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관련해 포티투닷에 2조 원, 미국 앱티브와의 합작회사 모셔널에 4조 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투자 규모지만, 자율주행 전문가들은 훨씬 더 많은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물론, 다른 대기업들이 고민하는 지점이 바로 얼마나 투자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많은 돈을 쏟아부어봤자 미국 빅테크기업의 들러리를 서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어느 순간에는 현실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일부 대기업은 벌써 기술개발에 소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현대차, 자율주행 조직 통합 전망
다음 현대차그룹의 행보로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AI) 담당 부문의 통합이 꼽힌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포티투닷, 앱티브,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으로 분산돼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한곳에 통합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창현 사장이 만든 개념인 SDV(Software-defined Vehicle)는 차량의 수많은 부품을 중앙 컴퓨터가 통제하는 방식으로, 이를 도입하려면 차량과 관련한 모든 권한이 하나의 조직 아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현대차그룹과 같은 큰 조직 특성상 쉽지 않았다. 송창현 사장이 2년여 동안 고군분투했으나 남긴 것이 전혀 없고, 내부 갈등만 유발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창현 사장 사임 이후 자율주행 개발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한 현대오토에버 중심 체제 또한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 현대오토에버는 최근 애널리스트 콥데이에서도 앞으로 주도권을 갖느냐는 질문에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SDV 전략의 오너십은 현대차에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IT 전담 계열사로서 완성차 전략에 맞춰 역할을 할 것이며, 역할 확대 방안을 모색 중이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계기로 엔비디아에 다소 의존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엔비디아 현재 상황도 현대차가 비교적 좋은 조건에서 협력을 이끌어내기 수월한 상황이다. 중국 스마트카 업체들이 미·중 갈등, 그리고 범용칩보다 전용칩(ASIC) 효율이 좋다는 점을 근거로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끊고 자체 개발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또한 협력할 완성차 업체가 없어 고민하던 와중에 ‘깐부치킨 회동’이 성사됐다. 현대차그룹은 빠르면 이번 주 중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계획인데, 담당이 정해지면 곧바로 엔비디아와의 협력 구체화와 기존 스마트카 출시 일정을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소요하느니, 테슬라에 아예 의존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테슬라의 FSD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현대차는 차만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과거 자동차 엔진을 개발하지 않고 차량을 만들던 내연기관차 시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테슬라와 협력하려면 AI 모델과 칩, 센서, 와이어링 하네스 등 모든 아키텍쳐(뼈대)를 테슬라 방식으로 새로 구성해야 한다”면서 “이런 점 때문에 테슬라 FSD 라이선싱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든 부품을 테슬라 뜻대로 만들어야 하다 보니 설령 라이선싱이 가능하다고 해도 현대차는 단순 조립공장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보다 훨씬 많은 자금을 쏟아붓고도 실패했다는 ‘낙인’이 찍혀가고 있는 폭스바겐도 마찬가지 이유로 계속 고민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포드와 함께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미국 아르고AI에 36억 달러(약 5조 28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한때 기업가치가 70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했던 아르고AI는 2022년 신규 투자 유치에 실패한 이후 사업을 중단했다.
폭스바겐은 또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 계열사인 카리아드(CARIAD)가 4년간 70억 유로(약 12조 원)를 투자했으나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으로 신차 출시가 미뤄지는 일을 겪었다. 폭스바겐그룹은 현재 재정난 심화로 투자 계획을 일시 중단시킨 상태다. 현대차 내에서 자율주행 개발에 ‘몰빵’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폭스바겐그룹 때문이다.
#눈치 보는 다른 대기업들…수익성 우선으로 유턴?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는 내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현대차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의 다음 스텝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재계 전반적으로 투자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금은 AI에 투자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 투자한다고 해서 확실히 성공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도 없다”면서 “결국 자금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은 오너와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는데, 현대차가 명확한 스탠스를 보여준다면 따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자율주행 등 AI 개발에 대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기업도 있다. 바로 카카오다. 카카오는 지난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 도전했으나 탈락했다. 당시 탈락한 것과 관련, 외국 기업 오픈AI와 제휴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그만큼 카카오는 자체 개발 의지가 약하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내 AI 도입과 관련해서도 챗GPT와 제휴하는 형태를 선택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카카오의 3분기 실적 발표 후 보고서에서 “별다른 이벤트는 없었지만 비용 통제 덕에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상회했다”면서 “우려했던 체류시간도 톡 개편 이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톡비즈 수익성은 약 30% 수준으로 추정되기에 관련 매출 성장세가 조금만 확인돼도 증익 폭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3분기 카카오는 보수적인 자금 집행으로 인건비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 증가했음에도 마케팅비는 3.4% 감소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오픈AI 제휴 서비스는 카카오가 제공하는 AI 서비스 가운데 하나”라면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