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씨 측은 고소장에서 “오 씨는 김 씨 변호인으로서 알게 된 재판 전략과 심리 상태 등 내밀한 정보를 이 씨 등에게 제공해 공격 빌미를 만들어줬다”며 “나아가 범행 대가 140억 원에 대해 ‘수사 개시 시 반환’이라는 이례적인 조건을 담은 확약서를 직접 작성해 범행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하는 등 범행 전반에 걸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김 씨 측은 또 “오 씨는 이 씨 고향 후배일 뿐 아니라 공군 학사장교 동기로 매우 긴밀한 관계였다”고 덧붙였다. 오 씨는 김 씨가 이 씨를 공갈 혐의로 2025년 12월 고소한 사건에서도 이 씨 법률대리를 맡고 있다. 현재 이 씨는 부동산 개발 시행사를 운영하며 서울 중구 서소문동 빌딩 재개발 등을 하고 있다.
변호사 오 씨는 2011년 6월 김 씨와 이 씨가 합의할 당시 별도 확약서에 직접 서명했다. 이 씨가 김 씨를 고소한 사건이 불기소 처분 되도록 최선을 다하며, 이 씨가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김 씨에 대한 피의자 신문이 시작된다면 140억 원을 책임지고 반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김 씨 측은 이 씨 등이 회사 지분에 따른 정당한 수익을 분배받은 것이라면 이 같은 확약서에 오 씨가 서명할 필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씨 측은 고소장에서 “이례적인 반환 조항을 담은 확약서를 작성한 행위는 140억 원의 성격이 형사처벌 무마 대가로 지급된 불법적 금원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김 씨는 글로스타 주주는 사실상 자신이 유일했지만 과점주주 세금을 피하기 위해 이 씨 등에게 일부 지분을 명의신탁했다는 입장이다.
고소장에는 글로스타 직원들 사실확인서도 첨부됐다. 글로스타에 근무했던 A 씨는 “이 씨는 사무실 위층 어딘가에 비밀 공간을 마련해 오 씨 등과 수시로 회동했다. 작전회의를 벌이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며 “이들은 저에게도 자신들 세력에 가담할 것을 권유했으나 저는 거절했다”고 사실확인서에서 밝혔다.
글로스타 임원 B 씨는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씨 편에 선 직원들이 도원결의하듯 결의를 하고 이 씨가 이들에게 5억 원씩 주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2011년 6월 무렵 김 씨는 ‘이 씨가 나를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협박하니 참 힘들다. 그냥 다 주고 끝내야겠다’고 말하며 절망적인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사실확인서에서 말했다.
글로스타에선 2010년 말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 완공 무렵부터 내부 분쟁이 불거졌다. 글로스타는 미래에셋 센터원 개발 사업으로 약 700억 원 이익을 얻었다. 부사장 이 씨 등은 자신들 지분을 주장하며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회장 김 씨가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며 고소하는 등 여러 민·형사 소송도 제기했다.
김 씨는 경영권 분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특수부 수사를 받고 구속되는 등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릴 때라 합리적 판단을 못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이 씨 등과 2011년 6월 합의하면서 현금 140억 원을 지급했다. 글로스타 핵심 계열사 경영권도 넘겼다. 이 씨 등은 김 씨에 대한 각종 민·형사 소송을 취하했다.

이 씨는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후 2011년 4월 김 씨 형사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처벌불원의사 철회서를 냈다.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심과 정반대로 김 씨가 횡령을 의심받는 돈을 사적 용도로 임의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여러 혐의 중 이 씨가 증언 번복을 반복한 부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씨는 원심 판결 후 김 씨와 분쟁이 생기자 당심에 이르러 처벌불원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당심에서 진술 이후 다시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는 등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입장을 달리하는 것으로 보아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오 씨는 김 씨가 터무니없는 고소를 했다고 반박했다. 오 씨는 “제가 이 씨 변론에서 손을 떼게 하려고 저를 추가 고소하지 않았나 싶다”며 “무고죄로 맞고소하겠다”고 지난 3월 24일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밝혔다.
앞서 이 씨 측도 “김 씨의 근거 없는 주장에 대해 무고 고소를 비롯해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지난 2월 25일 일요신문에 밝혔다. 하지만 이 씨 측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오 씨는 “고소장은 다 써놓았다”며 “이 씨가 처음에는 화가 나서 고소장을 넣겠다고 하다가 조금 가라앉아서 고소장을 안 넣고 있다”고 말했다.
오 씨는 김 씨에 대한 수사 개시 시 140억 원을 반환하기로 한 확약서에 대해 “그때 김 씨 측이 서명을 요구했다”며 “수사 아주 초기 단계라 고소인 측에서 수사 협조를 하지 않으면 불기소로 끝나는 게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오 씨는 글로스타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선 “김 씨와 이 씨 등이 미래에셋 센터원 개발 사업을 같이 시작했다. 사업 정산할 때가 되니까 김 씨가 수익을 혼자 다 챙기려고 했다”며 “지분을 가진 이 씨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냐”고 주장했다.
오 씨는 2011년 6월 김 씨와 이 씨 합의에 대해 “20건 가까이 소송이 벌어지니까 민사 재판부에 합의를 시키려고 했다. 합의서를 써서 제출할 때까지 판결을 안 내리고 기다린다고 해서 양측이 여러 번 만나서 합의하게 됐다”며 “이제 와서 공갈이라니 기가 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