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조사는 특정 사건이 아닌 전체 서훈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사례와 차이가 있다. 앞서 정부는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신군부 협력자에 대한 조사를 여러 차례 해 왔으나 일반적인 공권력 남용 사례까지 포함한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고문과 사건 조작 사법살인 같은 최악의 국가폭력 범죄자들에게 준 훈·포장 박탈은 만시지탄(晩時之歎·기회를 놓친 뒤 너무 늦게 후회하는 것)이나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국가폭력범죄의 형사 공소시효와 민사소멸시효 배제법도 꼭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수조사는 과거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재심 무죄 판결이 잇따르면서 당시 수사 과정과 공적에 대한 재검증 필요성이 제기된 흐름과 맞물려 추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2025년 10월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을 통해 제출받은 재심 무죄 현황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간첩 조작 등 국가폭력 피해자가 재심을 청구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건이 2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문 등 불법 수사로 만들어진 진술이 뒤늦게 뒤집히면서 해당 수사 과정에서 공적을 인정받은 인물들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함께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롭게 진행되는 경찰의 전수조사를 통해 그 동안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서훈 정리가 어느 범위까지 확대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3월 25일 요양병원에서 사망한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과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총책임자였던 박처원 전 치안감 등이 받은 서훈이 전면 취소될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이근안의 경우 생전 16개 상훈을 받았으나 박탈된 것은 1986년 당시 대통령인 전두환 씨로부터 받은 옥조근정훈장 하나 뿐이며 나머지 상훈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처원 역시 보국훈장 등 공개된 수훈 기록으로만 13개의 포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기관장급 표창 등 일부 기록은 공개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실제 포상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전수조사는 국무총리 표창 이상의 훈·포장을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어 기관장급 포상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제한된 범위와 법적 요건을 고려할 때 실제 박탈 역시 일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조사가 종료되는 대로 취소 대상자를 선별한 뒤 국무총리실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후 심의위원회를 열고 당사자 소명을 듣는 절차를 거친 뒤 행정안전부에 서훈 취소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