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색동원의 시설장 A 씨를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강간·강제추행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A 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4명이다. 경찰은 2025년 3월 관련 첩보를 입수한 뒤 같은 해 9월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관할 지자체인 인천 강화군도 경찰의 강제수사 착수 2주 전 색동원 지도·점검에 나섰다. 2025년 9월 24일부터는 여성 입소자들에 대한 분리조치도 이뤄졌다.
장애인 단체와 성폭력상담소 등으로 구성된 인천시 중증장애인시설 색동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분리조치 과정이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강화군은 피해자 4명을 인천 내 ‘자립체험홈’으로 분리조치했다. 자립체험홈은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한 공간에서 여러 명이 생활하며 자립생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입주 시설이다. 하지만 이곳은 사회복지법인 색동원 산하 시설이라 피의자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기관으로 피해자들을 이동시킨 셈이다.
게다가 A 씨는 인천장애인복지시설협회장을 역임 중이며,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기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A 씨가 장애인 복지 관련 정책에 목소리를 내왔고, 지역사회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탓에 사건을 최초로 신고한 피해자 측이 인천경찰청이 아닌 서울경찰청에 성폭력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대위는 “성폭력 의혹을 받는 시설장이 같은 법인의 대표로 있는 구조에서 피해자가 안전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현재 피해자 1명이 전원 조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화군 관계자는 “인천에 여성 중증장애인들을 옮길 시설이 마땅하지 않은 데다 신속한 분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해당 자립체험홈으로 옮기게 됐다”면서 “자립체험홈에 있는 여성 장애인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일요신문i’는 색동원을 직접 찾아갔다. 이곳에서 만난 색동원 관계자는 “성폭행 사건 등과 관련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 수없이 많은 연락이 오고 있는데, 경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 A 씨는 계속 업무에서 배제돼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로 지목된 분들 대부분이 분리조치됐고, 언론에서 ‘색동원’이라는 시설 이름을 공개하면서 남은 분들은 어디 가지도 못하고 갇혀 계신다. 죄 없는 시설 관계자와 다른 입소자들까지 지역사회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등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은 중증발달장애인들로부터 피해 진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했다. 강화군 역시 지도·점검 결과 학대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대위 핵심 관계자 B 씨는 “색동원에 있는 분들이 상당수 무연고자에 중증장애인이다 보니 분리조치가 이뤄졌을 때도 실제로 언어적 의사소통이 현저히 제한돼 무슨 일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얘기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해당 보고서를 바탕으로 수사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1월 19일 중앙일보가 공개한 보고서 일부 내용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9명 전원이 피해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원장님(A 씨)이 성적으로 만지려고 했다”, “아빠(일부 피해자들의 A 씨에 대한 호칭)가 바지 속에 손을 넣었다” 등의 피해자 진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신의 상의를 들어 올리거나 성기에 손을 가져다 대는 등 비언어적 표현으로 범행을 묘사한 피해자도 있었다.
피해자 보호기관 한 관계자는 “피해자 C 씨(40대)로부터 처음 피해 사실을 들었을 때 그 내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색동원은 거주시설로서 다수의 직원이 상주하며 24시간 교대근무 체계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너무나 구체적으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진술했고, 언제 물어도 그 얘기를 동일하게 했다”고 회상했다. C 씨는 A 씨에게 2016년부터 지속해서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층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시설 내 개인 방(다인실)과 공용 소파, 2층 카페 등에서 A 씨로부터 강제추행과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들이 다른 피해자가 성적 학대당하는 것을 목격하는 등 2차 가해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가운데 1명은 다른 피해자를 지목해보라고 했을 때 많은 숫자의 사람들을 매번 똑같이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왜 이런 사건이 그간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까. ‘색동원 사건’은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의 모티프가 된 광주 인화학교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 규모의 두 배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A 씨를 제외한 다른 직원들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다. 피해자 중 상당수가 무연고자이고 시설에 찾아오는 외부인이 적어 시설 종사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대위 관계자는 “조직적 방조 없이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색동원 종사자들의 장애인 학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심층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 피해자는 ‘선생님’으로 불리는 시설 관계자에게 가슴과 얼굴 등을 발로 밟혔다고 진술했다. 또, 이런 학대 폭행 사실을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직원들이 입소자들에게 입막음을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화군은 “분리조치되지 않은 남성 장애인 입소자들을 중심으로 2차 심층 조사를 진행해 학대 정황이 확인되면, 신고 및 전원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연고자가 많은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의 특성상 입소자들의 건강 관련 기록이 통보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지자체의 시설 지도·점검도 무용지물이었다. 이번 사건의 최초 신고는 색동원 측이 피해자의 부상 소식을 보호자에게 통보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딸이 다친 경위에 대해 시설 종사자들이 설명하지 못하자, 딸을 데리고 퇴소했고 이 과정에서 A 씨의 성폭행 사실을 보호자가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 피해자에게 보호자가 없었더라면 통보 절차가 삭제됐을 것이기 때문에, 계속 사건이 묻혀있었을 수 있다.

강화군과 보건복지부는 성폭행 사실이 확인될 경우 색동원에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릴 것을 시사했다. 강화군 관계자는 “장애인에 대한 성폭행이 확인돼 경찰이 A 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면, 그 즉시 해당 시설에 대한 폐쇄조치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한 행정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학대 사건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경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피해자 지원 등 필요한 사항을 지자체와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면서 “수사 결과 및 지자체 특별점검 결과 등에 따라 운영법인 및 거주시설에 대해 지자체의 처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한편, 공대위 측은 심층조사 보고서를 즉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강화군 관계자는 보고서 공개에 대해서 “비공개 결정에서 공개로 전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강화군은 1월 초 세 곳의 법률자문을 의뢰한 뒤 보고서를 ‘전면 비공개’ 하기로 결정했다. 피해자의 2차 피해방지와 개인정보 보호, 경찰의 수사지장 초래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또 강화군은 일부 언론에서 공개되고 있는 보고서 내용 유출 경위에 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B 씨는 “(보고서) 전문을 밝히라는 것이 아니다. 조사 결과가 나왔다면 범행 정황이 ‘있었다’, ‘없었다’ 한두 줄이라도 설명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강화군은 이 보고서를 인천시나 보건복지부 등과도 공유하지 않았다. 엄청난 분량의 보고서가 나왔음에도 상부 기관에 보고하지도 않고, 상부기관도 달라고 하지 않는 유례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설에서 상당수 인원이 분리조치까지 됐는데도, 상부기관이 내막을 궁금해 하지 않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