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래티지, 비트코인 매수 일시 중단
비트코인 가격은 2025년 10월 12만 600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으나 12월 24일 현재 31% 하락한 8만 7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12월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등락을 거듭했다. 12월 11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지만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비트코인은 상승폭이 제한됐다.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따라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산되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좁은 박스권에서 횡보세를 이어갔다.

김현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미국 스트래티지 등 DAT 기업들의 지수 편출 가능성을 언급한 데다 대규모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들의 잠재적 매도 우려가 부각되면서 비트코인 투자 심리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비트코인을 DAT 차원에서 보유한 글로벌 상장사들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스트래티지는 현지시각 2025년 12월 15일부터 21일까지 비트코인을 전혀 매수하지 않았다. 대신 이 기간 스트래티지는 일반 주식을 매도해 7억 4800만 달러(약 1조 868억 원)를 조달하며 현금 보유량을 늘렸다. 직전 주에 19억 달러(2조 7603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추가로 매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2025년 12월 21일(현지시각) 가상자산 초강세론자인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회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포스트에 ‘녹색 점들이 주황색 점들을 만들어낸다’는 글을 올렸다. 녹색 점은 자금 조달, 주황색 점은 비트코인 매수를 의미하는 단어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 추가 매수 시점을 기다리고 있다는 분석과 비트코인 추가 하락에 대비해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비트코인 보유량을 집계하는 플랫폼 비트코인 트레저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글로벌 상장사들은 1만 2600BTC(개)를 추가로 매수했다. 11월 월간 매수량은 2025년 들어 가장 낮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4분기 글로벌 상장사들의 비트코인 매수량은 4만 개 정도로 전망되는데, 이는 4개 분기 연속 이어진 공격적인 매수 국면이 진정되고 평균 수준으로 되돌아간 수치다. 11월 프랑스 시퀀스 커뮤니케이션즈는 비트코인 기존 보유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970개를 매도했다.

국내 상장사 중엔 비트맥스, 위메이드, 비트플래닛, 파라택시스코리아, 네오위즈홀딩스가 전 세계 200대 비트코인 보유 상장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5개 기업은 1293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법인은 가상자산 매매를 위한 실명계좌 개설이 법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 자회사를 두거나 최대주주나 임원으로부터 비트코인을 양수받는 형태로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들은 비트코인 추가 매수에 신중한 분위기다. 비트맥스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 가격의 일시적인 급상승이나 급락 영향으로 단기적인 액션을 취하려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비트코인은 충분히 자산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비트코인에 향후 투자를 지속할지는 모르겠으나 장기적 가치 투자 목적으로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네오위즈홀딩스 관계자는 “비트코인 매수는 효율적인 자산 운용을 위한 투자 활동 일환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투자 전략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2026년 비트코인 가격 전망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거시경제 분석가 루크 그로멘은 최근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2026년 비트코인이 4만 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비트코인 가격이 2026년 17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주식은 기업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을 토대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책정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전통 금융자산에 비해 역사도 짧고 펀더멘털 자체가 밸류에이션 판단을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비트코인 가치 유무 판단에 따라 시장 전망이 크게 차이 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2026년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입한 국가별 상호관세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결 결과도 비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1, 2심 법원은 IEEPA가 대통령에게 주는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단할 경우 국채금리가 급등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위험자산인 비트코인 하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6년 미국 상원이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을 통과시킬지 여부도 주목할 만하다. 클래리티 법안은 디지털자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 구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권한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 오태민 오태버스 대표 겸 한양대 비트코인화폐철학과 교수는 “클래리티 법안이 통과된다면 가상자산 시장에 강력한 반등 여지를 줄 것”이라며 “과거 ‘폭등→폭락’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2026년은 상승폭과 변동성이 줄어든 가운데 구조적 채택과 자금 유입이 작용하는 안정화 국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