그는 “당과 정부에서 쌓아온 경험을 모두 나라에 바치겠다”며 출마 의지를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64)도 곧바로 출마 쪽으로 기울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40대 젊은 피’ 고이즈미는 쌀값 급등 사태에서 ‘비축미 방출’이라는 대담한 조치로 개혁파 이미지를 강화했다. 일본농협(JA)의 반발 등 비판도 있었지만, 속도감과 실행력 측면에서는 일정한 평가를 받았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당내 지지가 견고한 편”이라고 한다. 스가 요시히데 부총재와의 관계도 원만해 총재 선거에 필요한 추천인 20명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 의원과 당원들이 야당과 협조하는 쪽으로 기운다면 제2야당 일본유신회와 관계가 원만하고 개혁 이미지가 있는 고이즈미 농림상이 새 총재로 뽑힐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약점도 뚜렷하다.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중량감이 부족하고, 말실수로 ‘신지로 구문(構文)’이라 조롱받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환경상 재임 시절 “기후변화 문제를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따른다. 주요 각료 경험이 없다는 점 역시 한계로 꼽힌다.
강한 보수 색채를 내세우는 다카이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 노선을 계승하는 인물이다. ‘여자 아베’로 불릴 만큼 우익 성향을 보여왔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왔다. 자민당의 한 의원은 “이시바 총리가 빼앗긴 보수 지지층을 되찾아 올 적임자”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자기주장이 강해 ‘적’이 많고, 야당과의 관계가 원만치 않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총재 선거 때는 정책 세부사항에 집착해 밤늦게까지 혼자 수정 작업을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보다 못한 중진 의원이 “세세한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후보자 본인은 동료 만들기에 집중하라”고 조언했지만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한 중진 의원은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친 인물이라 무엇을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당내에 뿌리 깊다”고 평가했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다카이치나 고이즈미 같은 ‘빅네임’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과반을 잃은 자민당에게 차기 총재의 가장 큰 임무는 ‘패전 처리’이므로 “지명도보다는 야당과 담담하게 협상할 수 있는 실무형 정치인이 더 낫다”는 계산이다.
자민당 관계자는 “중의원 임기가 2028년까지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 3년 동안은 야당과의 타협을 최우선으로 삼아 정권을 유지하고, 그 사이 당이 체력을 회복해 다음 총선에서 과반수를 되찾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럴 때는 무색무취 정치인이 제일”이라며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을 지목했다.
일본 경제지 ‘프레지던트’에 따르면 “하야시가 결선 투표까지만 오르면 상대가 누구든 역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자민당 내에서 돌고 있다”고 한다. 도쿄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수료한 하야시는 외무상 등 주요 각료를 거치며 당내 신망을 쌓았고, 야당과의 관계도 원만해 위기의 자민당을 이끌 적임자로 거론된다. 다만 하야시를 모르는 일본인이 많을 정도로 낮은 지명도가 발목을 잡는다.
자민당은 이번 총재 선거를 당원 참가형으로 10월 4일 선출할 방침이다. 국회의원이 한 표씩 행사하고, 당원(당비 납부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후원 정치단체 회원) 투표를 국회의원 합계 표수로 환산한 뒤 합산해 결과를 낸다. 이 경우 지명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하기 때문에 다카이치나 고이즈미가 주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