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정도원 회장은 2016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삼표산업이 사업상 필요한 원재료 구매를 위해 그룹 계열사인 에스피네이처와 거래 시 비계열사보다 약 4% 비싼 가격에 구매하도록 지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에스피네이처는 정대현 부회장의 승계 핵심 회사로 평가된다.
검찰 수사 결과 정도원 회장은 4% 초과 이윤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에스피네이처에 74억 원을 부당지원해 삼표산업에 손해를 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소속 임직원들이 항의하는 등 내부의 우려가 있었음에도 정 회장은 4년 간 해당 거래를 지속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탈법적으로 세습시키기 위해 계열사 간 일감을 몰아주는 불법 관행에 엄정 대응해, 법인만 고발됐으나 그 배후에서 최종 의사결정을 하고 그 이익을 향유한 동일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 자는 사회적 지위·경제적 배경을 막론하고 처벌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고 강조했다.

2004년 설립된 에스피네이처는 골재, 레미콘 등의 제조·판매, 재생용 재료 등을 취급하는 회사로 그룹 계열사 합병 및 내부거래 등으로 덩치를 키워왔다. 에스피네이처의 최대주주는 정대현 부회장으로 지분 71.95%를 보유하고 있다.
지배력 승계 작업은 2023년 본격화됐다. 2023년 3월 에스피네이처가 삼표산업의 6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17.21%까지 끌어올렸고, 같은 해 7월 총수일가→(주)삼표→삼표산업 등에서 총수일가→삼표산업→계열사로 변화하는 삼표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 부회장의 직·간접적인 지배력이 증가했다.
지배구조 개편 전 정 회장은 삼표 지분율 65.99%를 보유한 최대주주였고, 에스피네이처가 19.43%, 정대현 부회장이 11.34%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정대현 부회장의 직·간접적 지분율이 정도원 회장보다 35.22% 낮았다.
2023년 7월 삼표산업이 지주사인 (주)삼표를 역합병하며 정도원 회장 보유 지분이 30.33%로 줄었고, 삼표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에스피네이처(18.23%)와 정대현 부회장(5.22%)의 실질적 지분율은 23.45%로 높아진 효과를 거뒀다. 격차가 단숨에 6.88%까지 좁혀졌다. 이후 같은 해 11월 30일 정 부회장이 승진하며 그룹 경영 후계자 자리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정대현 부회장은 정도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표산업 지분 30.33%를 확보해야 한다. 정대현 부회장은 에스피네이처를 통해 결국 승계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피네이처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2024년 말 기준 121억 원)을 활용해 정도원 회장의 삼표산업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 정대현 부회장이 에스피네이처를 통해 받은 배당금으로 지분을 증여 받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에스피네이처와 삼표산업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정 회장의 사법리스크로 법적 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재 지분이 변동된다면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도 주의깊게 볼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승계 작업을 이어가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삼표산업 관계자는 “사법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정대현 부회장 경영 승계 관련해서 별도로 준비 중인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정대현 부회장은 2022년 10월 에스피앤모빌리티를 설립하며 ‘로봇주차’ 사업에 뛰어드는 등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인 올해 10월 31일 보유 중인 지분 60%를 전부 매각하며 해당 사업에서 손을 뗀 바 있다.
이에 정대현 부회장 주도 신사업은 부동산 사업 밖에 남지 않았다. 부동산 시행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에스피에스테이트가 ‘힐스테이트 DMC역 사업’, 에스피성수PFV가 '성수 레미콘 부지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로봇주차 신사업을 포기한 만큼 정 부회장도 부동산 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정대현 부회장은 오너 일가 중 유일하게 에스피에스테이트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에스피에스테이트는 힐스테이트 DMC역 사업 뿐 아니라 성수 레미콘 부지 개발 사업도 총괄하고 있다. 이에 부동산 개발 사업 성과에 따라 정대현 부회장의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삼표산업 관계자는 “신사업 부문 중 하나였던 로봇주차 사업의 추진 속도를 일시적으로 조정하고 핵심 사업인 부동산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불확실한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판단이며 향후 핵심사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