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 샘’ 포스터로 요원 채용, 훈련 시간은 단축…지원자들 스스로 트럼프 위해 싸우는 ‘보병’ 인식
[일요신문] ‘르네를 위한 정의(Justice for Renee)’.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가 다시 분노의 불길에 휩싸였다.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지 6년여 만에 또 다시 공권력에 의해 무고한 시민이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대규모 시위가 촉발됐었다. 다만 이번 사건이 그때와 다른 점은 피해자가 미국 태생의 평범한 백인 여성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이번 시위의 성격은 인종차별보다는 무차별 공권력, 즉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도를 넘는 단속 행태와 이를 설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향한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더욱 과격해진 ICE의 작전과 요원들을 둘러싼 자질 논란, 그리고 그 이면에 숨어있는 트럼프 정부의 진짜 의도에 대해 살펴본다.
1월 11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이민 단속 중단 요구 시위에서 시위 참가자가 ICE 요원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르네 니콜 굿의 사진을 들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지난 1월 7일(현지시각),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여성이 차량 운전석에 앉은 채 ICE 요원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성의 이름은 르네 니콜 굿(37)으로, 세 아이의 엄마이자 미국 시민권자였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폭도들이 법률 집행관들을 차로 치려고 했다. 이는 국내 테러리즘 행위다”라고 규정하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ICE 요원이 자기 자신과 주변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재빨리 방어 사격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사망한 피해자를 가리켜 “질서 없는 행동을 한 사람, 법 집행을 방해하고 저항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는가 하면, “전문적인 선동가”라고 부르며 거들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미국인은 많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가 지금까지 일종의 쇼처럼 과시적인 작전을 벌여온 만큼 과장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가령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 노엄 장관은 직접 국토안보부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굿모닝, 미니애폴리스!”라는 조롱 섞인 글을 올렸다. 이런 태도에 대해 ICE 내부에서도 “카우보이식 짓거리”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였다.
예상했던 대로 국토안보부의 주장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뒤늦게 공개된 목격자들 영상에 따르면, 방어 사격이었다는 국토안보부의 주장과 달리 굿은 어떤 위협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으며, ICE 요원을 차로 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차를 돌려 현장을 벗어나려다 총에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 영상을 촬영한 동네 주민인 케이틀린 캘런슨은 “ICE 요원들이 굿에게 ‘상반된 명령’을 내렸다. 한 요원은 현장을 떠나라고 지시했지만, 다른 요원은 차에서 내리라고 소리치며 문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또 다른 ICE 요원은 굿의 차량 앞에 서 있었다. 그러니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음에도 실제로는 떠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굿은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현장을 떠나려던 중 총에 맞았다”고 덧붙였다.
뒤늦게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굿은 ICE 요원을 향해 어떠한 위협적인 행동도 하지 않았다. 사진=인스타그램전문가들의 의견 역시 대체로 과잉 방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차량이 후진했다가 전진했다는 건 현장에서 벗어나려는 의도이지, 차량으로 사람을 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앞바퀴 역시 오른쪽으로 꺾여 있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이와 관련, 존제이 형사사법대학 교수이자 전직 플로리다 경찰관인 데니스 케니는 “정말로 불필요한 총격이었다. 총을 쏠 시간이 있었다면, 피할 시간도 있었다는 뜻이다”라고 꼬집었다. 경찰행정연구 포럼 사무총장인 척 웩슬러는 “차량이나 운전자를 향해 총을 쏘면 그 차량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유도 장치 없는 미사일과 같다”면서 무모한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훈련받은 요원이라면 차량 앞에 서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ICE 요원들의 자질 논란도 불거졌다. 이들의 전술과 훈련 방식에 혹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소속인 마크 워너 상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ICE 요원 채용을 대폭 늘리는 동시에 훈련 시간은 단축했다”고 말하면서 “신규 채용된 요원들은 기존의 5개월 훈련을 받지 않는다. 지금 이들의 훈련 기간은 47일이다. 왜인지 아는가. 도널드 트럼프가 47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1월 3일, 국토안보부는 “우리는 지난해 당초 세웠던 채용 목표를 훨씬 뛰어넘었다. 요원과 장교 수가 12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모집 대상은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 시청자, 종합격투기 UFC 팬, 총기 지지자 등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채용된 ICE 요원 수는 1만 2000명이 넘었으며, 당국은 이를 가리켜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예산도 대폭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서명한 대규모 감세 법안인 ‘원 빅 뷰티풀 빌 액트’에 따라 ICE는 의회로부터 750억 달러(약 110조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이 가운데 300억 달러(약 44조 원)는 신규 채용에 할당됐다.
ICE는 젊은 보수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계대전 당시 미군 모병 포스터를 패러디한 채용 캠페인을 벌였다. 사진=ICE몇몇 전문가들은 요즘 들어 목격되고 있는 ICE 요원들의 행동이나 대응 방식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한다. 요원들의 수준이 낮아진 배경에는 첫째, 대규모 증원을 하다 보니 채용 기준이 낮아졌다는 점 둘째, 트럼프의 과도한 목표량 할당으로 압박이 심해졌다는 점이 있다. 실제 국토안보부가 제작한 29초짜리 홍보 영상만 봐도 신규 요원이 어떤 식으로 모집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해당 영상에서는 워싱턴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래핑을 한 ICE 차량 두 대가 래퍼 다베이비(DaBaby)의 경쾌한 랩 음악을 배경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차량에는 새로운 ICE 로고와 함께 ‘DEFEND THE HOMELAND(조국을 수호하라)’와 ‘PRESIDENT DONALD J. TRUMP(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가 대문자로 스텐실 처리돼 있다.
익명을 원한 한 관계자는 ‘디애틀랜틱’에 국토안보부가 이처럼 떠들썩한 홍보 영상을 제작하게 된 배경에는 20대의 신출내기들이 ICE 내부 권력을 부여받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젊은 보수층을 끌어 들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1·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모병 포스터 양식의 캠페인이 등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포스터마다 ‘엉클 샘’을 등장시켜 마치 트럼프의 추방 작전을 나치와 싸우는 애국 전쟁에 비유하고 있다.
실제 새로 채용되는 ICE 인력 상당수는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동기를 가지고 지원한다. 이들은 이 자리를 연방 법집행자보다는 미국 사회와 인구 구성을 대대적으로 바꾸려는 트럼프의 목표를 위해 싸우는 ‘보병’ 역할로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건 과도한 목표량 역시 요원들의 미숙한 대응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 트럼프는 취임 당시 연간 수백만 명의 불법이민자들을 추방하겠노라고 약속했고, 정부 출범 후에는 매일 3000명을 체포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사실 이는 비현실적인 목표였다. 현재 ICE는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ICE 요원들은 늘 해고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1월 13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들이 이민 단속 과정에서 한 여성을 끌고 가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다만 이는 요원들의 노력이나 열정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그저 애당초 목표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최신 정부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 전역에서 ICE 체포 건수는 전년 대비 네 배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5만 9000명 이상이 구금 상태에서 추방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수치에 해당한다.
무능한 낙하산 인사가 ICE의 요직을 맡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노엄 장관의 측근으로 ICE 부국장 자리에 앉은 매디슨 쉬핸(28)은 과거 루이지애나 야생동물 및 어업국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한마디로 이민 단속 경험이 전혀 없는 20대가 단속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셈인 것이다. 이에 전·현직 관계자들은 쉬핸이 법집행 경력이 없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부러 더 거칠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쉬핸을 거기에 앉힌 이유는 노엄 장관의 눈과 귀가 되어 내부 상황을 감시하기 위해서다. 그는 아무 훈련도 받지 않았고, 그 자리에 앉을 자격도 없는데 계속 총과 배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런 점에서 ICE 신규 채용의 목적은 단순히 직원 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고 ‘디애틀랜틱’은 지적했다. 그보다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념에 고무된 신규 인력을 대거 유입시켜 기관의 성격 자체를 바꾸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채용 기준도 대폭 완화됐다.
미국 전역에서 ICE에 대한 적대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1월 8일 총격 사망 사건에 항의하며 백악관으로 행진하는 시위대. 사진=AP/연합뉴스한 ICE 관계자는 이미 경찰이나 군인 등 관련 분야에서 은퇴한 약 300명에게 채용 제안서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채용될 경우 이들은 연금을 계속 수령하면서 동시에 급여도 받을 수 있게 된다. ICE가 가능한 은퇴자들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온라인 강좌만으로도 빠르게 재인증이 가능하며 추가 훈련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에서 ICE는 연방 및 주정부 혹은 지방 정부에 근무하고 있는 법집행 인력도 주요 모집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심지어 경찰 경험이 없는 18세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미국 전역에서 ICE 요원에 대한 적대감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집권한 이후 ICE에 대한 긍정적 평가지표는 지난해 2월 ‘+16’에서 최근에는 ‘-13’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한 ICE 요원은 “과거 우리는 대중에게 존경을 받았다. 사람들이 우리가 수행하는 역할을 이해했고, 범죄를 저지른 불법 체류자를 조사하고 추방하는 일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이 사라졌다”면서 “앞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민주당이 다시 집권했을 때 ICE가 완전히 해체될까 걱정된다. 지난 30년간 ICE가 수행해 온 긍정적인 업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에게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신상 털리고 있는 ICE 요원들
누리꾼 수사대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르네 니콜 굿을 총으로 쏜 ICE 요원의 이름은 조너선 로스(43)였다. ICE 집행·추방 작전국 소속으로, ICE에서 10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CE에 채용되기 전에는 인디애나주 방위군에서 복무했으며, 이라크에 파견된 경험과 국경순찰대에서 현장 정보 요원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었다.
르네 니콜 굿을 총으로 쏜 ICE 요원 조너선 로스. 사진=인스타그램다만 로스는 이웃들에게는 자신의 직업을 비밀에 부쳐왔다. ‘피플’ 보도에 따르면, 미니애폴리스 교외 지역인 차스카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저 사람이 내 이웃에 살았다는 게 정말 소름 끼친다”고 말하면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동안 동네 차고 파티에서 로스를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자신을 식물학자라고 소개했다. 그러니까 거짓말을 한 거다”라고 증언했다. 다만 조용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이웃들과 교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ICE 요원들의 신상은 비밀에 부쳐져 있는 경우가 많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보복 행위나 협박에서 요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런 이유에서 트럼프 정부가 집권하면서 ICE와 시민들 사이에 마찰이 잦아지자 현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요원들도 부쩍 늘었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ICE와 국토안보부는 트럼프가 재집권한 이후 ICE 요원들에 대한 폭행이 413%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이 같은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폭행 사건은 매월 감소해 왔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ICE 요원들이 얼굴을 가리고 사복을 입은 채 거리에서 사람들을 납치하듯 연행하는 이유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다”라고 주장하면서 “그들은 자신을 피해자로 묘사하려고 한다. 마스크 뒤에 숨어서 계속해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강하게 느끼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신상이 털린 ICE 요원들이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리면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ICE 내부 고발자를 통해 4500여 명의 ICE 요원 및 국경순찰대 직원들의 상세한 개인 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된 사례도 있었다. 자칭 ‘책임감시 이니셔티브’인 ‘ICE리스트’라는 웹사이트에 넘어간 이 개인정보에는 이름, 업무 이메일, 전화번호, 직책, 이력서 일부(이전 직장 등)와 같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다.
‘ICE리스트’ 설립자인 도미닉 스키너는 ‘데일리비스트’에 “굿의 총격 사건 이후 시민들의 개별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호텔 직원이 포스트잇 메모를 보내오거나, 술집 직원이 DHS(국토안보부) 신분증을 보내오기도 한다. 또는 이웃 주민이 요원이라고 제보해 오는 사람들도 많다”라고 전했다.
이 밖에 업무량 증가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요원들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 ICE 요원들은 275차례 폭행을 당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9건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차량을 이용한 공격은 2024년 두 건에서 2025년 66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총격 사건의 경우에는 최소 14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요원들은 주기적으로 성직자, 행동 건강 전문가, 자원봉사 ‘동료 지원’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공포와 스트레스를 치료받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