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9일 JTBC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예비경선 토론회에서는 ‘명심(이 대통령 마음)’ 쟁탈전이 벌어졌다. ‘경기도가 담긴 나의 사진 한 장’을 소개하는 코너에서 한준호 의원은 2023년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 때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마중 나간 사진을, 추미애 의원은 2018년 이재명 경기도지사 유세 현장에서 손을 맞잡은 사진을 꼽았다. 다른 후보들도 각각 이 대통령과의 인연과 정책 계승 의지를 강조했다.
‘명심’ 쟁탈전은 ‘당심(당원들의 마음)’ 잡기와도 연관돼 있다. 최근 민주당 지지층이 ‘올드 이재명’과 ‘뉴 이재명’으로 갈라졌다는 논란이 불거졌지만, 큰 틀에서는 모두 ‘이재명 지지층’이기 때문이다. 결국 ‘당심’은 ‘명심’을 얻은 것으로 보이는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경선은 당심 비중이 크다. 1차 예비경선에서는 권리당원 표심 100%가 반영됐다. 그 결과 3인의 본경선 진출자가 가려졌다. 4월 5~7일 열리는 본경선에서는 당원 투표 50%와 국민 여론조사 50%를 통해 최종 후보가 선출된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4월 15~17일 결선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명심’ 쟁탈전에서는 한준호 의원이 앞서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제작된 ‘1호 감사패’를 받았다. 볼리비아 특사로 파견돼 한국 국민 비자 면제 등을 끌어내는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한 격려 표시였다. 이에 경기지사 ‘명픽(이 대통령의 픽)’은 한 의원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한 의원은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한 의원은 2022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이 대통령 수행 실장을 맡았다. 12·3 비상계엄 때는 이 대통령을 자신의 의원실로 피신시키는 등 옆을 지켰다. 3월 5일 한 의원 ‘의정보고회’에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이재명 책사’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 등 친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유튜버 전한길 씨를 비판하는 한 의원의 소셜미디어(SNS) 글을 이 대통령이 직접 공유하자 ‘명픽’ 후보 이미지가 굳어졌다. 장인수 씨가 제기한 공소취소 거래 음모론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하는 행보를 보였다.
다만 한 의원은 추 의원이나 김 지사보다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지사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줄곧 3위를 기록하고 있다. 3월 23일 한 의원을 지원하고 있는 염태영 의원은 전략 브리핑에서 “한준호 후보의 약점은 인지도가 낮다는 점인데, 이건 단기간에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며 “TV토론과 정책 검증이 본격화하면 인지도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3월 23일 추 의원은 법사위원장 사퇴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후보 가산점 10%’에 대해 “(3월 22일) 예비경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했다”며 “가산점은 별 의미가 없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예비경선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추 의원이 예비경선에서 1위를 기록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추 의원의 ‘강성 이미지’가 본경선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 여론조사 50%에서 열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명’ 이미지도 넘어야 할 산이다. 검찰개혁 정국에서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듯한 모습에 일부 친명 지지자들의 반발을 샀다. 국민의힘이 유승민 전 의원 등 추 의원과 대비되는 온건·합리 이미지를 가진 인물을 ‘저격공천’ 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떠올랐다.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운 김동연 지사는 ‘민심’에서 앞서는 모습이다. 이는 여론조사 수치로 나타난다. 2025년 10월 글로벌리서치·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에서는 김 지사가 29.9%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여러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는 줄곧 1위를 기록했다. ‘3파전’이 결정된 다음인 3월 24일 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에서는 34%로 오차범위 밖에서 추 의원(24%)을 따돌렸다. 한 의원은 14%를 기록했다(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명’ 이미지는 김 지사가 넘어야 할 과제다. 김 지사는 취임 후 전해철 전 의원을 경기도 도정자문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을 등용해 친명 지지층 반발을 샀다. 21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친명일극체제’를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이 대통령과 대립했다.
이에 김 지사는 연일 지지자들을 향해 자신의 과거 행보를 사과하고 있다. 유시민 작가의 ‘배은망덕’ 비판에 대해서도 “당원들과의 일체성, ‘더 큰 민주당’, 이런 것에 있어서 제가 생각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했다(장윤선 취재편의점)”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재명 정부 국정 제1동반자를 자처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 정책인 극저신용대출을 강화하고, 이재명 정부 역점 사업인 미군 반환공여구역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김 지사의 행보가 친명 지지층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친명계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원조 친명’ 김영진 의원은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 같이 어려운 선거에 뛰었던 같은 더불어민주당의 멤버”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산하 기관이나 인수위나 (친문 등용으로) 섭섭하게 했다는 거로 아주 강하게 비판하는 건데, 그게 본질을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고 했다.
#'매불쇼' 경선개입 논란
경선은 과열되는 분위기다. 특히 추 의원에게 주어진 여성가산점 10%가 문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전·현직 국회의원인 여성 후보자는 경선에서 10% 가산점을 적용받는다. 한 의원은 6선 의원에 당대표를 역임한 추 의원이 받는 것은 약자를 돕자는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반면 추 의원은 민주당만의 가치와 역사를 담은 약속이자 규정이라는 입장이다.
여권 스피커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ABC론’은 기름을 부었다. ‘ABC론’은 민주당 코어 지지층인 가치형 A그룹, 이익 추구가 목적인 B그룹, 이익과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C그룹이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B그룹이 ‘뉴이재명’으로 풀이되면서 친명계 일각에서 반발하고 있다.
3월 25일 매불쇼의 ‘유시민 작가 ABC론 AS’에서 유 작가는 “어떤 분(한준호 의원)은 나보고 왜 화났느냐고 묻더라”라고 말했다. 이 발언 직후 “그렇게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한준호TV)”고 말하는 한 의원 영상이 나왔다. 매불쇼가 이익 추구형인 B그룹에 한 의원이 있다는 취지로 편집한 방송을 내보낸 셈이다. 한 의원은 이를 ‘경선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캠프 차원에서 선관위 제소 등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연 지사는 갈라치기보다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3월 25일 JTBC ‘장르만 여의도’에서 ‘ABC론’ 대신 ‘가나다론’을 이야기했다. 김 지사는 가는 민주당의 근본인 ‘김대중 지지층’을 나는 노무현·문재인 지지층, 다는 이재명 지지층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ABC로 나뉘어 지지층을 갈라치는 대신 가나다로 민주당이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한준호 의원의 본경선 통과 여부에 시선이 모아진다. 유 작가 발언으로 올드 민주당 대 뉴이재명 구도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한 의원이 어떤 성적표를 받는지에 따라 뉴이재명 지지층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유 작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분출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유 작가 발언은) 경선에 큰 영향은 없는 것 같다”며 “유 작가가 생각을 말할 때마다 당이 흔들리고 선거가 요동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유 작가 당적은 정의당이었다. 왜 민주당 일에 그렇게 (관여) 하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