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벌어졌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단 두 명만 생존했다. 여객기가 충돌한 활주로 방위각 시설, 여객기 엔진 작동중지 원인이던 조류 출동 등 사고 원인도 복합적이다. 이제, 제주항공 참사 1주기다. 국내 공항은 현재 15개. 이 가운데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김해·제주공항 등 4개 공항을 제외한 11곳은 최근 10년간 운영 적자다. 가장 최근 개항한 양양공항(2002년 4월 개항), 무안공항(2007년 11월)은 수요예측을 실패했다. 2015년~2024년 누적적자만 각각 1447억 원, 1679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방공항만 8개에 달한다.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이다. 일요신문은 제주항공 참사 1주기를 맞아 이들 8개 신공항 건설 추진 지역을 다녀왔다. 신설 공항 8곳의 건설 진척도, 논란과 쟁점, 향후 과제, 주민 반응 등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주][일요신문]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에 건설 추진 중인 흑산공항은 안전과 경제성 등 우려가 잇따라 10년 동안 계획 단계를 제자리걸음하는 곳이다. 불과 1년 전에는 2028년 개항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상황이 바뀌었다. 2025년 초 정부가 건설타당성 재조사를 결정했다. 건설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배편으로만 움직여야 하는 지역민들의 교통 여건이 워낙 열악한 건 사실이라 정부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는 뛰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들어가기도 매우 힘든 섬이다.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도까지 하루에 편도로 2번 운항하는 배를 타고 2시간을 가야만 닿을 수 있다. 기상 상태에 따라 결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요신문은 지난 12월 19일 썩 나쁘지 않은 날씨 덕분에 이 섬에 '운 좋게' 들어갈 수 있었다. 고단한 여정이었다. 거센 파도 탓에 놀이기구처럼 내내 출렁이는 배 안에서 온전히 앉아 있기 힘들었다. 뱃멀미가 없는 기자조차 감당하기 힘든 정도였다. 가까스로 흑산도에 내렸더니, 인근 홍도 등으로 가기 위해 대기 중인 이곳 주민들이 "오늘 파도는 어떤지" 등을 쉴 새 없이 물었다. 배에 승선하기 전 필수 질문인 듯한 분위기였다.
흑산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주민들이 육지를 오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 배편뿐이라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
물론 관광객 입장도 마찬가지다. 흑산도 입도는 사실상 해외 출국보다 더 힘들다. 흑산도 방면 배 2편 모두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7~8시쯤에만 탈 수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시민이라면 하루 전 목포에 미리 도착해야 다음 날 아침 일찍 흑산도로 향할 수 있는 셈이다. 출발 항구도 목포항 단 한 곳뿐이다. 전국 4곳(강릉항·묵호항·후포항·포항항)에서 출항하는 울릉도보다도 더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흑산공항에 대한 지역사회 염원은 이날 흑산항에 도착하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배에서 내리니 커다란 '2028년 흑산공항 개항' 홍보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어 흑산항 입구를 마주보는 마을 산을 계속 오르자 흑산공항 예정지가 나왔다. 황량한 풍경이었다. 온갖 잡초 사이에 '흑산공항 사업 부지' 푯말만 쓸쓸히 방치돼 있었다.

흑산공항 예정지까지 길을 안내해준 흑산도 60대 주민 박 아무개 씨는 "기자가 보기엔 여기 공항이 들어설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기자가 '공항 건설을 바라는지' 등을 되묻자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흑산도가 홍어가 참 유명한데, 흑산도 사람이어도 홍어 못 먹는 사람이 있다"며 "마찬가지로 아무리 섬사람이어도 뱃멀미 때문에 배 못 타는 사람도 많다"고 강조했다. 특히 "관광 측면으로 봐도, 요즘은 육지에 놀 거리가 더 많아져서 그런지 10년 전에 비해 흑산도로 관광 오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면서 "아무래도 공항이 생기면 관광객 숫자도 질도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씨는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공항을 지을 거면 진즉에 지었어야지, 이게 몇 년짼데, 아무래도 이제 안 되는 것 같다"고 체념하듯 말하기도 했다.
실제 흑산공항은 2015년 건설계획 발표 이후 공전을 거듭해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진과 무산이 반복됐다. 의외로 호남에 기반을 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정부 시절, 경제·안전성 미흡과 생태파괴 등을 이유로 좌절됐었다. 그러다 윤석열 전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고 2023년 사업 재개가 추진됐다. 하지만 2024년 말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지고 2025년 2월 기획재정부가 건설 타당성 재조사에 돌입했다. 아직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또 다시 건설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홍어가게 업주 A 씨도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관광객 급감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흑산도가 서울 여의도 같은 곳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큰 섬인데 사람들이 놀러 오질 않는다. 일단 공항이 생겨야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 같다"고 했다. 흑산도 면적은 19.7㎢로 서울 여의도 2.9㎢보다 6배 이상 크다.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배를 타고 들어와 숙박하면 지역 경제가 더 활성화할 것"이라는 등 이유로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이 있다.
#철새가 앉지 않고, 날다 보니…

하지만 전문가 분석은 다르다. 오히려 흑산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성은 다른 곳보다 선명하다.
2018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국공위)와 국토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 국립환경과학원 등은 일제히 흑산공항 안전 분야 검토를 진행했다. 그 결과, 흑산공항은 조류충돌 위험이 매우 크고, 이를 감소시킬 대책 마련도 어려운 것으로 진단됐다.
당시 국공위는 "흑산도 일대에 출몰하는 철새는 약 31종으로, 이 가운데 괭이갈매기와 가마우지 등 10종의 겨울철새는 충돌 가능성이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철새의 대체 서식지를 마련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는 밝혔다. 그러나 구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해외에서 흑산공항과 입지가 유사한 공항 중 조류 충돌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춘 곳이 있는지' 조사에서 아무런 성공 사례도 발견하지 못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경우 "흑산공항은 많은 수의 철새가 이동하는 지역으로 공항 건설 시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각종 대책이 거론되지만, 대부분 육지 공항에서 활용하는 방법으로, 흑산도처럼 철새 다수가 통과하는 지역에선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명확하게 꼬집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특히 "흑산도는 철새의 중요한 중간기착지이자 멸종위기종 도래지"라면서 "상당수 개체가 섬 상공을 통과만 하고, 일부만 일시적으로 내려앉는 특성이 있으므로 육지에 지어진 공항과 동일한 방식의 조류 퇴치는 더욱 어렵다"고도 밝혔다.
이 밖에도 흑산공항은 안전성 우려가 여럿 있다. 국공위는 "흑산공항은 안개에 취약한 지역"이라며 "이를 고려한 운항 영향 예측과 대책 등이 미흡하다"고도 판단했다.
어느 지역이든 안개는 항공기 운항의 걸림돌이다. 그런데 흑산공항은 더 위험한 편이다. 이 공항은 각종 구조적 이유로 '시계비행'을 해야 하는 까닭에서다. 시계비행은 조종사가 항공기 내부 계기가 아닌, 바깥 기상상태와 구조물 등을 육안으로 확인해 조종하는 형태다. 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착륙해야 한다는 의미다.

흑산공항 건설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더 있다. 지난 9월 감사원이 공개한 '지방공항 건설사업 추진실태' 결과, 흑산공항은 그동안 여객 수요 예상치도 과도하게 부풀려져 왔다. 애초 국토부는 흑산공항의 2050년 여객 수요를 108만 명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감사원이 재산정한 결과는 18만2000명에 그쳤다. 무려 83%나 적은 수치다.
당연히 예산도 '뻥튀기'되어 왔을 수밖에 없다. 여객 수요를 높게 예측해온 국토부는 항공기 규모와 활주로, 대합실 확대 등을 명목으로 꾸준히 예산을 증액해 왔다. 추진 초기 1833억 원으로 편성해둔 건설 예산을 2025년 초 6411억 원까지 늘렸다. 50인승 비행기를 80인승으로 상향하고,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은 30m에서 90m로, 착륙대는 50m에서 120m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흑산공항은 여러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그냥' 지어질 뻔한 적이 있다. 윤석열 정부인 2023년 국공위는 돌연 기존 입장을 바꿔 흑산공항을 짓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국공위는 2023년 1월 31일 흑산공항 부지만 '다도해해상 국립공원 구역'에서 제외하기로 의결했다. 그간 흑산공항 건설의 발목을 잡아 온 국공위가 이제는 관련 심의에서 손을 떼겠다는 결정이었다.
이는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2023년 1월 31일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흑산공항은 2018년도부터 위원회에서 심의했던 안건이므로, 흑산공항 건은 별도 심의가 필요하다" "흑산공항 관련 그간의 논의 역사를 무시해선 안 된다" "섬 주민들의 교통 불편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모든 섬에 다 공항을 만드는 건 안 된다" 등 의견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흑산공항 부지는 국립공원에서 제외됐다.

현재 흑산공항 건설은 원점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기재부가 2025년 2월 건설 타당성 재조사를 결정하면서다. 흑산공항의 조류충돌 대책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감사원 감사 결과 '예산 부풀리기' 등까지 드러난 만큼, 이번 재조사는 흑산공항 운명을 어둡게 만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지금처럼 배편만 운항한다면 흑산도 주민들의 열악한 교통 환경을 방치하는 격이 된다. 정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는 더 많은 관광객 유입도 힘들게 한다. 흑산도 주민들로선 이동권은 물론 경제 측면에서도 타격이 크다.
전라남도는 이 같은 측면을 부각하며 정부에 흑산공항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현재 흑산 주민들은 수도권까지 이동에 6시간이 걸리고, 하루 2차례 왕복 운항하는 여객선에 의지해 매년 115일 이상 결항되는 고립을 감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해양경찰 헬기나 여객선에 의존해 골든타임 확보가 어려운 형편"이라며 "흑산공항이 완공되면 수도권까지 1시간대로 단축된다. 이는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라 주민의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밝혔다.
흑산도=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