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글로벌 희토류 시장의 절대 강자는 중국이다. 중국은 오랜 기간 희토류를 저가로 공급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왔고, 오늘날 전 세계 채굴의 약 70%, 정제와 가공 분야에서는 9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공급이 한쪽으로 쏠린 구조에서는 ‘무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을 제한하면 상대 국가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2010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며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15년 만에 다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대안으로 심해 자원 개발에 나섰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는 지난 1월 12일 탐사선 ‘지큐’를 도쿄에서 남동쪽으로 1900km 떨어진 미나미토리시마 인근에 투입해 시추 작업을 진행했고, 수심 약 6000m 해저에서 희토류가 포함된 진흙을 연속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해저 희토류를 실제 장비로 인양해 시험 회수한 사례는 일본이 처음이다.
사실 해당 지역의 잠재력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일본은 2012년 미나미토리시마 주변 해저에서 희토류가 고농도로 포함된 진흙을 발견했다. 당시 도쿄대 연구진에 따르면, 이 일대 희토류 매장량은 680만 톤(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연간 희토류 소비량이 약 2만t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일본 정부는 내년 2월부터 본격적인 채굴 실험에 들어가 희토류가 포함된 흙을 하루 최대 350t가량 끌어올려 채산성 검토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상업 생산이 본격화되는 시점은 빨라도 2028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단기적인 희토류 공급 부족을 해소할 즉각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환경 규제와 낮은 생산 비용을 바탕으로 희토류를 저렴하게 공급해 왔다. 나카무라 교수는 “선진국이 희토류 공급을 중국에 의존해 온 배경에는 이러한 환경 규제와 높은 처리 비용이 있다”고 덧붙였다.
심해에서 희토류 진흙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산업 자원으로 만드는 길은 아직 멀다.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현재 시험 채굴은 하루 350t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채산성을 확보하려면 최소 하루 3500t 이상을 채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미나미토리시마에서 일본 본토까지 약 1900km를 운송해야 하는 물류비용도 부담이다.
한 전문가는 “기술적 난이도와 막대한 비용이 방사성 물질이 적다는 장점을 상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채굴 이후의 공정 역시 만만치 않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종 제품인 희토류 자석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중국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환경 문제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심해 채굴이 확대될 경우 해저 생태계 교란이나 퇴적물 확산이 어업 등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시험 채굴은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진행되고 있어 국제적인 허가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산하 연구기관은 “채굴선에 환경 모니터링 장비를 탑재해 수질 변화와 해저 환경을 동시에 관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희토류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해 해외 광산 개발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2월 28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가 2020년부터 진행해 온 아프리카 나미비아 광산 조사에서 중희토류인 디스프로슘과 터븀이 상당량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입찰을 통해 채굴 기업을 선정하고 여러 광산을 단계적으로 개발할 방침”이라고 한다. 채굴 이후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장 건설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진다. 디스프로슘과 터븀은 전기차 고성능 모터 등에 사용되는 중희토류로, 현재 중국 의존도가 특히 높은 자원으로 꼽힌다. 나미비아 광산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8년 이전에 일부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아사히신문은 “희토류 채굴과 정련 과정에서는 방사성 폐기물 등 유해 물질이 발생할 수 있어 환경 대책 비용과 규제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짚었다. 일본이 중국 희토류 의존을 끊을 수 있을지 앞으로 몇 년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