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형법에 새로 포함된 법왜곡죄는 공무원이 재판·수사 과정에서 법령을 악의적으로 잘못 해석하거나 적용해 결과를 왜곡할 때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재판소원법은 특정 판결이 헌법·법원 조직법 등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면 별도의 재심·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한 법률이다.
두 법 시행 후 하루 만인 지난 13일 기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접수된 고소·고발 건은 피의자 수 기준 30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집계에 잡히지 않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100건이 넘었을 것이란 추정이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법왜곡죄 관련 사건은 총 8건으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광수단)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부장판사, 내란·외환의혹을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 등과 관련해 접수된 법왜곡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주로 개인 차원에서 자신과 관련한 사건의 재판부나 검찰, 경찰 수사관 등을 상대로 법 왜곡 소지를 제기하는 고소·고발 건을 맡고 있다.
‘일요신문i’ 취재에 따르면 현재 경찰에서는 접수된 사건 수사 진행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과거 재판·수사에 적용됐던 법령의 적절성을 재검토·해석하는 데 상당한 법리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데다 피고발인이 된 검찰·법원 관계자를 상대로 한 강제 수사 절차에 실무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과 공수처와의 수사 관할 영역 정리 문제나 신설 법의 소급효(법 시행 이전 사건에 적용) 논란 등 아직 정리되지 않은 규정 영역도 있어 수사 진행에 제약이 많다고 토로한다.
서울경찰청 광수단 관계자는 “양형 기준에 맞지 않거나 과도한 법리 해석으로 불리한 판결을 받았다며 법왜곡죄로 고소·고발하는 사건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며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경찰 여러 명이 우선적으로 사건을 맡아 검토하고 있지만, 과거 판례를 포함해 이미 적용된 법리를 다시 어떻게 해석할 지를 두고 고민 중이며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신설 법왜곡죄 조항의 개념과 법적 구성 요건, 해석 방향 등을 담은 참고자료를 일선 경찰서에 배포한 상태이지만 현장에서 실무적 기여도는 제한적이다. 서울경찰청 광수단 관계자는 “재판에서도 법 조항 해석은 사안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경찰청에서 배포한 참고자료는 말 그대로 참고용으로만 쓰이고 있다”며 “너무 광범위한 부분을 봐야 해, 실무 단계에서는 우선 (법 왜곡의) 고의성이 있었는지 위주로 보고 있다. 기소나 판결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은 현재로써는 위험도가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입장에선 법 시행 초기인 특성상 현재 접수된 사건 모두 법 시행 이전 이뤄진 수사나 재판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이어서 새로 도입된 죄목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 형사법은 원칙적으로 행위 당시의 법률에 따라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법 시행 이전 사안에 대한 법 적용은 현재로선 논란의 소지가 크다.
경찰 내부 관계자는 “이미 수사나 판결이 끝난 건에 대해 고소·고발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를 수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 충돌이 있다”며 “우선 현재 그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소·고발건을 중심으로 내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뒤 이들을 피의자로 조사하게 되면 피의자들이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을, 기소까지 이뤄진다면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이러한 청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우선 모든 고소·고발 건에 대해 검토 작업만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현재 검사에 대해 제기된 사건은 제외하고, 경찰과 판사에 대해 제기된 사건만 우선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우선 접수된 사건 중 검사와 관련된 사건은 공수처에 사건 인지 통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제25조 제2항에서 경찰 등 수사기관은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할 경우 공수처로 의무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과 판사는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임에도 강제 이첩 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어 이들에 대한 수사 위주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법왜곡죄 사건에서 검찰이나 법원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체감돼 수사 방식도 고민 중이다. 경찰이 수사를 위해 체포나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더라도 검찰의 청구와 법원의 발부 단계에서 필요성과 타당성 판단이 매우 엄격하게 이뤄져 영장 기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공수처도 법왜곡죄가 현행 공수처법상 직접 수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법왜곡죄가 공수처법상 명시된 수사 대상 범죄가 아니어서 내부에서도 해당 사건의 접수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혼선이 법령의 명확성과 구체성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채 제도가 시행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한 대학 경찰학과 교수는 “현재 경찰에서는 판례도, 선례도 없는 고소·고발 건에 대해 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법령 법문에는 (적용 대상을) 형사 사건으로 규정한 내용만 있을 뿐 구성 요건의 적용·해석 기준이나 소급 적용 가능 여부 등 다른 필수적 내용이 명기되지 않아 경찰 내부에서 (직접)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내사 단계부터 일선 수사부서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