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이자 부동산·호텔·컨설팅 사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코빗의 최대주주인 NXC와 2대 주주인 SK플래닛 등과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빗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넥슨 지주회사 NXC가 60.5%, SK플래닛이 31.5% 보유하고 있다. 인수 금액은 약 1000억~14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앞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가상자산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박현주 회장은 2025년 10월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고객자산 1000조 원 달성 기념식’에서 “가상자산을 포함한 모든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글로벌 가상자산 월렛’을 2026년 6월까지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인재 영입과 M&A(인수합병)에 필요한 비용도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달 ‘미래에셋 3.0’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전통자산과 가상자산의 결합을 그룹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금가분리 원칙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금가분리는 2017년 가상자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표된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이지만, 법으로 명시된 규정은 아니다. 은행·보험사 등 전통 금융기업의 가상자산회사 출자·협업이 제한되지만, 미래에셋그룹이 비금융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우회 인수를 시도하고 있다.
앞서 추진되고 있는 네이버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간 합병에 대해 금융당국은 금가분리 원칙 준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두나무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전환될 예정이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서로 다른 두 기업이 주식을 맞바꾸면서 지배구조를 단일화하는 방식으로, 한 회사가 존속지주사가 되고 다른 회사는 100% 자회사로 전환되는 구조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회사 인가를 받은 기관이 아닌 전자금융거래법상 ‘전자금융업자’에 해당된다. 다만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025년 12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두나무 합병과 관련해 “금융과 가상자산이 분리된 상태인데, 사실상 빅테크는 자유롭게 결합하겠다는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까지 하겠다고 하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미래에셋컨설팅의 최대주주는 박현주 회장인데, 심사·해석 과정에서 박 회장을 자연인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금융인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자본 분리)에 비해 금가분리 원칙은 상대적으로 강제성이 떨어지는 규정이기 때문에 예외 적용이 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근 글로벌 금융사들도 블록체인·가상자산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에도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금가분리 원칙이 없어지는 추세”라며 “늦게 진출할수록 주도권 싸움에서 멀어질 확률이 커지기 때문에 글로벌 역량이 충분한 금융사들에 기회를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서클 인터넷 그룹, 리플, 비트고, 피델리티 디지털 에셋, 팍소스 등 5개 기업이 신청한 국법신탁은행(National Trust Bank) 인가를 2025년 12월 조건부 승인했다. 블랙록, 코인베이스, 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자산과 전통자산과의 하이브리드 금융 상품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코빗은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문을 연 1세대 사업자이지만, 이러한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뒤처져 있다. 2025년 12월 31일, 코인게코 24시간 거래량 기준 코빗의 국내 점유율은 0.81%로 △업비트 65.31% △빗썸 27.83% △코인원 5.99%에 이은 4위에 그쳤다.
코빗은 2024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 168억 원으로 2018년 이후 7년째 적자행진이다. 매출은 2022년 43억 원, 2023년 17억 원, 2024년 87억 원으로 2021년(226억 원) 이후 100억 원대를 넘기지 못했다.
국내 가상자산 5위 거래소 고팍스(GOPAX)가 2025년 10월 글로벌 1위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에 최종 인수되는 등 향후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앞서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낸스는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하기 이전에도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았던 거래소”라며 “금융과 가상자산 결합에 대해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하지만, 바이낸스가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걱정해야 하는 판국”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그룹의 코빗 인수에 대한 당국 승인이 이뤄지더라도 단기적으로 금융-가상자산 간 폭발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거래소들의 공격적 마케팅이나 신규 코인 상장, 시장조성 전략에서 밀려 코빗의 성장 동력이 약해진 상황”이라며 “국내에서는 여전히 투자자 보호, 파생상품 제한, 기관 거래 규제 등으로 금융상품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단기적인 거래량 증가보다는 중장기적인 금융 인프라 확보 측면에서 시너지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컨설팅 관계자는 “코빗 주요 주주들과 MOU를 공식 체결한 상황은 아니다”며 “코빗 인수 추진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확인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