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다시 들고 일어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가 검사 대다수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조치’기 때문에 반발이 공개적으로 일어난 것은 맞지만, 이미 검찰 해체가 결정된 상황인 만큼 뜻을 모아 반발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검찰 안정’을 최우선으로 강조한 만큼 두 검사장의 사의를 끝으로 이번 검란(檢亂)은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16일 박재억(사법연수원 29기) 수원지검장은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대장동 항소 여부가 시한 만료 직전 검찰 지휘부 결정으로 뒤집힌 것에 대해 검사장들이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린 것을 주도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지난 10일 전국 일선 검사장 18명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에서 “일선 검찰청의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 번 요청드린다”고 요구했다. 전국 23명의 검사장 가운데 18명이 뜻을 모은 것은 ‘더 이상 지도부로서 자격이 없으니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압박이기도 했다.
이후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사의를 밝히고 물러났지만, 정부가 입장문을 낸 검사장들에 대한 평검사 강등 인사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표로 글을 올린 박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를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던 송강 광주고검장(사법연수원 29기) 역시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가 대장동 항소 포기에 관한 입장문을 낸 검사장들에 대한 인사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사장들 중 선임급들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두 사람 모두 29기로 올라갈 만큼 올라간 상황에서 무엇이 아쉬웠겠냐”며 “검사장들을 강등시켜 책임을 묻겠다는 보도를 보고 대표로 책임지고 물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곧바로 ‘공석’ 채우며 수습 나선 정성호

지난 14일 신임 대검찰청 차장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 대변인, 검찰국장 등을 역임한 기획통 구자현(사법연수원 29기) 서울고검장을 임명해 노만석 대검 차장검사(검찰총장 권한대행)의 공석을 채웠고, 5일 뒤인 19일에는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직후 ‘내 의사가 아녔다’며 사임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와 박재억 수원지검장과 송강 광주고검장의 후임 인사를 단행했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박철우(사법연수원 30기) 대검찰청 반부패부장(검사장)이 임명됐고, 대검 반부패부장 자리에는 주민철(32기) 서울중앙지검 중경2단 부장검사가 승진했다. 수원고검 검사장에는 이정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광주고검 검사장에는 고경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각각 임명됐고, 정용환 서울고검 감찰부장 역시 대검검사급으로 승진해 서울고검 차장검사로 신규 보임됐다.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장 사직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결원을 충원해 검찰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고 그와 함께 대검검사급 검사의 인적 쇄신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는데, 검찰 내부에서는 ‘말 잘 들을 사람들’을 요직에 앉혔다는 평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성호 장관 취임 후 첫 검사장 인사에서는 내부 평이 좋은 이들을 요직에 앉혔다면, 이번에는 ‘반발하지 않을 사람’을 골라 대검 차장검사와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앞선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대검 차장검사는 곧바로 임명하면서 검찰총장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하나로 뭉쳐 싸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이 임명할 수 있는 대검 차장검사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검찰총장은 급이 다르다. 검찰총장을 공석으로 두는 것은 검사들이 뭉칠 수 있는 리더십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동력 잃은 검사들, 정부·여당 추가 조치가 변수
일부 언론에서는 검사들의 추가 반발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더 이상 동력이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당장 정부가 인사권을 통해 기강을 잡으며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겠단 뜻을 내비친 데 대해 내부 게시판 등에 반발성 글은 올라오지 않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조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더 강하게 뜻을 모아 반발하겠지만, 내년 가을이면 검찰 조직이 없어지는 와중에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사람도 없다”며 “10년 전이었다면 직급별로 모여 뜻을 모아 하나의 목소리를 냈겠지만 지금 검사들 다수는 ‘회사원’처럼 바뀌어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얘기했다.

범여권 법사위원들은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의 기강과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사장들의 성명 발표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공무원의 근본 의무를 저버린 검찰의 집단행동 및 정치 행위 등에 대해서는 좌시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지금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곧바로 책임지고 물러난 박재억 지검장이 가장 고마울 것”이라며 “검사들을 추가로 징계하지 않을 명분과 함께 동시에 검사들이 더 이상 반발하지 않을 명분도 만들어줬기에 박재억과 송강 두 사람의 사의를 끝으로 추가적인 검란은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